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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그룹의 복잡한 자금거래는 크게 세 가지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말로 예정된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 종료를 대비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있고요. 대륜E&S를 축으로 하는 에너지부문의 정상화와 채권자들의 자금회수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세 가지 목적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에 따라 다른 두 가지 과제의 방향이 달라질 것입니다.


한진중공업의 회생을 위해서는 한진중공업홀딩스에 돈이 필요합니다. 에너지부문이 그 수단(이를테면 대륜E&S의 기업공개?)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또 올해 말이 되기 전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차입금과 빚보증(담보제공 포함)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 모두 걸려 있는 문제가 바로 대륜E&S의 자회사이자, 한진중공업의 조카뻘이 되는 두 집단에너지시설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재무개선입니다. 한진중공업홀딩스가 Hacor를 매각할 때부터, 아니 그 이전에 한국종합기술을 팔 때부터, 어쩌면 지난해 7월 에너지부문 매각계획을 철회할 때부터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자본확충은 예정되어 있었을 겁니다.


조선부문과 에너지부문은 확실히 분리되었다

지금까지의 거래를 되새김해 볼까요.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가 Hacor를 매각한 980억원을 종잣동으로 대륜E&S에 대규모 증자를 했고요. 한진중공업과 대륜E&S는 대륜발전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지분과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대륜E&S는 한진중공업이 갖고 있던 대륜발전의 지분과 채권, 별내에너지의 지분을 사들였지요.


그 결과 위 그림과 같은 단순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한진중공업은 이제 에너지부문과 아무런 지분관계가 없습니다. 재무적투자자에 대한 지분과 채권 인수의무도 해소되었고요. 담보제공도 없습니다. 아직 대륜발전에게 받을 채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의심되지만 대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닙니다.


대륜E&S는 조선/건설 부문과 특별히 얽힌 게 없습니다. 주로 한진중공업의 도움을 받는 쪽이었지 도움을 주는 편이 아니었죠. 다만 수빅조선소의 자금 문제로 한진중공업홀딩스와 한진중공업이 워낙 허덕허덕대다 보니 1억달러 규모의 보증을 서 준 게 있기는 합니다만, 지배구조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배구조 단순화는 한진중공업에게 호재일까요, 악재일까요? 잘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에너지부문 육성이라는 짐을 털어냈으니 호재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이제 곧 성인이 될 정도로 키워놨더니 친부모 찾아가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도 단기적으로는 전자에 무게를 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 아직은 자급자족을 못하고 있다.


註: 한국기업평가의 재무요약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열광합발전 시설이 종합완공되면서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양광 등 추가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두곳 모두 2015년 이후 투자에 큰 돈이 나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륜발전은 2010~2014년 투자활동에 무려 6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고, 이중 설비투자와 관련된 지출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적지출은 5200억원에 이릅니다. 별내에너지는 같은 기간에 3200억원을 투자활동(자본적지출은 2700억원)에 썼습니다. 두 회사에 5년 동안 대략 1조원이 들어간 것이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은 대륜발전에 280억원, 별내에너지에 110억원의 투자만 이루어집니다. 확실히 줄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학비와 고액과외비를 대느라 고생고생하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 대학 졸업까지는 시켰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 회사에 뼈와 살을 대주던 한진중공업이나 대륜E&S 입장에서는 한숨 돌리게 된 것이죠.


그런데 아직 제 밥벌이를 못하고 있습니다. 대륜발전의 자산규모는 7700억원(2017년말 기준, 이하 같음), 별내에너지는 3700억원이나 되지만, 연간 매출액이 각각 1550억원(대륜발전), 475억원(별내에너지)으로 초라한 수준입니다. 이제 간신히 약간의 영업이익을 낼 만한 정도가 되었지만, 자산의 70%에 달하는 차입금 이자를 내기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적자의 늪은 여전히 깊습니다.


