*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지난 6월 공개매각을 결정했고 8월에 일본의 사업지주회사인 FIDIA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달초 화공약품 도소매업을 하는 ㈜티엘홀딩스로 협상대상자를 변경했죠. 에스엘홀딩스가 보유한 구주 전부(15.42%)를 인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 출자를 한다는 조건입니다.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어야 부실한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고 상장 유지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될 테니까요.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7월말 에스엘에너지의 상장폐지를 심의한 바 있습니다. 공개매각이 성사되고 유상증자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상장이 유지될 지는 불분명합니다.
티엘홀딩스는 류영길(100%)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곳으로 지난해말 현재 자산규모가 835억원, 순자산이 599억인 비상장회사입니다. 지난 2013년 제어계측장비업체인 나노트로닉스가 150억원에 인수계약을 체결했으나 무산되었고, 나노트로닉스는 이듬해 상장폐지되었습니다.
당시 류영길 대표는 티엘홀딩스의 우회상장을 시도했었던 모양입니다. 겉으로는 나노트로닉스가 티엘홀딩스를 인수하는 것이었지만, 나노트로닉스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 150억원어치를 류영길 대표가 인수하기로 했고, 거래가 완료되면 류영길 대표가 나코스닥상장사인 나노트로닉스의 최대주주가 되었을 겁니다. 당시 나노트로닉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4.0%에 불과했으니까요. 나노트로닉스가 티엘홀딩스를 인수 후 합병하면, 류영길 대표는 사실상 우회상장에 성공하는 셈이 되는 것이죠.
나노트로닉스는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현금이 바닥난 상황이었고, 매출도 극히 부진했습니다. 나노트로닉스에게는 상장유지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고, 류영길 대표에게는 코스닥상장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과 연결 재무제표 기준 모두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5년 연속 별도 기준 영업손실이면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상장폐지가 될 것이고, 다행히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올해 영업흑자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죠. 또 에스엘에너지가 최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 등에 대한 공시 위반 누적으로 벌점이 쌓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 변경 역시 필수라고 봐야겠죠. 물론 그렇다고 상장유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류영길 대표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티엘홀딩스의 코스닥 입성을 꾀하고 있는 것이라면, 티엘홀딩스가 에스엘에너지를 인수한 후 역합병을 하는 식의 진행이 이루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류 대표의 입장에서 에스엘에너지 신주 인수대금은 그대로 회사에 남게 되고, 에스엘홀딩스에게 지급하는 구주인수 대금은 상장을 위한 비용이 되겠죠. 이 경우 신주 인수대금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아깝지 않겠지만, 상장폐지될 위기에 있는 기업의 구주의 가격을 얼마나 쳐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매각 방식이 공개매각이 아니고 우선협상대상자였던 FIDIA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짜여진 각본처럼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마치 티엘홀딩스의 입맛에 맞추기라도 하듯 에스엘에너지가 움직여 왔거든요. 엄연히 주간사를 선정해 진행한 공개매각이니 그런 오해는 하지 않겠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지난해 온성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손오동씨의 우성코퍼레이션에서 물적분할된 우성인더스트리를 인수해 합병했습니다. 우성인더스트리는 벙커씨유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인수 이전에 이미 에스엘바이오닉스에서 에스엘에너지로 상호를 변경했고, 기존의 LED사업의 중단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공개매각으로 선정된 인수자 후보가 마침 석유화학제품 유통업체인 티엘홀딩스네요. 티엘홀딩스로서는 에스엘에너지 인수 후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사업으로만 보면 에스엘에너지는 우성인더스트리가 이름을 바꾼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매출의 대부분이 에너지사업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올해 상반기 161억원의 매출 중 136억원이 에너지부문의 몫입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최대주주 변경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56억원)이 납입되면 에스엘에너지는 2대주주로 밀려나고 리치몬드홀딩스라는 새로운 최대주주가 등장하게 됩니다. 리치몬드홀딩스는 현재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대표이사인 배준오씨가 지난해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배준오씨가 추가 출자를 하지 않고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는다면 인수자금은 차입금으로 채워지게 되겠죠.
이 경우 에스엘에너지를 인수하는 티엘홀딩스는 스튣오산타클로스 보유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지난해 우성인더스트리 인수를 앞두고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고 실제로 올해 일부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지난해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경영권 지분을 주당 2만원 정도에 초록뱀신기술조합6호 등에게 415억원에 매각할 계획이었습니다.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건 8월초였고 우성인더스티리 인수잔금 납입 전에 잔금을 받을 예정이었죠. 그런데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매각 일정이 지연되었고, 280억원의 차입금과 70억원의 자기전환사채로 우성인더스트리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 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매각계획은 철회되죠.
에스엘에너지는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장내매도를 통해 약 400만주의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지분을 내다 팔아 71억원가량을 현금화했습니다. 지난 6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만주를 인수했지만 인수대금으로 15억원이 들었을 뿐이죠. 이와 함께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보유주식도 연초에 전부 매각해 36억원을 챙겼습니다.
에스엘에너지와 에스엘홀딩스는 여전히 빚청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상상인저축은행 차입금 33억원에 대해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보유 주식 전부를 담보로 맡겨 놓아 담보권이 실행되면 지분을 잃게 됩니다. 에스엘홀딩스는 기존에 에이에스피컴퍼니대부에서 빌린 차입금 41억원은 온성준씨가 우성코퍼레이션에서 빌려 대지급했지만, 개인 황모씨와 ㈜베이트리에게 31억원의 빚을 지고 있고 에스엘에너지 지분을 담보로 맡기고 있죠.
티엘홀딩스가 에스엘에너지를 인수하게 되면, 에스엘홀딩스는구주 매각 대금으로 31억원의 빚을 갚아야 하고, 티엘홀딩스는 에스엘에너지가 상상인저축은행에게 빚진 33억원을 갚기 위해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연 13%나 되는 고리거든요. 에스엘에너지는 우성인더스트리를 인수할 때 발생한 대주단 차입금 250억원 때문에 상당한 이자(240억원은 연 9%, 10억원은 6.10%)를 부담해야 하는 입장이라 상상인저축은행 차입금은 조기 상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