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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하 재읽사)이 롯데 물류 합병 시 로지스틱스의 주식가치 평가에 벤더사업이 포함되었는지 문제제기를 했지만, 롯데그룹이 로지스틱스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고자 했다고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벤더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면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반영이 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겁니다.


그리고 재읽사는 회계법인 등이 기업의 의뢰를 받아 행하는 기업가치 평가를 믿지 않습니다. 전혀! Never! 독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회계감사업무라면 모를까 의뢰인의 입장을 절대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가치평가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부터 회계법인들의 몫이 아닐 거라고 짙은 의심을 합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그럴 듯 하다는 현금흐름할인법을 더욱 믿지 않습니다. 현금흐름할인법의 핵심은 기업이 향후 성장성을 전망하는 것과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할인율을 선택하는 것인데, 이 중 성장성 전망은 회계법인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 역시 회사의 몫이라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의심 많은 재읽사는 기업가치 평가가 회사의 의도에 따라 대부분의 윤곽이 결정된다고 보는 쪽입니다.


로지스틱스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합병비율이 로지스틱스에 유리하고 글로벌로지스에 불리하게 결정되었다고 판단하기 곤란한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벤더사업보다 더 중요한 이슈들이 여럿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두 물류회사의 주식가치 산정을 위해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에서 정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비상장사의 경우 기업가치 평가에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에서 정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상당히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은 단지 비상장사의 기업가치 평가를 (1)주관이 최대한 개입되지 않고 (2)어느 기업에나 쉽고 단순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간편법'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오히려 정석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최대한 정확히 추정하고 가장 적절한 할인율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에서 정한 방법은 자산가치보다 수익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에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미래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을 전혀 반영해 주지 않고 과거 3년의 수익으로 가치를 평가 받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법에서 정한 할인율이 최근의 이자율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서 기업가치가 심하게 낮게 나옵니다. 반면 자산가치는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현격한 차이는 나지 않겠죠.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글로벌로지스는 최근 3년간 수익이 매우 저조한 반면에 자산가치는 로지스틱스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반면 로지스틱스는 자산가치가 낮고 수익가치는 글로벌로지스에 비해 월등히 높지요. 만약 현금흐름할인법을 사용하고 두 기업의 성장성에 비슷한 가정과 비슷한 할인율을 적용한다면 로지스틱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같은 자료를 재활용해서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보십시오. 글로벌로지스의 수익가치는 548억원에 불과합니다. 대신에 자산가치는 거의 3배에 달합니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은 수익가치가 낮은 기업에 대해 자산가치만으로 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글로벌로지스는 자산가치의 80%인 35만원을 인정받았습니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이 자산가치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지 않았다면 20만원이었을 가치가 35만원으로 75%나 증가한 것입니다. 이건 순전히 평가방법으로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이 정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만약 두 기업의 향후 매출 성장률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같은 할인율을 써서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현재가치를 구했다면, 두 기업의 수익가치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을 겁니다. 로지스틱스의 수익가치는 15만원보다 훨씬 더 크게 나왔을 테죠. 그럼 주식가치도 지금보다는 더 높게 나왔을 테고요.


벤더사업을 수익가치 산정에 반영했더라도 로지스틱스의 주식가치 결과에 미친 영향을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벤더사업을 제외했을 경우 극단적으로 수익가치가 전혀 없다고 가정하면, 글로벌로지스처럼 자산가치의 80%로 주식가치를 결정했을 텐데, 12만3428원이 되죠.


글로벌로지스는 자산가치만으로 평가를 받음으로써 수익가치와 가중평균했을 때에 비해 주식가치가 75% 증액되었고, 로지스틱스는 벤더사업을 포함했다고 치더라도 제외했을 때에 비해 25% 증액된 겁니다. 합병비율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만약 글로벌로지스도 로지스틱스와 동일하게 수익가치를 반영했다면 로지스틱스 주주들은 1주당 글로벌로지스 주식 16주가 아닌 28주를 받았을 겁니다. 반면 로지스틱스의 기업가치에 벤더사업을 제외한 결과 수익가치가 낮아서 자산가치의 80%만 인정받았을 경우에는 로지스틱스 주주들이 1주당 글로벌로지스 주식 13주를 받게 됩니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을 선택한 결과는 28주가 아닌 16주, 벤더사업을 포함해 얻은 혜택은 13주에서 16주, 상당히 다른 결과지요?


롯데그룹이 사기를 치고나 범죄를 저지른 거냐고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두 물류회사 평가에 상속세법과 증여세법이 정한 방법을 '선택'한 결과지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우리가 원하는 답을 줄 리가 없죠. '다들 하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하겠죠.



