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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임종훈 형제가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은 공식화되었습니다. 법원에 의해 형제의 가처분신청이 인용되고 이후 형제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해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이 무산되면, OCI그룹과의 통합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에서는 형제의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수직 상승하는가 싶던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통합선언 이전으로 원위치된 걸 보면 말이죠. 아마도 형제가 지분경쟁에서 압도할만한 물리력이 없고 결국은 통합에 동의하는 현실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합니다.


대치하고 있는 모녀와 형제의 지분율의 향방에는 많은 변수가 숨어 있습니다. 양측이 갈등을 이어가며 지분확보 경쟁에 나서게 될지도 불분명하지만, 지분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OCI그룹이 모녀의 편에 서서 참전할 것인지도 불확실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형제는 절대적인 열세에 놓이게 될테죠.


하지만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지분확보 경쟁에서 OCI그룹의 참전이 없다면 두 형제가 표대결에서 이겨 신주발행을 무효화하고 결과적으로 통합선언을 무효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 두 형제의 반발이 아버지의 유산인 한미그룹을 지키고자 하는 것인지, 지분 매각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모녀와 형제의 지분율 차이는?


임종윤•종훈 형제는 24일 어머니와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별도로 지분공시를 했습니다. 형제가 연명보고한 지분은 총 28,4%에 이릅니다. 임종윤씨와 그의 가족(홍지윤, 성연, 성지, 성아)이 14.22%, 임종훈씨와 그의 가족(김희준, 후연, 윤지, 윤단)이 12.68%, 임종윤씨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계열사 디엑스앤브이엑스가 0.40%를 소유 중입니다.



현재 스코어 기준으로 모녀와 형제의 지분율 차이는 미미해집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확실하게 확보한 지분은 가현문화재단의 지분을 합한 28.87%입니다. 송영숙 회장이 두 아들을 제외한 다른 친인척과 이미 지분 매각 등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아직 어느 편인지 확실하지 않은 친인척 지분은 3.10%입니다. 임성기재단(3.00%)의 지분도 어느 편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 임성기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과 국민연금재단(7.38%)도 입장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무려 25.83%에 달하는 지분이 아직은 유동적입니다.


동생이 누나의 편이라고 아직은 단정지을 수 없다.


여기에는 송영숙 회장의 남동생 송철호씨 지분 0.06%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매 사이라고 하지만 송영숙씨측 지분이라고 쉽게 단정짓기는 이릅니다. 송영숙 회장은 OCI와 지분매각 및 주식스왑 계약을 하면서 남동생 지분을 포함시키지 않았죠. 송영숙 회장 모녀가 OCI그룹과의 통합 협상을 숨긴 건 두 아들뿐 아니라 모든 친인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누나가 동생과도 선을 그었다면, 동생 역시 누나와 같은 편에 서지 않을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별도 지분공시를 했으니 송영숙 회장도 다시 특별관계자와 함께 연명보고를 할테죠. 그럼 다른 친인척들의 입장이 밝혀집니다. 향후 모녀와 형제의 지분 경쟁에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 같습니다.


임성기재단의 3.00% 지분도 송영숙 회장의 몫이라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2021년 설립된 임성기 재단은 한미약품 부회장을 지낸 이관순 한미약품 고문이 이사장을 맡고 있고 임종윤 사장은 재단의 고문으로 있습니다. 송영숙 회장은 공식적으로 재단과 관계가 없습니다. 결국 재단의 결정은 이관순 이사장에게 달렸는데, 친정인 한미약품의 미래가 달린 일에 이관순 이사장이 입장을 보이게 될까요?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은 달리 말하면 한미약품에 대한 처분입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주회사일 뿐이고, 한미약품 외 다른 계열사는 존재감이 떨어지죠. 오너 일가 중 한미약품의 사내이사는 임종윤 사장뿐이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미등기 임원입니다. OCI그룹과 통합 논의에서 주력 자회사인 한미약품 이사회도 배제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한미약품 이사회의 입장 그리고 한미약품 출신인 이관순 임성기재단 이사장의 입장은 이제부터 정해져야 한다는 뜻이죠. 3.00%의 많지 않은 지분이지만, 지분율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사이언스의 가장 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입니다. 다른 친인척들이 송영숙 회장 또는 임종윤•종훈 형제의 어느 한편에 선다고 해도 결국 우위에 서는 건 신동국 회장의 마음을 사는 쪽입니다. 임성기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한미약품의 주요 주주(7.72%)이기도 한 신동국 회장은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겠지만, 오너 일가의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 분쟁의 당사자가 아닌 다른 친인척들의 입장,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의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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