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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아이텍의 자회사 삼성메디코스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퀀타피아의 입찰에 참여하는 결정은 삼성메디코스나 아이텍 경영진의 판단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경영진은 경영을 잘하는 게 우선의 역할이죠. 망할지도 모르는 회사를 인수하려는 데에는 지배주주 또는 실소유주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텍의 지배주주 최현석씨는 한국줄기세포와 원진성형외과 박원진 원장이 아이텍을 접수할 때 전환사채를 인수한 재무적 투자자 중 하나였죠. 처음엔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목적의 취득이라고 신고지만, 다른 재무적 투자자와 달리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최대주주가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줄기세포와 박원진씨는 경영권을 뺏긴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이텍의 인수 주역은 처음부터 따로 있었을 지도 모르죠.


한국줄기세포는 아이텍을 인수할 당시 바이오빌의 자회사였고, 젬백스가 바이오빌의 최대주주에서 물러난 다음이었죠. 하지만 아이텍을 인수하고 약 7개월 뒤, 한국줄기세포뱅크는 젬백스의 자회사 삼성제약에 인수되죠. 삼성제약이 한국줄기세포에 팔았던 삼성메디코스는 아이텍이 사오고 말이죠. 만약 아이텍이 젬백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가정하면, 삼성메디코스-한국줄기세포-젬백스의 연결 고리가 다시 이어지는 셈이네요.



2018년 6월 박원진씨와 한국줄기세포뱅크는 아이텍의 최대주주 유남영외 2인과 신주발행을 통한 경영권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아이텍이 발행한 65억원 상당의 약 106만주(주당 6112원)를 인수합니다. 박원진씨는 11.02%, 한국줄기세포는 5.64%의 지분을 갖게 되죠. 유남영 외 2인의 보유주식 약 260만주(48.94%)는 체리힐1호투자조합 외 3인으로 주당 1만4409원, 총 375억원에 매각됩니다. 한국줄기세포뱅크 등이 인수한 신주 발행가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이죠. 투자조합들은 단순한 투자자들로 보입니다. 나무제12호조합은 주당 1만7000원에 대부분 주식을 매각했고, 다른 조합들은 주식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하고 해산합니다.



진짜가 나타난 건 신주와 함께 발행한 4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투자자들입니다. 사모로 발행된 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모두 11개사인데, 이중에는 박원진씨와 그의 회사인 원진바이오에이치씨, 젬백스의 최대주주이자 김상재씨가 실소유주인 젬앤컴퍼니가 참여합니다. 한국줄기세포뱅크와 젬백스와 관계를 생각하면, 아이텍 인수에 젬백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25억원을 투자한 와이즈얼라이언스는 골프의류회사 크리스에프앤씨 우진석 회장의 가족회사입니다. 우진석 회장은 2018년초 젬백스의 계열사인 젬백스테크놀로지(현 플래스크)가 발행한 13회차 전환사채 50억원을 인수해 젬백스와 관계를 맺은 곳이었죠. 같은해 4월에도 한국줄기세포뱅크가 화장품업체 스킨앤스킨의 최대주주가 될 때 스킨앤스킨이 발행한 전환사채 20억원을 인수했습니다. 아이텍의 현 최대주주인 최현식씨도 전환사채 투자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의 회사 포틀랜드아시아가 5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인수했죠.


그런데 박원진씨는 원진바이오에이치씨에서 인수한 전환사채는 한달만에 매도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인수한 전환사채도 2019년 2월에 원진바이오에이치씨를 거쳐 전량 매도합니다. 경영권 지분으로 인수한 신주도 2019년 9월과 10월에 전부 팔아치우죠.


아이텍을 인수한 뒤 새로 구성된 경영진에도 박원진씨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한국줄기세포뱅크 이사 권순렬씨, 포틀랜드아시아 대표이사 이장혁씨가 사내이사로 선임되죠. 또 포틀랜드아시아의 주인이면서 감사를 맡고 있던 최현식씨가 아이텍의 감사로 합류합니다.


