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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즉각 'CCC'로 하향조정했습니다. 부도를 의미하는 채무불이행 등급(D) 바로 위가 CCC입니다. 부도를 낼 뻔한 위기 상황에서 채권단에 S.O.S를 쳐 최악의 상황을 임시로 막아놓은 셈입니다. 워크아웃 신청이 아니었으면 부도로 직행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기업이 부도를 내는 건 실적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빚을 갚을 돈이 바닥났고 당장 구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태영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대략 3650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이었습니다. 9월말 기준으로 이 정도로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적이 거의 없고 연말 기준으로 따져도 역대급으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사대금이 어느 때보다 많이 들어와서 현금이 많았던 게 아닙니다. 지난해 9월까지 본업에서는 오히려 330억원가량의 현금이 빠져나갔습니다.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어난 2조3000억원대로 과거 연간 매출액 수준에 근접할 정도였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에 육박해 2022년의 바닥을 딛고 회복했지만, 현금의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훌쩍 높아진 금리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크게 늘었고 공사미수금이 크게 늘었죠.
이자로 나가는 현금이 크게 증가한 건 차입금이 급증한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2022년말 5300억원 정도였던 차입금(사채 포함)이 지난해 9월말에는 9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가장 크게 늘어난 건 지난해 초 PF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에서 긴급 차입한 4000억원인데요. 차입금리가 무려 13%에 달했죠.
그렇다고 공사미수금이나 지급할 이자 때문에 유동성이 바닥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 큰 구멍이 있었죠. 바로 시행사에 대한 대여금과 출자, 그리고 차환에 실패한 유동화증권 매입 등이었습니다. 대부분 인가를 받지 못했거나 분양이 지연되고 있는 사업장과 관련된 PF자금이었습니다.
대여금은 2022년 이후 크게 늘었는데요. 2021년말까지 1200억원 정도였는데, 2022년에 700억원가량 늘고, 지난해에는 9개월만에 무려 4,000억원 이상 증가합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증가한 대여금 중 상당액이 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게 들어간 겁니다. 2022년에는 에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이 경색되자 시행사의 토지매입이나 초기 사업비 마련을 위해 발행한 PF유동화증권을 매입한 것을 대여금으로 계상한 영향이 큽니다.
지난해에도 주로 시행사의 사업비나 PF차환을위해 대여금이 나갔습니다. 태영건설이 단독 시공을 맡은 곳뿐 아니라 공동시공으로 참여한 사업장에 대한 대여금도 상당한 규모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문제의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을 위해 성수티에스PFV㈜에 대여된 458억원입니다. 태영건설이 자금난이 널리 부각된 게 이 즈음입니다. 특히 9월에는 PF유동화증권 매입에 무려 1855억원이나 투입되었죠.
지난해 태영건설은 9월까지 금융자산 처분으로 1,400억원가량, 종속 및 관계회사 투자자산 처분 등으로 1,600억원 등을 회수했습니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여금과 PF차환자금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했죠. 뿐만 아니라 만기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8,000억원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했습니다. 단기차입으로 7200억원, 티와이홀딩스 4000억원을 포함한 장기차입금과 사채 발행으로 8,300억원 등 신규 차입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현금성자산은 지난해초 2142억원에서 고작 1200억원 늘었을 뿐입니다.
회사로서는 최선을 다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겠지만, 10월 이후에도 곳곳에서 PF사고가 발생해 유동화증권을 매입하거나 채무보증을 서야 하는 부담이 늘었습니다. 10월에만 김해 삼계지구 개발과 관련해 사업비 대출 300억원에 대한 자금보충 약정과 300억원의 유동화증권 매입, 종속기업 인제스피디움의 PF대출과 관련해 141억원의 유동화증권 매입, 관계회사 알앤티원의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사모사채 344억원 인수, 홈플러스 동대전점 부지개발과 관련한 사업비대출에 대해 약 920억원의 자금보충약정 등이 이루어졌죠. 12월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유동화증권 매입과 채무보증이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태영건설로서는 역대급의 현금을 확보해 두었지만 봇물 터지듯 하는 PF자금 이슈를 스스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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