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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합체'의 개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회계적으로 하나의 연결 실체로 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다만, 어느 회사가 다른 회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두 회사가 하나의 사업을 절반씩 나누어 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을 하는 것입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이 '연결을 했다'고 하지 않고 굳이 '셀트리온 합체'란 표현을 쓴 것은 그 목적이 연결회계의 목적과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당연히, 셀트리온의 제조와 헬스케어의 판매를 묶어서 보아야 이 사업이 순항 중인지 난항 중인지 알 수 있고요. 둘째로는 사업상 하나인 회사가 둘로 나뉘어 짐으로써 현금흐름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두 회사의 재무제표를 이렇게도 붙여보고 저렇게도 붙여보고 합니다.
굿 뉴스와 배드 뉴스는 서로 묶여 있습니다.
셀트리온 형제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요약하면, 굿 뉴스 하나와 배드 뉴스 하나가 있었습니다. 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반기 매출이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었다는 것이고, 후자는 셀트리온 합체의 재고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 셀트리온 매출이 줄었다거나 헬스케어의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거나 하는 정보들은 각각의 회사에 매우 중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가치를 두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실적(performance)' 보다는 '결정(decision)'에 더 가깝습니다. 둘 다 완제 의약품 재고를 셀트리온 몫으로 둘 것이냐, 헬스케어 몫으로 넘길 것이냐의 정책적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으니까요.
굿 뉴스와 배드 뉴스는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헬스케어의 매출은 셀트리온 형제가 영위하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경쟁력을 의미하니, 사업의 지속성을 알려줍니다. 재고증가는 사업상 한 몸이면서 회사를 둘로 나눈 전략의 지속가능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헬스케어의 매출이 충분히 커서 그로 인한 현금흐름으로 두 회사가 먹고 살고도 남음이 있다면, 셀트리온 형제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지속 가능할 뿐만 아니라 회사를 둘로 나눈 전략도 유지 가능하겠죠. 그러나 헬스케어의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여전히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헬스케어는 외부 자금을 조달해 셀트리온에 공급함으로써 셀트리온의 실적을 포장하는 역할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서정진 회장 등 최고경영층이 셀트리온의 실적을 있는 그대로의 민 낯으로 공개하기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말입니다.
헬스케어의 재고부담은 곧 헬스케어가 짊어진 외부자금 조달의 부담을 의미하며, 셀트리온 실적에 대한 포장의 두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셀트리온 실적을 인위적으로 좋게 보이게 하려면 그 만큼 헬스케어의 재고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외부자금 조달의 필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의 크기가 곧 외부자금 조달의 필요를 의미한다면, 재고자산과 매입채무(또는 셀트리온 매출채권)의 차이는 이미 조달한 외부자금을 뜻하고, 매입채무(셀트리온 매출채권)는 추가 조달의 필요성을 의미하게 됩니다. 물론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헬스케어가 의약품을 팔아 창출한 이익을 매입대금으로 사용해 왔으니까요.
올해 두 몸 전략이 변곡점을 맞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올해 2019년은 셀트리온이 고수해 온 두 몸 전략(또는 헬스케어 독박 전략?)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는 해로 기록될 지 모르겠습니다. 일시적인 변화일지, 아니면 새로운 기조적인 흐름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최고경영층이 완제 의약품 재고를 헬스케어에 덜 밀어내는 대신에 셀트리온에 쌓는 선택을 했으니까요.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대(期待)이고 다른 하나는 타협입니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그리고 주사제 램시마인 램시마SC 등 셀트리온의 주력 바이오시밀러들이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빠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다면, 그로 인해 헬스케어의 영업 현금흐름이 크게 증가해서 셀트리온의 재고를 헬스케어에 밀어내지 않고도 셀트리온의 실적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선택은 기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피 엔딩이죠.
여기에 근거가 되는 것이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미국시장 출시입니다. 트룩시마와 허쥬마는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죠. 유럽시장 보다 큰 미국 시장에서 두 의약품이 약진하게 된다면, 기존의 램시마와 함께 탄탄한 3대 축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둘쭉날쭉하던 헬스케어 매출이 안정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삼성증권은 올해 램시마의 매출이 6000억원, 2020년에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룩시마는 3000억원대 중후반을, 허쥬마는 올해 2000억원, 내년에 3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트룩시마 보다는 허쥬마의 매출 신장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모양입니다. 예상대로 된다면, 헬스케어는 올해 약 1조2000억원 근방, 내년에 약 1조4000억원 근방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삼성증권의 예상이 자체 분석과 전망에 의한 것인지, 셀트리온 측의 정보를 받아 일부 수정을 가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후자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정도의 매출을 올렸을 때 헬스케어의 재고 부담을 키우지 않고도 셀트리온의 실적이 호전되거나 최소한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분석이 크게 어려울 것은 없지만, 본 기사의 맥락을 넘어서는 것이라서 일단 넘어갑니다.
타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헬스케어의 매출이 빠르게 늘지 않아도 더 이상 헬스케어에 재고 부담을 일방적으로 지우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시점입니다. 셀트리온에 이어 2017년 헬스케어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이 되었을 상황이 왔습니다.
헬스케어를 계속해서 비상장회사로 유지했다면 모를까, 기왕에 상장을 한 후에는 헬스케어 주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 어렵습니다. 2년이면 오래 참아 준 거라고 봅니다. 아니~ 웃기잖아요? 엄연히 주주가 다른 별개 회사라면서요. 그런데 한 회사가 열심히 팔아서 번 돈 전부를 다른 회사에 주고, 자기는 밖에서 차입을 하거나 추가로 출자를 받아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만사 오케이겠지만, 시장이 바보가 아닌 다음 에야 그럴 리는 없을 것이고, 설립 초기에 투자했던 외국의 뭉칫돈이 회수에 나서는 것도 불안감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하죠. 헬스케어 주주들이 합병을 요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만 당할 순 없다'는 심리 때문일 것입니다. 일부 소액 주주들이 독한 맘 먹고 헬스케어 이사회에 '배임'을 따지고 들면 법리적인 이슈는 차치하고라도 그 갈등이 쉽게 수습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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