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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회장이 2009년말 슈넬생명과학(현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되었을 때 지분율이 13.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김재섭 회장 부부가 팝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단돈 1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실상 57.75%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재섭 회장은 최대주주가 되기 전에 주주총회를 열어 한국슈넬제약에서 슈넬생명과학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제넥셀세인에서 에이프로젠을 25억원에 인수한 후, 당시 에이프로젠 대표였던 김호언씨를 바이오의약사업을 총괄할 사내이사로 선임합니다. 제넥셀메디칼(약 17억원), 청계제약(약 48억원)도 차례로 인수해 진용을 다시 갖춥니다. 제넥셀세인을 정점으로 하던 구조에서 슈넬생명과학이 새로운 정점이 된 셈입니다.
슈넬생명과학은 2009년부터 공격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섭니다. 2009년엔 김재섭 회장을 상대로 30억원 유상증자, 12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 공모발행, 큐더스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자들 상대의 4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어졌습니다. 2010년에는 약 64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이어 김재섭 회장이 40억원을 단독 출자했고,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공모 발행합니다. 또 2011년에는 김재섭 회장을 제3자로 배정해 55억원을 증자하고, 슈넬생명과학은 같은 금액을 에이프로젠에 증자해 줍니다. 2011년 9월 에이프로젠의 120억원의 유상증자도 슈넬생명과학의 몫이었습니다. 12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자금이 고스란히 에이프로젠 증자자금으로 투입되었습니다. 한달 후에는 산은캐피탈을 상대로 또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합니다. 총자산 600~700억원대의 회사가 3년간 무려 229억원의 유상증자와 34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했으니 정말 공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재섭 회장도 125억원을 투입했으니 큰 부담이었을 겁니다.

당시 에이프로젠은 사실상 이렇다할 매출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었고 연간 적자가 2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도 액면가 500원짜리 신주를 주당 2200원에 사줍니다. 김재섭 회장이 슈넬생명과학을 거쳐 에이프로젠에 출자하는 구조였지만, 에이프로젠 출자에 따른 위험은 상장사 슈넬생명과학의 몫이었죠.
슈넬생명과학이 에이프로젠이 개발하는 신약에 대해 독점 판매권을 갖는 기술도입계약도 이루어졌습니다. 레미케이드, 리툭산, 허셉틴의 국내 임상개발 및 사업화 권리 일체를 슈넬생명과학이 갖는 대신 선급기술료가 제공되었죠. 에이프로젠의 신약 개발과 관련된 임상시험비용을 슈넬생명과학이 부담하게 된 셈입니다.

슈넬생명과학은 2003년이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에이프로젠에 유상증자와 기술계약 등으로 자금지원을 하느라 등골이 휠 지경이었겠죠. 그래서인지 2012년 재무구조 개선을 한다면서 청계제약 주식 30만주(지분율 50%)를 75억원에 매각합니다. 매수인은 코스닥 상장사 동양텔레콤 부사장 민행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매각은 사실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청계제약 지분을 매각한 그날 슈넬생명과학은 동양텔레콤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 90억원 중 75억원을 직접 인수했고, 민행식은 청계제약 지분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상환담보로 슈넬생명과학에 제공합니다.
동양텔레콤은 바이오줄기세포사업으로 다각화할 목적으로 사채를 발행한 것이었고, 발행자금은 미래생명공학연구소㈜라는 회사의 지분매입(102억원)에 쓰였습니다. 또 미래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대표이사는 민행식 부행장이 보유하던 동양텔레콤 주식 600만주를 90억원에 사들입니다. 모두 같은 날 이루어진 거래입니다.

그런데 불과 두달 후인 2012년 3월 동양텔레콤이 대규모 투자손실에 따른 후유증으로 50% 이상 자본잠식과 감사의견 거절을 받게 되고 초고속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합니다. 슈넬생명과학은 담보권을 실행해 민행식에게 넘어갔던 청계제약 지분 50%의 소유권을 다시 보유하게 됩니다. 그렇게 청계제약은 다시 슈넬생명과학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하마터면 큰 손실을 입을 뻔했으니 김재섭 회장은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것입니다.
청계제약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 아니었고, 동양텔레콤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는 단순한 투자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동양텔레콤과 슈넬생명과학은 둘 다 재무구조가 부실했고, 동양텔레콤이 투자하려던 미래생명공학연구소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회사였죠. 김재섭회장은 카이스트 생명과학부 교수 출신으로 에이프로젠에서 항체의약품을 개발하고 있었고, 박세필 미래생명공학연구소 대표는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로 줄기세포 및 배아세포 전문가였습니다.
동양텔레콤은 2012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미래생명공학연구소는 미래셀바이오로 상호를 변경하고 한국카본, 바이온, 한국신소재 등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업화가 잘 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미래셀바이오은 지난해말까지 코스닥 상장사 바이온의 관계회사였는데, 바이온은 미래셀바이오에 대한 투자액 118억원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해 장부가액이 0원이더군요. 김재섭회장과 슈넬생명과학이 동양텔레콤과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미래생명공학연구소나 박세필 대표와도 이후 행적이 겹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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