註:한진중공업홀딩스, 대륜발전, 별내에너지의 감사보고서 및 반기보고서를 참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크게 한번 도와줘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차입금을 갚아주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비록 적은 수입이나마 자급자족이 가능한 선순환구조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지역의 수요가 크게 늘어서 수입이 따라서 늘어주면 더할 나위없이 좋고요.


문제는... 도움을 주어야 할 주체인 한진중공업이나 대륜E&S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대륜발전은 주당 3371원, 별내에너지는 주당 50만원에 유상증자를?


9월 들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는 대규모 보통주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합니다. 대륜발전은 무려 1523억원어치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하는데, 신주의 수가 4500만주로, 기존 3800만주보다도 많습니다. 주당 발행가가 액면가에서 30% 이상을 할인한 3731원입니다.


별내에너지는 새로 발행할 주식 수가 15만4000주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존 주식이 2100만주이니, 자본금이 1050억원에서 1057억7000만원으로 0.73% 늘어나겠습니다. 그런데 주당 발행가격이 50만원이나 됩니다. 자기자본은 770억원이 증가합니다. 지금의 자기자본 509억원보다 크지요.


대륜발전이나 별내에너지나 유상증자를 하는 구조가 독특하지요? 두 회사는 지난해말 현재 부분 자본잠식(자본금>자본총계) 상태입니다. 대륜발전은 36%, 별내에너지는 50% 이상 잠식이 되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대륜발전은 액면가보다 낮은 할인발행을, 별내에너지는 무려 9900%의 할증발행을 선택한 겁니다.


별내에너지의 증자는 간결합니다. 9월18일 증자를 위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졌고, 다음날인 20일 770억원의 납입이 이루어집니다. 주주가 둘(한진중공업+대륜E&S)에서 하나(대륜E&S)로 바뀐 이후이니, 기타 주주 등 고려할 변수가 없죠. 증자 이후 자본총계는 1279억원(2017년말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라 실제와는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으로 자본금 1057억7000만원보다 커졌습니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됐지요.


대륜발전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칩니다. 대륜발전이 1523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처음 결의한 날이 8월 16일입니다.이때가 언제냐면 말이죠.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하던 대륜발전의 보통주와 후순위차입금을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양수하기 전입니다. 한진중공업이 여전히 주주로 남아있을 때입니다. 그 시점에 유상증자 결정이라니... '이게 왜 지금 나오지? 한진중공업에게 증자에 참여하라고?'

註: 한진중공업그룹 각 계열사가 증자 또는 주식/채권 양수도를 한 의사결정의 순서입니다.


그런데 신주배정 기준일을 확인해 보니 8월 31일입니다. 무려(?) 보름의 여유를 둔 겁니다. 한진중공업이 대륜발전의 주주명부에서 사라지는 날(8월29일)의 이틀 뒤였습니다.


그러니까 대륜E&S가 177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한진중공업과 대륜E&S가 재무적투자자의 보통주와 후순위차입금을 양수하고, 한진중공업의 보통주와 후순위차입금을 대륜E&S가 다시 양수하는 거래는 처음부터 대륜발전의 현물출자 방식 유상증자를 예정하고 있었던 셈이죠.


그런데 왜 다른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대륜발전이 서둘러 유상증자 결의를 했던 것일까요. 그건 신주가 액면가 미만으로 할인발행을 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액면가 미만으로 할인발행을 하려니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했고, 현물로 출자를 하려다 보니 회계법인 등을 통해 현물의 공정가액을 결정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회계법인이 책정한 현물의 공정가액은 895억원 가량입니다.


자, 이제 대륜발전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액면가 미만의 할인발행을 하고, 별내에너지는 액면가 대비 9900%의 할증발행을 한 이유가 나왔네요. 아마 할 수만 있다면 대륜발전도 별내에너지처럼 자본금보다 자본잉여금을 키우는 방식의 증자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야 자본금>자기자본의 자본잠식 상황을 탈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현물출자를 할 때는 그 대가로 교부되는 주식의 공정가액으로 현물의 취득가액을 정하게 돼 있거든요. 법원에서 정한 주식의 공정가액이 주당 3371원이었기 때문에 그 가격으로 발행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대륜발전에 실제 납입되는 자본은 1523억원보다 적지 않을까.


