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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이 상장했던 2021년 11월로 시계바늘을 돌려 보겠습니다. 오정강 대표는 엔켐의 상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아틀라스팔천을 설립해 코스닥 상장사인 광무의 경영권 확보에 나섭니다. 이후 광무는 메리츠증권과 총수익계약(TRS)을 체결해 엔켐 지분을 취득하죠. 엔켐의 상장과 광무 인수는 별개의 거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연결된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아틀라스팔천은 100억원의 차입금을 재원으로 광무의 신주를 인수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2월에는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중앙첨단소재가 발행한 신주를 역시 1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인수자금 100억원은 오정강 대표가 빌려준 대여금이었습니다.



아틀라스의 자산총액은 2022년 부채와 함께 500억원가량 증가하는데요. 차입금을 조달해 광무 등 타회사 지분취득 등 투자를 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틀라스팔천은 2022년에도 오정강 대표에게서 65억원을 차입해 광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했습니다. 오정강 대표에 대한 차입금은 2022년말 300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광무와 중앙첨단소재는 최근에 바꾼 이름입니다. 광무는 2020년부터 약 2년간은 릭스솔루션이라는 상호를 썼고, 그 이전 4년 동안은 바른테크놀로지라는 회사였습니다. 중앙첨단소재는 지난해 8월부터 쓴 상호이고, 아틀라스팔천이 인수할 당시에는 중앙디앤엠이라는 회사였죠. 과거에 센트럴바이오, 중앙리빙테크, 넥스트바이오홀딩스, 휴림스, 에스엔에이치, 위자드소프트 등 많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중앙첨단소재에는 상지건설이라는 자회사가 있는데요. 지난달 상지카일룸에서 상호를 바꾸었고, 과거에는 르네코, 동문정보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죠.



잦은 상호변경은 종종 그 회사의 복잡한 과거를 반영합니다. 광무와 중앙첨단소재 역시 예외가 아니고, 상지건설도 예사롭지 않은 역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 회사의 과거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여러 차례 다루었던 이야기인데, 최대한 요약해 보겠습니다.


2019년 6월 최대주주 김태섭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바른전자(현 테크엘)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앞두고 보유하던 바른테크놀로지 지분 전량을 70억원에 수수팬트리에 매각합니다. 수수팬트리가 최대주주가 되자마자 바른테크놀로지는 5대1 무상감자와 함께 71억5000만원씩 2차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100억원씩 4차례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합니다.


유상증자 참여자는 센트럴바이오(71억5000만원)와 엔비알컴퍼니(71억5000만원)였고, 전환사채는 300억원을 비티에스투자조합에서, 100억원을 제이엔케이인베스트먼트에서 인수하기로 했죠. 센트럴바이오의 유상증자 납입은 예정대로 이루어져, 바른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됩니다. 한달만에 최대주주가 두번이나 바뀐 바른테크놀로지는 지금의 광무이고, 바른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센트럴바이오는 지금의 중앙첨단소재입니다.



엔비알컴퍼니의 유상증자 참여와 4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은 일정이 지연됩니다. 비티에스투자조합은 전환사채 인수대금 200억원을 그해 11월이 돼서야 납입하고, 엔비알컴퍼니는 12월말 유상증자대금을 납입, 센트럴바이오를 제치고 바른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비티에스투자조합 몫 중 나머지 100억원 전환사채는 해가 바뀐 2020년 3월에 51억원으로 규모를 줄여 앤디아이라는 회사가 인수하고, 제이엔케이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하기로 했던 100억원의 전환사채도 10억원으로 줄어 토이랜드라는 곳에서 가져갑니다.


바른테크놀로지의 전환사채 200억원을 인수한 비티에스투자조합은 신은섭(지분율 80%) 외 1인이 만든 신설 조합이었는데, 전환사채를 인수한 당일 전량을 장외매도합니다. 100억원어치는 미국 투자회사 Arena Global SK SPV, 85억원어치는 메가바이오랩이었습니다.


메가바이오랩은 당시 상지카일룸의 회장으로 있던 한종희씨가 최대주주인 회사였고, 후에 이름을 HJH홀딩스로 바꾸는데, 한종희씨의 이니셜을 따서 작명한 것 같습니다. 한종희씨는 KH그룹의 필룩스(현 KH필룩스)에서 대표이사를 지내고 상지카일룸의 대표로 왔던 인물인데, 대표에서 물러난 후 회장이 되었죠. 메가바이오랩은 상상인저축은행에서 80억원을 차입해 바른테크놀로지 전환사채를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상지카일룸은 필룩스그룹과 관계가 깊은 회사입니다. 상지카일룸은 르네코에서 포워드컴퍼니스, 다시 상지카일룸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상지카일룸으로 이름을 바꾼 계기가 필룩스그룹의 손자자회사쯤 되던 상지건설을 흡수합병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당시 포워드컴퍼니스가 상지건설을 인수한 자금 50억원을 마련해 준 곳이 바로 필룩스였습니다. 필룩스가 포워드컴퍼니스에 50억원을 출자했고, 포워드컴퍼니스는 그 돈으로 필룩스의 손자회사인 상지건설을 인수한 후 합병해 상지카일룸이 됐습니다.


당시 포워드컴퍼니스의 최대주주는 신동걸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씨지아이홀딩스였는데, 신동걸씨는 상지건설을 흡수합병한 뒤 상지건설의 대표이사이던 한종희씨를 합병법인 상지카일룸의 대표이사로 올립니다. 또 한종희씨가 2018년 8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맥쿼리증권 대표를 지낸 최기보씨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센트럴바이오(현 중앙첨단소재)가 바른테크놀로지(현 광무)를 인수할 때 발행규모가 10억원으로 줄어든 전환사채를 인수한 토이랜드라는 회사가 있었죠.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송현주이고, 대표이사는 바로 최기보씨입니다. 상지카일룸의 역대 대표이사들이 센트럴바이오의 바른테크놀로지 인수에 함께 한 셈입니다.


