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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글로벌로지스(이하 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이하 로지스틱스)가 합병을 선언한 당시 합병비율을 놓고 세간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 것인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롯데그룹이 주인이고 비상장회사라서 크게 이슈가 될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두 회사는 이달 초 이미 합병을 완료해 통합법인이 출범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합병비율 문제는 짚어보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회사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나서 롯데그룹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불친절한 공시가 합병비율 논란을 야기했다.
한 쪽에서는 로지스틱스 1주당 글로벌로지스 16주라는 합병비율(정확히는 1: 16.35)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즉 로지스틱스의 주당 가치가 과하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아래 기사가 그에 대한 것인데, 기사는 '글로벌로지스의 주식 수가 훨씬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착시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을 빗겨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합병비율은 주식의 교환비율이지요. 기사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1:16.35라는 교환비율이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두 회사의 발행주식 수가 37배나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지스틱스의 가치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말은 주당 가치가 왜 15만원이나 20만원이 아니라 23만원이 넘느냐는 질문인 것이죠. 주당 가치는 (총 주식가치) ÷ (발행주식 수)로 결정되는 것이니, 결국 총 주식가치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고 묻는 겁니다.
총 주식가치, 그러니까 두 회사 순자산(자기자본)의 공정가액이 제대로 평가됐는지가 핵심인 것이죠. 기사는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총 주식가치가 장부가액과 큰 차이가 없으니 로지스틱스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답을 준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장부가액과 비교해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반대로 로지스틱스에게 불리한 합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싣고 있는 '현대경제신문'의 기사입니다.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로지스틱스가 적자 회사인 글로벌로지스와 합병하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중요한 수익원인 코리아세븐 벤더사업을 포기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기사는 유〮불리의 주체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두 회사가 합병을 할 때 회사 그 자체는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지요. 유리하고 불리한 것은 이해관계자들, 즉 주주, 채권자, 직원, 거래업체 등입니다. 만약, 위 기사가 '두 회사의 합병으로 로지스틱스의 채권자가 불리해졌다'고 주장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겁니다.
아래 표가 롯데그룹이 합병 공시에 첨부한 합병비율 관련 내용입니다. 1주당 가치가 글로벌로지스는 14,545원, 로지스틱스는 237,764원으로 평가되어 있습니다. 이걸 기준으로 1대16이라는 합병비율이 나온 것이죠.
주식 수는 기업가치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기업가치가 100억원인데 발행주식 수가 100억주이면 주당 가치는 1원이 되는 것이고, 발행 주식 수가 1주이면 주당 기업가치는 100억원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1주당 가치는 단지 교환비율일 뿐, 어느 쪽을 높게 평가하고 어느 쪽을 낮게 평가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닙니다.
재읽사는 롯데그룹의 저 공시가 혼란을 야기했다고 봅니다. 달랑 주당 가치만 제시를 해서 어떻게 기업가치가 평가된 것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했습니다. 정말이지 불친절한 공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상장사끼리의 인수나 합병에서는 기업가치 평가에 대해 규제가 약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깁니다.
글로벌로지스의 단일 대주주인 사모펀드 엘엘에이치도 이러한 유불리 논쟁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로지스틱스가 고평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엘엘에이치가 일부 언론들은 1:16의 합병비율을 부각시키며 '엘엘에이치를 설득할 수 있을 지가 합병 성공의 관건'이라는 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엘엘에이치가 글로벌로지스의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단일 최대주주라는 것 때문에 나온 보도일 테지만…… 경영권 지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사모펀드를 너무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엘엘에이치는 지분을 취득할 때부터 로지스틱스와 합병이 예정돼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고, 합병비율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참견할 여지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추가로 설명하겠지만, 경영권이 없는 사모펀드는 대체적으로 발언권이 약하거나 없다시피 합니다.
현대경제신문의 보도처럼 두 회사의 합병으로 엘엘에이치가 수혜를 입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런 입장에 동조하는 일부 인터넷 주식투자자 사이트에서는 '롯데그룹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합병비율을 정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로지스틱스의 주주는 전부 롯데 계열사들인데, 글로벌로지스는 상대적으로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율이 낮다는 게 그런 주장의 근거였죠. 이 역시 설득력이 없습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요.
◇ 로지스틱스의 기업가치, 벤더사업 포기를 반영한 것일까?
사실 기업들이 내놓는 주식가치 평가라는 게 고무줄 같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이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순현재가치법인데, 미래 현금흐름도 추정이고, 그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할인율도 추정입니다. 그 추정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사람이 달라지거나 마음이 달라지면 추정치가 달라집니다. 추정치가 제각각 이어도 그럴 듯한 이론적 근거는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5조원짜리가 되는 것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평가의 근거와 결과가 남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그럴 듯은 해야겠죠? 유〮불리와는 다른 차원에서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의 합병비율이 그럴 듯한 것인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검증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아하~ 그래서 1:16이 나왔구나' 하고 이해는 되어야 하는데……
롯데그룹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했습니다. 상장회사라면 시가총액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비상장사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한 법률이나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속증여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방법을 널리 쓰고 있고 과거 금융당국도 이 방법을 권장해 왔습니다. 아마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상속증여세법에서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각각 1.5대 1의 비율로 가중평균해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로지스틱스의 1주당 가액 237,764원은 주당 순손익가치 238,920원과 주당 순자산가치 236,031원을 가중평균한 값입니다.
