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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현금흐름 창출에 있습니다. 최종의 가치가 결정되기까지 여러 가지 변수가 개입되지만, 그 변수들은 결국 그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금액으로 변환시키는 일을 할 뿐이죠.
가령 시장금리가 내리면 부동산 값이 오르죠. 부동산의 진정한 가치가 오른 게 아니고 돈 값이 싸진 것이죠. 똑같이 금리가 내리면 주가도 오릅니다. 기업의 가치가 커진 게 아니고 돈 값이 싸진 겁니다.
어떤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변하지 않고 매년 같아도 금리가 떨어지면 기업가치, 즉 주가는 오릅니다. 이론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게 기업가치인데,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데 사용되는 할인율이 일종의 금리와 같거든요.
영구성장률은 그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본연의 능력에 대한 평가지요. 그런데 이건 정말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습니다. 국내 다른 대기업의 기업가치 평가에서도 영구성장률은 대부분 1% 이상을 주지 않습니다. 0%로 가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솔직히 기업이 영구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정조차 현실적인 게 아니지요. 그러니까 영구성장률의 디스카운트는 당연한 겁니다.
웅진코웨이의 영구성장률을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로 가정한 것은 후하게 쳐준 겁니다. 당사자는 억울하다 할지 몰라도 말이죠.
이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할인율, 즉 가중평균자본비용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최종 기업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가중평균자본비용입니다.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채권자에게 내는 이자와 주주에게 내는 자기자본비용(배당금, 자사주 매입, 기타 주가관리 비용)을 차입금과 자기자본의 비중에 따라 평균한 금리를 말합니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타인자본비용이라고 부르고요. 이런 수식으로 결정이 되는데 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2년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CAPM이라는 자산가격결정모형으로 할인율을 산정했습니다. 이때 자기자본비용은 무위험수익률에 웅진코웨이의 위험 프리미엄을 더하게 됩니다. 위험이 높을수록 주주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만큼 자기자본비용이 올라가죠. 빚이 많아서 부도 위험이 높으면 타인자본비용 뿐 아니라 자기자본비용도 올라가고, 현금흐름이 들쑥날쑥 불안해도 자기자본비용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런 위험들은 모두 다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고 믿고 있지요. 실제로 그런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주가를 믿어도 되는 걸까요.
어쨌든 CAPM은 웅진코웨이의 위험을 주가의 흐름으로 추정합니다. 시장 전체 주가지수의 흐름에 반영된 위험을 1로 보고, 웅진코웨이의 주가 흐름과 주가지수의 흐름을 비교해 웅진코웨이의 상대적인 위험 값을 정하는데, 그걸 베타(ß)라고 부르죠. 시장보다 위험이 낮으면 베타는 1 미만이 되고 시장보다 위험이 높으면 1을 넘게 됩니다.
2012년 안진회계법인이 추정한 웅진코웨이의 자기자본비용은 11.7%였습니다. 주주들이 웅진코웨이에 투자해 그 정도의 수익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 값은 당시의 국채 10년물 금리인 3.6%에 웅진코웨이의 위험 프리미엄인 8.1%(시장위험프리미엄 10.8%×베타 0.74)를 더한 겁니다.
똑같이는 못하고요. 나름의 조정을 거쳐서 비슷하게 해 보겠습니다. 무위험수익률은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보통 씁니다. 웅진코웨이가 매물로 나온 시점을 올해 6월말로 잡고요. 그 당시 국채 10년물 금리는 1.6% 수준입니다. 시장위험 프리미엄도 안진회계법인과 마찬가지로 블룸버그를 활용하겠습니다. 블룸버그가 추정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최근 1년(2018.7.2~2019.6.30) 평균 위험프리미엄은 9.63%입니다.
문제가 베타(ß)입니다. 베타는 자본구조, 즉 부채와 자본의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론적으로는 목표 자본구조라는 걸 씁니다. 그런데 이게 참 모호한 개념입니다. 어떤 기업이 부채비율을 얼마로 할 것인지 목표를 잡을 수는 있지만 그게 달성가능한지, 언제 달성될 것인지 알 수 없잖아요? 사실상 허수입니다. 그래서인지 안진회계법인은 웅진코웨이의 유사기업을 선정한 뒤 그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을 적용했습니다. 이것도 좀 그렇습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전혀 별개거든요. 그걸 평균한다고 웅진코웨이의 목표 자본구조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현재의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봅니다. 웅진코웨이의 부채비율이 앞으로 낮아질 지 높아질 지 모릅니다. 그럼 현재 값을 쓰는 게 가장 주관의 개입을 막는 방법일 겁니다.
현재 자본구조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베타 역시 현재 웅진코웨이의 베타 값을 갖다 쓰면 되겠죠. 재무정보 서비스 회사인 fn가이드에서 2017년 7월부터 2년 간 웅진코웨이의 베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히스토리를 구해 봤더니 꾸준히 상승해 왔네요. 올해 6월말 현재 베타는 0.9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 간 주가가 거의 주가지수(코스피)와 유사하게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2012년 안진회계법인이 적용한 베타는 0.74였습니다. 그때보다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시장이 웅진코웨이의 투자위험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걸로 해석이 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분명히 재무구조의 악화일 겁니다. 웅진코웨이가 거의 차입금이 없는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많거든요. 그것 때문에 신용등급도 흔들흔들했고요.
fn가이드가 제공하는 베타값을 적용한 웅진코웨이의 자기자본비용은 10.81%가 나왔습니다. 2012년 안진회계법인이 구한 11.7%에 비해 1%포인트가량 낮습니다. 기업가치를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웅진코웨이 고유의 체계적 위험(베타)이 커졌지만, 국채 금리가 무려 2%포인트 이상 떨어진 영향이 큽니다.
다음은 타인자본비용인데요. 2012년 안진회계법인은 차입금별 금리를 가중평균해 4.4%를 산출했습니다. 아래 표가 2012년의 결과입니다.
재읽사는 그런 자료가 없기 때문에 간편법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차입금(연초 차입금과 6월말 현재 차입금의 중간값)을 구한 뒤에 상반기 이자지급액(손익계산서의 이자비용 아님)을 나누어 타인자본비용을 산출했습니다. 2.55%가 나오는데, 6월말 현재 회사채 신용등급 A인 회사의 수준입니다. 그럭저럭 비슷하게 산출된 것 같습니다.
웅진코웨이의 재무구조가 사모펀드가 경영하던 시절에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이자부부채가 자기자본의 20% 미만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6월말 현재 80%에 달합니다. 넷마블로 인수되면 낮아지겠죠? 하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목표 자본구조라는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6월말 현재 비율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부채비율은 과세표준 3000억원 미만에 적용되는 24.2%의 세율을 씁니다. 웅진코웨이가 최근 3년 평균 납부한 법인세가 1117억원이고요. 과세표준 대신 세전 당기순이익으로 나누면 25% 정도 됩니다. 24.2%의 세율 구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가중평균자본비용이 나왔습니다. 6.88%로 2012년 안진회계법인이 적용한 9.9%보다는 상당히 낮습니다. 전체 기업가치는 분명히 그때보다 훨씬 높게 나오겠군요.
이제 대부분 필요한 변수들이 나왔으니 기업가치를 구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음 편에 확실히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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