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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돔을 투자처로 한 디에이테크놀로지와 오아시스홀딩스의 연대는 처참한 실패로 끝납니다. 오아시스홀딩스가 디에이테크놀로지에 지분을 매각한 2018년부터 위즈돔이 급격한 내리막길로 치닫습니다. 사실 매출이 급격한 변동은 없었습니다. 코로나 영향인지 2020년에 주춤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반등해 오히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통근버스 운영사업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매출 증가가 왜 이렇게 더뎠을까 싶습니다. 2011년 SK그룹 통근버스 운영을 시작한 위즈돔은 2013년에는 한화그룹, 2015년에는 CJ그룹, 2017년에는 카카오, 2018년에는 SK하이닉스, 2019년에는 KDB산업은행으로 고객사를 늘려 나갔습니다. 이후에도 인천국제공항, 한국타이어그룹, 서울아산병원, 삼성SDS 등이 고객명단에 추가됐고 경기프리미엄버스 10개 노선 36대를 수주합니다. 매출처와 사업영역 확대에 비하면 매출증가는 매우 점진적입니다.



진짜 문제는 재무상태표가 붕괴됐다는 겁니다. 위즈돔의 자산총계는 2018년말 323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 이하 같음)에서 2019년 156억원으로 반토막이 나는데요. 순자산은 2018년에 먼저 급감합니다. 오아시스홀딩스 대신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주주로 들어온 해입니다. 이듬해에는 순자산이 고작 13억원뿐이었습니다. 부채는 100억원이 넘었죠.


매출이 잘 버티고 있는데 순자산이 급감하는 경우는 유상감자를 했거나 적자가 누적됐거나 둘 중 하나인데요. 위즈돔은 후자의 경우입니다. 매출이 증가되는 와중에도 이렇다할 이익을 내지는 못했는데, 2017~2019년 3개년에 합계 92억원의 적자가 발생합니다. 영업에서도 적자가 났지만, 2017년부터 갑자기 늘어난 금융비용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3년간 금융비용이 67억원에 달했죠. 부채비율은 1106%까지 치솟았습니다.


2016년에 40억원, 2017년에 204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이 결손의 씨앗이 됐습니다. 오아시스홀딩스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하게 된 기가레인 인수 등 본업과 관련없는 투자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반면에 금융비용은 꼬박꼬박 발생했던 것이죠. 위즈돔이 발행한 전환사채의 표면금리는 1%였지만 실질이자인 상환보장수익률은 11%에 달했습니다. 주식으로 전환된 전환사채가 없으니 전부 고금리로 상환되었겠죠.


디에이테크놀로지가 2018년 10월에 위즈돔 지분 26%를 매입한 가격이 380억원이었죠. 추가 매입분까지 하면 28.04%를 409억원에 샀습니다. 위즈돔의 기업가치로 무려 1460억원을 책정한 셈입니다. 위즈돔의 가치를 지나칠 정도로 부풀렸다고 볼 수 있는데, 디에이테크놀로지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죠. 매입대가를 거의 전부 주식과 전환사채로 지급한 셈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디에이테크놀로지는 한상우 대표 및 오아시스홀딩스 등과 손실보전계약을 맺고, 그들이 받은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담보로 잡았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위즈돔에서 손실을 입게 되면 주식과 전환사채로 보전 받기로 한 겁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위즈돔 지분에서 178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합니다. 기업가치 1460억원짜리 회사의 순자산이 43억원에 불과하고 결손금도 수십억원에 달했으니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서는 손상인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손상차손은 2019년에도 80억원, 2020년에 약 35억원, 2021년에 약 2억5000만원, 2022년에 약 2억2000만원 등 꾸준히 발생합니다.


 손상차손에 지분법 손실이 더해지면서 디에이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위즈돔 지분의 장부가액은 90억원으로 감소합니다. 아리온테크놀로지가 보유하던 5만3000주 등을 넘겨 받아 지분율은 31.04%에 달했죠.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022년 10월에야 위즈돔 지분 전부를 장부가액 그대로인 9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약 13%의 지분은 그해 30억원에 매각하고, 나머지 약 18%는 지난해 5월 60억원에 팔아치웁니다. 400억원 이상을 주고 산 지분을 90억원에 처분했으니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입은 손실이 어마어마하죠.


손실보증계약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한상우 대표에게서 디에이테크놀로지 보통주 약 102만주를, 오아시스홀딩스에게서 340만주를 회수했지만, 340만주는 오아시스홀딩스의 법인세 체납으로 국세청에 인계되었죠. 전환사채 대부분은 2차 담보권자여서 담보권 실행이 어려웠습니다. 보증계약을 통한 회수액은 2020년에 약 23억원, 2022년에 약 9억5000만원에 그쳤습니다.