보충적 방법이라는 것은 주식의 수익가치를 정하는 방법입니다. 수익가치는 그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것이 번거로우니 보충적으로 정한 방법을 씁니다. 바로 과거의 실적으로 평가하는 겁니다. 최근 3년간의 순손익을 가중평균해 구한 값을 적절한 할인율로 나누어 수익가치로 씁니다.
아래 표가 합병비율을 정하기 위해 상속증여세법으로 평가한 두 회사의 주식가치입니다. 1주를 기준으로 제시된 주식가치를 총 주식가액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주당 가액에 발행주식 수를 곱하기만 하면 됩니다.
로지스틱스 가치가 1554억원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순손익가치(1562억원)과 순자산가치(1543억원)을 각각 1.5대 1의 가중치로 평균한 것입니다. 글로벌로지스의 주식가액은 순자산가치의 80%인 3493억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수익가치가 너무 낮아서 아예 무시한 겁니다. 만약 로지스틱스의 수익가치가 1000억원으로 책정됐다면, 주식가액은 1554억원이 아니라 자산가치의 80%인 1234억원이 되었을 겁니다. 합병비율은 1:16.35가 아니라 1:12.98이 되었을 거구요.
로지스틱스의 연간 매출액은 3조원이 조금 넘습니다. 2018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3조5000억원쯤 될 모양입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는 것처럼, 로지스틱스는 올해부터 코리아세븐에 대한 벤더사업을 영위하지 않습니다. 벤더사업부를 매각하는 것도 아니고(매각할 자산도 없습니다) 그냥 안 하는 겁니다.
벤더사업을 포기하면 상품매출이 사라지고 용역수익만 남게 됩니다. 연간 매출이 대략 1조원인 회사가 되는 겁니다. 벤더사업 때문에 '코리아세븐이 로지스틱스를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벤더사업을 포기하면 연간 영업이익이나 영업현금흐름도 크게 줄어들 게 뻔합니다. 영업현금흐름이 줄면 기업가치도 줍니다. 벤더사업은 로지스틱스의 순자산가치에는 거의 영향이 없겠지만 순손익가치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어느 상점에서 금덩이를 싼 보자기를 1억원에 판매합니다. 그 보자기는 1억원짜리일까요? 로지스틱스의 벤더사업이 금덩이는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 가치가 없는 돌덩이가 아닌 건 분명합니다. 주수익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주식가치에 벤더사업이 포함되었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합병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로지스틱스의 주식가치는 벤더사업을 포함한 것일까요, 제외한 것일까요? 이 당연한 질문을 누구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롯데그룹도 설명을 하거나 공시를 한 적이 없지요.
벤더사업의 수익가치가 상당하고 로지스틱스의 주식가치에 반영이 되었다면, 합병비율은 글로벌로지스에 불리하게 산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로지스 주주 입장에서는 값을 치른 금덩이를 상점에 놓고 오는 꼴이 될 테니까요.
벤더사업이 포함되었는지, 제외되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공시한 자료에 벤더사업을 제외하였다는 단서조항이 없습니다. 기업가치 평가에 가장 중요한 사업부문을 제외하고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건 난센스입니다.
의뢰를 받은 삼일회계법인이 두 회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벤더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중단이 결정되지 않은 사업을 배제하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상식 밖입니다. 오히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처할 수 있는 위험으로 벤더사업 중단 가능성을 제시해 놓고 있습니다. 합병이 먼저, 벤더사업 중단이 나중이라는 겁니다. 합병비율은 합병과 관련된 이슈이니 나중의 문제는 반영하지 않는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상속증여세법에 의해 로지스틱스의 순손익가치가 1562억원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순손익가치는 최근 3년의 순손익을 기획재정부가 정한 이자율로 할인해 구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할인율이 10%입니다. 바뀌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업데이트가 되었다고 해도 1~2% 차이일 테니 큰 문제는 안됩니다. 결국 순손익가치가 1562억원이면, 최근 3년간 가중평균한 순손익은 156억원 정도라는 겁니다.
이 금액이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단순히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을 가져다 쓰지는 않은 것 같거든요. 이런 저런 조정(일시적인 이익이나 손실의 제거라든지)을 한 후에 가중평균을 했을 겁니다. 게다가 로지스틱스는 지난해 4월에 기업분할을 했습니다.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이 쪼개져 투자부문이 롯데지주와 합병했지요. 그 바람에 2017년 이전과 그 이후의 재무제표에 단절이 생겼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조정을 했는지 밝혀주지는 않을 테니 조정 전의 숫자들을 놓고 대충 때려 맞춰 봐야죠. 지난해 4~9월 손익계산서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해 최근 3년간 영업실적을 가중평균해 보았습니다. 순이익 가중평균은 42억원이 나옵니다. 2017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바람에 가중평균값이 적습니다. 이걸 10%의 이자율로 할인하면 420억원밖에 되지 않네요. 1562억원과는 너무 차이가 큽니다.
2017년 적자는 영업에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매도가능증권 손상과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약 400억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200억원 가량의 흑자가 났을 겁니다. 이 일시적인 손실을 평가에서 조정해 준다면 3년 가중평균 순손익은 대략 150억원, 주식의 수익가치는 1500억원 가량이 나옵니다. 회사가 밝힌 가치와 얼추 비슷하네요.
비슷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롯데그룹이 그렇게 했다고 제가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더라도 얼추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얼떨결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로 갔는데 서울에 온 거죠.
로지스틱스의 수익가치 1562억원은 벤더사업을 반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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