註: 2017년까지는 각사의 감사보고서에서 확인한 지분율이고, 2018년 8월 현재 지분율은 최근의 자본거래를 반영해 추론한 것입니다.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8월의 물고 물린 금융거래를 거쳐 이제 대륜발전의 주주는 대륜E&S와 한국남부발전, 그리고 인베스트파워제사차가 남았습니다. 이중 인베스트파워제사차가 보유한 자투리 지분은 한국남부발전이 인수하기로 약속이 돼 있는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대륜E&S와 한국남부발전 둘 뿐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닙니다.


결국 1523억원의 유상증자는 이 둘의 주주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남부발전이 유상증자에 참여할까요? 다소 섣부르고 위험한 판단입니다만, 재읽사는 그럴 리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남부발전이 이 회사의 주주로 있는 까닭은 다른 집단에너지회사와 마찬가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가는 수요자 입장에서 최소한의 참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무적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의무 외에 채권단과 어떤 약정을 맺은 바도 없습니다. 그리고 초기에 일부 지분을 확보한 이후로는 한번도 증자에 참여한 바도 없습니다. 그냥 그 정도만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대륜발전은 처음부터 한국남부발전 몫의(정확히는 인베스트파워제사차를 포함한 18.2%) 신주만큼에 대해 실권을 각오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대륜발전의 공시에 이런 문구가 있더라고요. 한국남부발전이 실권을 하더라도 모회사인 대륜E&S가 실권주를 인수하거나 다른 제3의 주주를 찾지 않겠다는 것이죠.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다는 것인데, 재읽사에게는 "유상증자에는 대륜E&S만 단독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로 들립니다. 납입일이 바로 오늘(9월27일)이네요. 기사를 올리자마자 결과가 나오겠군요.


註: 대륜발전의 2018년 9월12일 공시 중 발췌한 것입니다.


물론 틀릴 수 있지만, 이제 대륜E&S만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가정하고 추론을 계속해 보기로 합니다. 1523억원어치의 신주 중 대륜E&S에 배정되는 몫은 81~82%인 1250억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중 895억원은 현물로 출자하기로 했지요. 한진중공업에서 인수한 후순위차입금과 공사대금채권, 자신이 보유하게 된 후순위차입금 등입니다.


그런데 895억원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요. 기억하십니까? 대륜E&S가 한진중공업에서 주식과 채권을 얼마에 주고 사왔는지. 옵션 관련 채권/채무를 상계하고 1107억원에 사왔고, 이중 주식을 제외하고 출자전환이 가능한 후순위차입금과 공사대금채권은 543억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륜E&S가 재무적투자자에게서 양수한 후순위차입금 126억원이 있었죠(인베스트파워제육차의 후순위차입금 252억원의 절반). 그래도 약 220억~230억원이 비네요. 대륜E&S가 전부터 보유한 후순위채권(2017년말 기준으로 500억원이 있습니다)을 얹어서 출자를 하거나, 회계법인이 공정가액을 책정하면서 증액이 되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륜E&S에게 배정된 1250억원 가량의 납입금액 중 895억원을 제외한 약 350억원은 어찌될까요. 이건 추가로 공시된 것이 있습니다. 딱 그만큼의 신주를 현금으로 취득하기로 대륜E&S가 약속을 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21일에 말이죠.



아마 한진중공업그룹은 숨가쁜 자금거래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것으로 1단계는 끝난 것 같습니다. 두 회사에 자본으로 수혈된 현금은 770억원(별내에너지)과 350억원(대륜발전)이네요. 긴급한 운영자금이 아니면 차입금 상환자금으로 쓰이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다음 편에서는 8~9월의 거래 이후 각 계열사들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한 번 정리해 보고, 대륜E&S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정지작업에 대해 글을 올려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