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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금속과 영풍제지의 실질적인 최대주주 이옥순씨 일가 중에 자본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이는 이씨의 아들 공현철(1980년생)로 추정됩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이름이 등장한 게 무려 2009년으로 그의 나이 29세였습니다. 인삼제품을 만들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고제의 상근이사(미등기)가 된 겁니다. 고제는 2001년 부도가 발생한 이후 잦은 최대주주 변경과 경영진의 교체, 그리고 수 차례에 걸쳐 상호를 바꾸어 오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2010년 상장폐지된 회사입니다.


고제는 2008년 8월 260억원 상당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70억원을 출자한 ㈜선양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됩니다. 선양은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자본금 5억1600만원짜리 회사였습니다. 실탄을 확보한 고제는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로 유명한 디시인사이드를 운영하는 디지털인사이드 과반 지분을 125억원에 인수합니다. 같은 날 고제에는 고졸 출신의 한혁씨가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되죠.


그런데 8월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다른 주주들이 보호예수 중인 주식을 한혁씨와 디지털인사이드 창업자 김유식씨에게 매각합니다. 한혁씨와 김유식씨는 사내이사가 되기 위해 주주총회을 열려 하고, ㈜선양측은 주주총회를 막으려 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선양의 실질 주주로 추정되는 윤기훈씨 등의 횡령혐의 등이 터지며 법원이 한혁씨측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2009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한혁씨측이 승리하죠. 한혁씨는 대표이사에 선임됩니다.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경영진 중에 공현철씨는 없습니다. 공씨가 고제의 공시에 첫 등장하는 건 2009년 반기보고서의 임원 명단입니다. 주총을 거치지 않은 두 명의 미등기 이사가 있는데 한명은 PHK 홀딩스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변경혜 부회장이었고, 다른 함명이 공현철 이사였습니다. 보고서는 공씨가 언제 이사로 선임됐는지 적시되지 않습니다.


한혁씨는 김유식씨에게 45억원을 차입해 고제의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대표이사가 된 후에는 보유주식의 72%를 처분해 12억원가량을 회수한 뒤, 전환사채를 4억원에 사들여 처분한 것과 동일한 규모의 보통주로 전환합니다. 고제를 무자본 인수해 주식과 전환사채의 매매로 차익을 노렸던 것 같습니다.


고제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화장품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등 회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듯했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공현철씨가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한혁씨나 김유식씨와 어떤 관계였는지는 공시로 알기 어렵습니다.


공현철씨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건 코스닥 상장업체인 인네트의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입니다. 2009년 11월로 예정된 주총에 공현철씨가 사외이사 후보로 오른 겁니다. 공현철씨는 인네트의 사외이사가 되지 못하지만, 2009년말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며 대주주가 되는데 성공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아버지 공갑상씨와 공지윤씨 등 가족과 함께 취득했습니다. 공갑상씨와 공지윤씨는 지분 취득을 위해 W저축은행에서 각 5000만원씩을 차입했죠. 공현철씨는 이때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밝힙니다.



당시 인네트의 최대주주는 이베이홀딩스였고, 이베이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이인섭씨가 인네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지만, 실질 사주는 이상필씨였는데, 이 분은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핸디소프트의 실질 사주이기도 했죠. 이상필씨는 인네트에서 200억원, 핸디소프트에서 290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고 인네트는 2010년 9월 1일 한국씨티은행에 돌아온 약속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됩니다. 핸디소프트는 거래정지를 거쳐 2011년 상장폐지됩니다.


2017년 8월말 합성수지 필름 제조업체 에스에프씨의 주가가 급등합니다. 최대주주의 경영권 지분 매각계약이 체결된 날이었습니다. 새로운 최대주주는 태가㈜라는 법인이었고, 김두현씨가 40%를 출자해 설립한 자본금 4억원짜리 회사였습니다. 씨엘팜이라는 비상장사의 대표를 지낸 장석훈씨, 대웅제약 재무이사 출신의 김민호씨가 에스에프씨 대표이사에 취임합니다.


태가는 대표이사 김두현씨에게서 받은 가수금 70억원으로 에스에프씨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김두현씨에게 갚아야 할 돈이고, 김두현씨는 그 돈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죠. 또 에스에프씨는 대표이사에 취임한 장석훈씨가 대표인 제약업체 씨엘팜이 발행하는 1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을 취득합니다. 이를 위해 에스에프씨도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제이에스투자조합이 이 전환사채를 인수합니다.



제이에스투자조합에는 기업사냥꾼 세계의 대부인 원영식 회장의 회사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합니다. 당시 더블유투자금융, 초록뱀컴퍼니, 초록뱀미디어, 아이오케이, 오션인더블유에서 10~30억원씩 참여해 100억원을 만들죠.


태가는 이후 에스에프씨 유상증자에 참여해 20억원을 더 투자하는데, 그 직후인 2016년 11월 태가의 주주들은 지분 전량을 지엔씨파트너스에 넘깁니다. 지엔씨파트너스는 대양홀딩스컴퍼니가 대양금속을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곳이고, 공선필씨가 직접 투자한 회사였습니다. 지엔씨파트너스로 넘어간 태가의 대표이사 가수금은 공평저축은행과 세종상호저축은행의 차입금으로 바뀝니다. 결과적으로 공현철씨가 이끄는 지엔씨파트너스가 저축은행 차입금을 일으켜 ㅔ스에프씨를 인수했던 셈입니다.


공현철, 공선필, 공지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이옥순씨는 이후 에스에프씨의 자금을 이용해 크로바하이텍, 율호 등 상장사 인수에 나서게 되죠.  공현철씨는 2017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에스에프씨 이사로 선임되는데요. 2009년 인네트에 투자할 때 자영업자로 자신을 소개했던 공씨의 이력은 몇 년 새 에드몬투자자문사 대표이사, 해동운수 이사를 거쳐 뮤지컬회사 오디컴퍼니의 대표가 되어 있었습니다. 에스에프씨는 신임이사 공현철씨가 대표로 있는 오디컴퍼니를 그해 70억원에 인수하고 뮤지컬 투자 명목으로 95억원을 제공하죠.


에스에프씨는 태가에 인수된 지 4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수년 간의 분식회계가 들통납니다. 공현철씨가 에스에프씨를 인수할 때는 그 전과 달리 거물급 인사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제이에스투자조합을 앞세워 인수를 도운 원영식 회장을 비롯,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에 연루된 좋은사람들 이종현 대표, 코스닥 상장사 리드 주가조작에 나섰던 박한규 부회장 등입니다. 에스에프씨와 공현철씨의 관계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올해 초 기사 '대양금속 이전에 에스에프씨 M&A, 선수들 총집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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