모 일간지는 한상우 대표와의 인터뷰를 빌어,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위즈돔 투자에 대해 기업사냥꾼이 유망 스타트업 탈취를 시도한 사건이라고 하더군요. 손실보증계약은 기업 탈취를 위한 덫으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한상우 대표는 오아시스홀딩스의 최기보씨와 먼저 손을 잡고 기가레인과 오이코스를 인수하는 등 이미 기업사냥의 세계를 경험한 후였고, 디에이테크놀로지의 투자는 대부분 오아시스홀딩스의 지분을 양도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아시스홀딩스와 한상우 대표가 위즈돔 지분을 디에이테크놀로지에 양도하면서 오아시스홀딩스는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실상 지배주주의 지위를 갖게 됩니다. 위즈돔 지분을 양도하는 대신 디에이테크놀로지 유상신주 6.51%(100억원)와 전환사채(243억원) 잠재지분율을 포함해 17.35%의 유효지분율을 확보했잖아요. 이때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는 한창 라임펀드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에스모였는데요. 지분율이 16.9%였습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2018년 10월 디에이테크놀로지 지분을 취득했을 당시에는 주식 대량보유 공시에 단순히 '주주'라고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1주일 뒤에 '사실상 지배주주'로 정정공시를 합니다. 물론 보유목적도 경영참가였습니다.


또 위즈돔 지분거래 직후 열린 디에이테크놀로지 임시주주총회에서 한상우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되어 경영에 참여하게 되고, 이때 위즈돔이 인수했던(오아시스홀딩스가 주도했을) 기가레인의 부사장 윤윤중씨도 함께 사내이사가 되고, 에이씨티(현 협진)의 사내이사인 켈빈 우(Kelvin Wu)가 사외이사에 선임되는데요. 켈빈 우는 에이젠생명과학에서 에이씨티를 인수한 AID그룹 회장이었고, AID그룹이 에이씨티를 켈리인베스트먼트로 2020년에 매각하는데요. 켈리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인 에브뉴컨설팅은 최기보씨와 막역한 변은창씨가 100% 출자했고 윤윤중씨가 대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사실 AID그룹이 에이씨티를 인수할 때부터 최기보씨 관련 인물들이 개입돼 있었습니다. AID그룹과 에이씨티를 공동인수한 게 켈리인베스트먼트였고, 또 다른 공동인수자 비엘인베스트먼트도, 중앙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지냈고, 광무의 최대주주였던 제이앤에스컴퍼니의 지분 30%를 보유했던 우태경씨가 100% 출자한 회사였거든요.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위즈돔은 72억원의 매출에 16억원의 순손실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다른 루트를 통해 입수한 바에 따르면 2022년 연간 매출액은 98억원이었고,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외부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은 지난해 위즈돔이 7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3년 뒤 76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죠. 지난해 매출이 무려 8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위즈돔은 지난해 SK하이닉스 스마트통근서비스, 현대중공업 울산 스마트통근서비스, 천안산업단지 스마트통근서비스 운영을 새로 시작했고, 광역버스예약플랫폼(MiRi App) 버전3를 런칭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매출 증가의 개연성이 충분히 인정되기는 하는데, 과거 고객 확대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증가가 미진했던 점을 생각하면, 과연 8배 가까운 매출 폭증을 설명할 정도인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을 테고요. 750억원의 매출이 가능한 보다 현실적인 배경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위즈돔에 새로운 대규모 투자자금이 유입됐고, 그 자금으로 상당한 매출이 발생하는 자회사를 인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순전히 근거 없는 상상의 나래일 뿐입니다.


한편, 위즈돔에는 기타로 묶여 있는 숨겨진 주주들이 있었는데요. 투자성과가 일관성이 없습니다.광무도 그 주주 중 하나인데 2021년초에 10억원어치를 취득한 후 전액 평가손실을 인식했다가 지난해 전량 처분했습니다. 반면 비상장사 디알자산관리는 언제 취득했는지 모르지만 약 96억원에 8.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21년말 그 지분의 순자산가액이 고작 1억4000만원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처분해 무려 35억원 이상의 처분이익을 보고했습니다.


비상장 건설사인 지엘건설은 2021년에 위즈돔 지분을 2억5000만원어치 취득했는데, 그해 말 2억5000만원의 평가이익을 인식했고 지난해 약 18억원어치의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렘은 지난해 위즈돔 지분 0.85%를 5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분율 100%로 환산하면 기업가치 588억원을 인정해 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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