롯데그룹은 공시에서 외부의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데 '자발적으로' 삼일회계법인에게 의뢰를 해서 평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글쎄요…… 그냥 더하기만 정확하게 하면 되는 방법을 쓰면서 국내 최대 회계법인을 평가기관으로 선정한 것도 별로 격에 맞는 건 아니지요. 투자자로부터 객관성과 신뢰성을 인정 받으려는 쇼맨십 아니었을까요? 삼일회계법인은 정밀한 평가를 위해 회사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제공받는다거나 정밀 실사를 한다거나 하는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했다면 공시에 평가의견서도 첨부하고 평가업무 수행의 원칙을 지켰다는 체크리스트도 제출을 했겠죠. 다들 그렇게 하거든요.


2018년 4월에는 평가방법도 두 기업의 상대가치도 달랐습니다.


사실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는 아주 최근(2018년 4월) 자본시장법에 의거한 현금흐름할인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적이 있습니다. 롯데상사 롯데지알에스, 롯데로지스틱스, 대홍기획, 한국후지필름,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롯데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쪼개 롯데지주로 합병하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을 할 때 말입니다.


계열사가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로 헤쳐 모여 하기 위해 6개 계열사들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나누고, 투자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들의 가치를 평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계열사 투자부문이 보유한 주식에는 로지스틱스도 있었고 글로벌로지스도 있었죠. 그 외에도 많은 기업의 주식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상장회사도 있고 했으니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평가를 했으려나요?


어쨌든 그 때는 자본시장법에 의거해서 한영회계법인에 의뢰해 현금흐름할인법으로 평가를 했습니다. 물론 재읽사는 이 평가 결과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회사의 입장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었을 거라고 보거든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현금흐름할인법이 이론적으로 훌륭한지는 모르겠지만 성장률과 할인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그래서 기업가치 평가는 그 당시 그 목적으로만 써야 하는 겁니다. 평가결과가 누가 했느냐, 언제 했느냐에 따라 너무 달라서 서로 비교해서 어떤 것이 맞는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비교하려고 드는 순간 멘붕에 빠집니다.


그래도 슬쩍 비교해 볼까요? 다른 건 말고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의 상대가치만 참고하도록 하죠. 당시 한영회계법인은 로지스틱스의 기업가치를 5420원 가량으로 평가합니다. 영업가치 약 4700억원에 비영업용자산의 가치 약 3000억원을 더한 뒤에 차입금을 빼주면 주주가치가 됩니다. 영업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화 한 금액입니다.



로지스틱스는 이 중에서 투자부문을 분할해 롯데지주에 넘깁니다. 분할대가로 주주들이 받아간 롯데지주의 평가액은 약 2000억원입니다. 투자부문의 주주가치가 그만큼인 것이죠. 그럼 남아 있는 기존 사업부문의 주주가치는 3400억원 정도가 되는군요. 



한영회계법인은 또 글로벌로지스를 4632억원에 평가합니다. 이건 2017년에 실시한 대규모 유상증자(엘엘에이치 배정 1500억원)와 신주인수권행사(약 300억원) 등을 하지 않은 겁니다. 이걸 더해주니 글로벌로지스의 최종 주주가치는 6432억원이 됩니다. 와…… 적자 기업의 영업가치를 6000억원 넘게 쳐줬네요.  글로벌로지스의 미래를 엄청 좋게 보나 봅니다. 이걸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당시 한영회계법인은 글로벌로지스가 2018년 흑자로 돌아서고 추정기간 동안 9.15%의 성장을 할 것으로 가정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그 가정을 틀렸습니다. 글로벌로지스(연결기준)는 2017년에 297억원의 적자, 2018년 3분기까지 208억원의 적자를 냅니다. 한영회계법인의 추정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결과네요. 지금 다시 평가를 한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업가치를 그때는 받았습니다. 



참고로 로지스틱스에 대해서는 추정기간 동안 7.31%의 성장을 할 걸로 가정을 했더군요. 뭐…… 글로벌로지스에 더 높은 성장률을 전망한 걸로 따지고 들지는 않겠습니다. 열심히 했을 텐데 존중해야죠.


어쨌거나 당시에 글로벌로지스는 6400억원 가량, 로지스틱스는 투자부문을 제외하고 3400억원 가량의 주주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약 1.89배로군요. 이번에 두 기업이 합병을 하기 위해 받은 주주가치의 차이는 2.25배입니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전제이지만 그 당시의 주주가치 비율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로지스틱스 주주들은 더 많은 글로벌로지스 주식을 받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