잼앤컴퍼니는 인수한 전환사채를 한국줄기세포뱅크에 전량 넘기고, 한국줄기세포뱅크는 어떤 개인에게 그 전환사채를 재차 넘깁니다. 젬백스도 가세해 장외에서 전환사채를 대량으로 매입한 뒤 개인과 법인에게 곧바로 매각합니다. 2019년 들어서는 한국줄기세포뱅크와 젬백스가 함께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대부분 매도하죠. 한국줄기세포가 삼성메디코스를 180억원에 아이텍에 매각한 게 2019년 1월인데요. 그후 보유 지분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대로 최현식씨와 포틀랜드아시아는 2019년 9월부터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장내외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죠. 이후에도 전환사채 인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장내매입을 통해 꾸준히 지분율을 높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포틀랜드아시아가 시간외 매매로 최현식씨에게 지분을 넘겼죠.


최현식씨는 필링크(현 포니링크)의 부회장을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원 명단에서 최현식씨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필링크의 전환사채 등에 투자한 내역만 있을 뿐이죠. 임원은 아닌데, 부회장이었던 모양이죠? 그런데 필링크는 2017년에 젬백스테크놀로지가 최대주주가 되었고, 2021년부터는 젬백스가 최대주주입니다. 김상재씨도 필링크의 대표이사를 지냈죠.



전환사채 투자자 중 스톤브릿지유니온도 필링크의 최대주주였습니다. 젬백스에게 경영권 지분을 매각한 게 스톤브릿지유니온이었습니다. 또 우진석 회장이 이끄는 크리스에프앤씨의 현재 최대주주는 우회장(5.96%)과 아내 윤정화씨(20.80%), 그리고 가족회사인 와이즈얼라이언스(12.93%)이지만, 2021년까지는 크리스에프앤씨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였습니다. 그런데 크리스에프앤씨인베스트먼트는 필링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죠. 결국 젬백스의 증손회사쯤 되는 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젬백스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김상재씨, 크리스에프앤씨 우진석 회장, 필링크의 부회장을 지냈으며, 아이텍의 현재 최대주주로 삼성메디코스를 인수한 최현식씨는 보통 관계가 아닌 듯 싶은데요. 다음에 한번 탐구해봐야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현식씨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김상재씨가 2008년 인수했고, 한국줄기세포뱅크를 인수했던 베리앤모어에서의 일입니다.


김상재씨는 2008년에 배리앤모어와 젬백스를 인수한 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한국줄기세포뱅크를 두 회사가 나누어 인수하게 하는데요. 베리앤모어 지분은 그해 전량 처분했고, 베리앤모어는 2010년에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을 매각하죠.


김상재씨의 지분 매각으로 2018년 4월에 배리앤모어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사람은 대표이사였던 김강수씨인데요. 갑자기 최현식씨가 장내매수로 21.59%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경영참여를 선언합니다. 경영권 싸움이 벌어진 거죠. 주가가 급등합니다.


최현석씨측은 법원의 허가를 열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합니다. 최현석씨는 베리앤모어 현 경영진 전원 퇴진과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을 내걸고 위임장까지 뿌리죠. 그런데 회사가 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주주명부를  확인해 보니 최현석씨는 보유 지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반전은 또 생깁니다. 임시주주총회가 한달가량 연기되고 주주명부를 다시 확인해 보니, 사라졌다던 최현석씨 지분이 그대로 다 있는 겁니다. 회사가 명부 확인을 잘못했으면 정정공시를 할텐데 그런 일은 없었고요. 최현석씨의 지분신고 상으로는 주식을 팔았다 샀다는 흔적도 없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죠.


최현석씨는 주주총회에서 완패하고, 2019년말에 장내 매도를 통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죠. 이후 회사는 인터브로라는 곳이 유상증자 참여로 최대주주가 되지만, 인터브로 내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해 배리앤모어 주식이 전부 사라지고, 베리앤모어는 확실한 주인이 없이 2년여를 버티다 2011년 상장폐지 수순을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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