센트럴바이오는 바른테크놀로지에 투자한 거의 같은 시점인 2019년 7월초 상지카일룸에도 투자합니다. 처음에 3억6000만원 정도를 투자했고 20억원가량을 더 투입해 3.41%의 지분을 확보합니다만, 공시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매수방식이나 양도인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센트럴바이오는 최대주주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바른테크놀로지를 오래 보유하지 않습니다. 14개월 후인 2020년 8월 매입가보다 낮은 60억원에 유상증자로 참여해 인수했던 1000만주 전량을 매각합니다. 그런데 바른테크놀로지 지분을 사간 곳이 에이뷰글로벌(600만주)과 HJH홀딩스(400만주)이었습니다. 에이뷰글로벌은 신영선이란 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본금 5억원짜리 회사이고 자산총액도 5억원 남짓한 소기업이었는데, 자력으로 수십억원을 동원할 능력은 없어 보였습니다. 바른테크놀로지 지분 인수를 위해 증자를 한 흔적도 없습니다. 센트럴바이오로부터 바른테크놀로지 주식 400만주를 사간 HJH홀딩스는 메가바이오랩이 이름을 바꾼 한종희씨의 회사였죠.


상지카일룸도 센트럴바이오이던 시절의 중앙첨단소재에 투자한 과거가 있습니다. 2020년 9월 센트럴바이오가 발행한 전환사채 88억원을 일리아스라는 곳이 전량 인수하는데, 그 중 50억원을 상지카일룸이 다시 사갑니다. 나머지 물량도 당시 상지카일룸이 주주이던 리더스기술투자(현 플루토스) 및 상지카일룸 관련 인물들이 매입합니다. 상지카일룸은 콜옵션을 행사해 센트럴바이오 전환사채 72억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하죠.


센트럴바이오의 지분 매각으로 바른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는 엔비알컴퍼니로 바뀌게 됩니다. 엔비알컴퍼니는 2019년말 1000만주의 유상신주를 인수하고, 40만주를 센트럴바이오로부터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죠. 센트럴바이오에서 엔비알컴퍼니로 평화로운 정권교체로 보입니다. 당시 엔비알컴퍼니는 자본금 5000만원에 자산총액은 7100만원인 아주 작은 회사였고, 최대주주는 이경미(40%)씨, 대표이사는 김장종씨였습니다.


바른테크놀로지는 최대주주가 바뀐 후 릭스솔루션으로 상호변경을 합니다. 센트럴바이오도 2021년 3월 63억원의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에이치에프네트웍스로 바뀌고 상호를 중앙디앤엠으로 변경합니다. 윤선애(31%), 한성호(18%), 민경선(30%), 한방호(12%) 등이 1억원에 설립한 에이치에프네트웍스는 한성호 외 1인에게 63억원을 차입해 센트럴바이오의 신주를 인수합니다.


최대주주와 상호가 모두 바뀌었어도 세 회사의 관계가 끊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상지카일룸은 2021년 3월 릭스솔루션(현 광무)이 발행한 전환사채 75억원을 인수해 줍니다. 또 중앙디앤엠(구, 센트럴바이오, 현 중앙첨단소재)은 상지카일룸의 160억원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오정강 대표가 아틀라스팔천을 통해 릭스솔루션과 중앙디앤엠 지분 취득에 나선 게 엔켐의 상장 직후인 2021년 12월이잖아요. 당시 릭스솔루션은 엔비알컴퍼니가 반대매매로 지분을 잃고 신설조합인 스트라타조합이 65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로 최대주주가 되었을 때입니다. 스트라타조합은 최대주주가 된 후 릭스솔루션의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과 1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는데요. 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게 아틀라스팔천이고, 유상증자를 할 때 이미 아틀라스팔천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아틀라스팔천은 유상증자대금 100억원 중 99억원을 오정강 대표와 엑시옴파트너스에서 차입하는데요. 엑시옴파트너스의 정체는 2022년말까지 중앙첨단소재 지분 6.72%에 해당하는 전환사채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고, 상지카일룸의 2대주주이기도 했던 스카디홀딩스를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원래 이름은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인데, 최기보씨의 토이랜드, 한종희씨의 HJH홀딩스와 특수관계로 묶여 있던 곳이죠. 오정강 대표가 과거 센트럴바이오와 상지카일룸, 릭스솔루션(바른테크놀로지)과 밀접한 인물들과 인연을 맺고 광무와 중앙첨단소재 인수를 추진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언급되지 않은 중요 인물이 한분 더 있습니다. 엑시옴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분이 강민수씨이고, 최대주주는 송현주씨인데, 송현주씨는 최기보씨가 대표를 맡은 토이랜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했고, 강민수씨는 상지카일룸과 중앙디앤엠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려다 빠진 클라우스홀딩스의 대표이기도 했는데요. 클라우스홀딩스의 최대주주인 변은창이라는 분은 2019년 11월부터 바른테크놀로지(현 광무)의 사내이사로 활동합니다.


그런데 변은창씨는 최기보씨와 맥쿼리증권에서 약 4년간 한솥밥을 먹은 사이이고 최기보, 송현주씨 등과 함께 2016년에 서울리거를 인수한 주역이었습니다. 또 한때 코스닥 상장사 에이씨티(현 협진)의 사실상 최대주주이기도 했는데, 당시 에이씨티 경영진에는 상지카일룸 대표 출신의 한종희씨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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