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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회장이 오너가 된 후 무궁화신탁은 사업확장에 광폭 행보를 보입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인수합병(M&A)이었습니다. 2017년초 리츠업계 5위권인 케이리츠앤파트너스(현 케이리츠투자운용)를 인수했고, 케이리츠를 통해 JS자산운용 지분을 사들입니다. 또 7월에는 회생계획으로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삼부토건과 KB증권이 내놓은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뛰어듭니다.


삼부토건은 그해 6월 본입찰에서 디에스티로봇(현 휴림로봇)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고, 삼부토건은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해 100억원 한도에서 삼부토건 지분을 직접 취득할 예정이었는데, 컨소시엄의 일원인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에 LP로 참여하는 것으로 투자방식을 바꿉니다. 디에스티컨소시엄은 60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와 삼부토건 전환사채 228억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삼부토건과 본계약을 체결하죠.


삼부토건의 유상증자에 디에스티로봇이 200억원, 이화그룹의 계열사 이아이디가 100억원, 무궁화신탁이 LP인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가 100억원 규모로 참여하는데요. 무궁화신탁은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의 유일한 LP였습니다. 무궁화신탁이 펀드에 출자한 총액이 102억원이었거든요. 삼부토건의 주주명단에는 무궁화신탁이 없고, 무궁화신탁의 당시 감사보고서에도 삼부토건 지분 보유 사실이 나오지 않지만, 무궁화신탁은 디에스티로봇에 이은 삼부토건의 2대 주주로 나섰던 셈입니다.



디에스티로봇은 동부그룹 계열사였다가 2015년 3월에 최대주주인 동부씨엔아이와 김남호씨(현 DB그룹 회장) 등이 지분을 111억원에 매각하면서 중국 디신통그룹 계열사인 베이징링크선테크놀로지로 변경된 후였습니다. 디신통그룹은 중국의 휴대폰 판매점 체인회사였고 베이징링크선은 설립자본금이 89억원 정도인 신설회사로 자산총액이 110억원 남짓이었습니다. 휴대폰 판매회사가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동부로봇을 인수한 것도 이상하거니와 베이징링크선의 지분 37.4%를 출자한 숨은 2대 주주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삼부토건 인수에 뛰어들 때 디에스티로봇은 최대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어수선한 상황이었고 자산규모는 400억원 정도여서 삼부토건을 인수할 만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산업용 로봇과 토목건설업 사이에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무궁화신탁은 달랐죠. 삼부토건 소유였던 르네상스호텔 매각 주관을 맡았던데다 부동산신탁업자였고, 케이리츠를 인수하면서 종합부동산회사로 확장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마침 한국토지신탁이 동부건설을 인수하면서 부동산신탁업자들이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분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무궁화신탁이 왜 건설업과는 거리가 먼데다 최대주주가 중국회사인 디에스티로봇과 편을 먹은 것인지 미스터리(차라리 동부그룹과 삼부토건이 전 주인들과 무궁화신탁이 손을 잡았다고 하면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은데요. 참고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삼부토건의 마지막 최대주주는 동부생명보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자가 디에스티로봇으로 결정된 직후 동부생명보험과 특수관계자인 라마다오션프로젝트가 보유지분 전량을 장내매도합니다)입니다.


무궁화신탁이 디에스티로봇과 함께 삼부토건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2017년 7월 18일, 이사회는 또 다른 회사의 인수를 결정하는데요. 바로 현대자산운용입니다. 직접 투자 방식은 아니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가 현대자산운용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키스톤금융산업 제1호PEF에 100억원 한도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죠.


