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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과 미국 포드자동차의 합작 생산법인인 블루오벌SK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62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유상감자를 실시했습니다. 원화 약 9조원에 상당하는 규모입니다. 111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했던 블루오벌SK의 자본금은 약 49억달러(약 7조 2000억원)로 줄었고, 블루오벌SK의 주주인 SK온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에는 감자총액의 절반인 31억 4000만달러, 약 4조 5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었습니다.
SK온은 블루오벌SK의 유상감자 사유로 해외 투자자본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본 재배치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해외의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동이 이루어졌을까요? SK온 연결실체에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조치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블루오벌SK는 지난해 12월 13일 미국 에너지부와 약 96억 달러(원화 약 14조원) 한도의 ATVM 대출 계약을 체결합니다. 12월 16일 SK온 이사회는 SK배터리아메리카에 대한 15억 달러의 대여기간을 올해 6월말로 6개월 연장하고, 블루오벌SK가 지난해 12월 19일 28억 8000만 달러(약 4조 1200억원), 올해 1월 15일 34억 달러(약 4조 9000억원)의 유상감자를 실시합니다. 그리고 1주일 후인 1월 22일 SK온은 SK배터리아메리카에 대여했던 12억 100만달러를 회수합니다. 원화로 약 1조 7000억원 정도 됩니다.
SK온이 SK배터리아메리카와 맺은 대여계약은 15억 달러 짜리와 6억 달러 짜리가 있었는데, 15억 달러는 전액 대여가 이루어졌고, 6억 달러짜리는 5억 3700만 달러만큼 대여가 이루어졌죠. SK배터리아메리카가 1월 22일 조기상환한 것은 15억 달러 중 6억 6400만 달러와 5억 3700만 달러입니다. 나머지 8억 3600만 달러도 올해 6월말 대여기간이 종료됩니다.

결국 블루오벌SK가 ATVM 대출로 실시한 유상감자 62억 8000만 달러 중 절반인 31억 4000만 달러를 SK배터리아메리카가 회수했고, 그 중 38%인 12억 100만 달러, 약 1조 6700억원이 SK온에게 유입된 셈입니다. 6월말 SK배터리아메리카가 나머지 8억 3600만 달러를 갚으면 모회사 SK온이 보강하는 현금유동성은 20억 3700만 달러, 약 2조 9000억원에 달합니다.
SK온은 지난해 9월말 이후에도 대규모 자금조달을 이어갔습니다. 10월에는 한국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보통주를 발행해 1조원을 증자했고, 11월에는 엠에스에너지제일차 등 유동화회사를 통해 보통주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1조 5000억원은 SK이노베이션이 신주 인수자들과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인수자 대부분은 장부상 회사(SPC)였습니다.
PRS계약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개월마다 고정 수수료를 장부상 회사 등에게 선지급하고, 장부상 회사 등이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3개월마다 정산합니다. 이익이나 손실 모두 SK이노베이션 몫이 되죠. 만약 계약만료일까지 주식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SK이노베이션이 주식 전부를 인수해야겠죠.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장부상 회사와 증권사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차명으로 SK온 주식을 인수한 것과 비슷합니다.

신주인수자 대부분이 자산유동화를 하는 장부상회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신주인수대금의 전부 또는 대부분은 어음(ABCP)이나 사채(ABSTB)를 발행해 조달되었고, 3개월마다 차환발행되고 있습니다. 신주인수대금을 제공한 것은 단기채권 투자자들이었던 셈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맺은 PRS계약의 만기는 2027년으로 맞추어져 있고,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어음이나 사채의 만기 역시 같습니다. SK온이 예정대로 2026년 중 기업공개(IPO)를 하면 이 주식들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고, 기업공개에 성공하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이 취득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SK온은 당시 유상증자의 목적을 전액 채무상환자금으로 적시했습니다. 출자와 대여로 약 8조원이 SK배터리아메리카를 통해 블루오벌SK에 묶여있는 동안 만기 도래한 차입금을 갚기 위해 단기채권시장을 활용한 유상증자를 했던 겁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증권사들이 SK온의 미래를 좋게 보고 신주인수에 몰려든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 증권사들은 위험을 전혀 지지 않는 수수료 영업을 했던 셈이죠. 이때의 신주발행가를 근거로 SK온의 기업가치가 32조원이라고도 했는데, 적절한 보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이루어진 또 하나의 SK온 구하기가 있었죠.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SK온이 흡수합병했습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을 수출∙입하는 회사이고, SK엔템은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의 탱크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이니 사업상으로 SK에너지와 어울리지만 SK온과 결합은 상당히 어색합니다. 사업상 시너지를 위한 합병으로 보기는 어렵고 순전히 SK온의 부실한 재무구조와 실적을 보강하고,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합병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특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2023년 기준으로 순이익이 4456억원에 이르고, 현금이 8800억원에 달해 적자와 현금부족에 시달리는 SK온에게는 맞춤형 합병과도 같았죠.
SK온이 SK배터리아메리카에서 회수한 대여금(6월말 회수예정인 8억 3600만달러 포함) 약 2조 9000억원, 지난해 11~12월 유상증자 1조 5000억원,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의 합병으로 생겼을 추가 현금 등은 SK온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3조 5000억원으로 책정한 시설투자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의 재원이 되어줄 것입니다. 아무래도 더 급한 건 차입금 상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9월말 현재로 보면, 연결실체 기준으로 총차입금이 20조원 정도 되는데, 약 10조원이 올해 9월말까지 만기를 맞습니다. SK온 개별실체 기준으로도 올해 9월말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이 약 4조원 정도 됩니다. 모회사나 자회사들이나 차입금 상환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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