케이리츠, 삼부토건, 현대자산운용의 인수는 모두 직접투자가 아닌 사모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케이리츠도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웰투시사모투자합자회사에 출자하는 방식이었거든요. 무궁화신탁은 웰투시PEF에 50억원,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에 100억원,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에 102억원 등 2017년에만 인수합병에 252억원을 투자했는데요. 그해 초 무궁화신탁의 전체 자산이 370억원이었습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40억원의 단기차입까지 했으니 얼마나 공격적인 투자였는지 짐작할 만합니다.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는 370억원 규모로 조성되었습니다. 무궁화신탁 외에 참여한 LP로는 일본의 금융회사 오릭스코퍼레이션(100억원), 국내 타이어금융 1위였던 유가증권 상장사 세화아이엠씨(100억원) 그리고 삼부토건 인수의 동지 디에스티로봇(70억원)이 포함됐습니다. 삼부토건 인수와 현대자산운용 인수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같은 날 열린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무궁화신탁이 디에스티로봇의 삼부토건 인수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당시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에 기사가 있었는데요. 각자의 M&A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는 거였습니다. 무궁화신탁이 삼부토건 인수를 도와주고, 디에스티로봇이 현대자산운용 인수를 도와주는 관계였던 모양입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접점을 찾기 어려운 디에스티로봇과 무궁화신탁이 서로의 M&A에 발 벗고 나서 줄 정도로 혈맹이 된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무궁화신탁이 삼부토건 지분(정확히는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 출자지분)을 보유한 기간은 길지 않습니다. 2018년 4월 매각 결정을 하거든요. 디에스티로봇이 삼부토건 천길주 대표이사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직후였습니다. 무궁화신탁 뿐 아니라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인 디에스티로봇도 지분을 철수하기로 합니다. 무궁화신탁이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를 디에스티로봇에 원금 102억원에 매각하고, 디에스티로봇은 자신의 삼부토건 보유지분과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 지분 전부를 코스닥 상장사 우진에 매각하기로 하죠.


무궁화신탁의 펀드 지분 매각은 계획대로 이루어졌지만, 삼부토건의 경영권 매각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진이 최대주주가 된 후 삼부토건 경영진과 분쟁이 생겼고, 우진의 우군에서 이탈자가 생기면서 디에스티로봇이 다시 최대주주가 되죠. 디에스티로봇은 휴림로봇으로 이름을 바꾸고 2022년 지분 전부를 장내 매도할 때까지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였습니다.


무궁화신탁은 디에스티글로벌파트너즈PEF 지분을 디에스티로봇에 매각하는 대신 디에스티로봇이 보유한 70억원어치의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 지분을 취득합니다. 오릭스코퍼레이션이 보유한 100억원의 펀드 지분도 매입하기로 하죠. 현대자산운용이 무궁화신탁의 100% 자회사가 되는 건 2019년 6월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참 전부터 사실상의 지배주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에스티로봇 외에 무궁화신탁을 도운 또 하나의 국내 회사 세화아이엠씨는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참여하기 위해 150억원의 제3회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이 전환사채를 가장 많이 인수한 곳이 이화그룹 계열사 이아이디였죠. 디에스티로봇의 삼부토건 인수와 무궁화신탁의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이아이디가 모두 관여한 셈입니다.


세화아이엠씨는 당시 최대주주인 유동환 부회장이 얼라이컴퍼니라는 곳으로 지분을 매각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16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해 디아젠이라는 진단키트 개발업체를 인수하죠. 현대자산운용 인수 참여, 최대주주의 교체, 디아젠 인수가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대주주가 바뀌는 2018년 3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감사의견 거절과 전직 임직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게 된 겁니다. 전 최대주주는 구속기소되고, 회사는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 지분과 디아젠 지분을 매물로 내놓습니다. 이중 키스톤금융산업제1호PEF 지분을 매입한 곳은 당연히 무궁화신탁이었습니다.


세화아이엠씨는 오랜 기간 주권 거래가 정지되었다가 2020년 5월이 되어서야 상장유지 결정이 내려지는데요. 그 사이 얼라이컴퍼니의 지분 매각과 1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다시 우성코퍼레이션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아이디도 주권거래가 재개된 당일 장내매도로 보유지분 전량을 팔아 치우고 얼라이컴퍼니를 이어 세화아이엠씨에서 퇴장합니다.



얼라이컴퍼니와 우성코퍼레이션은 모두 세화아이엠씨를 무자본 인수했습니다. 우성코퍼레이션의 경우 상상인저축은행에서 77억원을 14%의 금리로 빌렸죠. 결국 우성코퍼레이션도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2021년 7월 이브이첨단소재가 세화아이엠씨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됩니다. 상호도 지금의 다이나믹디자인으로 이때 바꾸죠.


당시 이브이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에스엘바이오닉스(현 에스엘에너지)였고, 지금의 최대주주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인데요. 에스엘에너지는 코스닥위원회의 상장폐지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신청을 해 놓고 감자와 유상증자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그런 에스엘에너지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를 통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모두 기업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진 온성준씨가 실질 지배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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