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1편이 나가고 난 후 셀트리온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보내 왔습니다. 의견이라고 하기 보다는 반박자료에 가깝습니다. 오해가 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독자들 중에서도 셀트리온과 같은 의견이나 오해를 갖고 계신 분들도 있을 수 있어 굳이 해명을 하고자 합니다.
1편에서 미리 밝혔듯이 2015년 이전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것은 셀트리온에 대해 공매도 세력 등 시장에 널리 퍼져 있는 의심의 근본적인 배경을 설명하고자 한 것입니다. 시리즈 제목이 ' 다시 의심의 대상'이잖습니까. 과거의 의심이 불식 또는 희석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더니 '다시 의심을 해봐야 하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왜 의심을 받았는지 알아야, 지금 왜 다시 의심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2015년 이전의 재무제표 스토리가 현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셀트리온에서 아쉬워하는 2016년 이후의 재무제표는 본편에서 분석을 할 테니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당연히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헬스케어헝가리의 최근 재무제표도 분석 대상이 됩니다.
덧붙이면,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하 재읽사)'이 쓰는 모든 글이 현재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 오래 전 과거를 먼저 쓰기도 합니다. 또는 미래에 벌어질 일에 이해를 미리 돕고자 글을 쓰기도 합니다. 지난해 뜬금없이 한진중공업 시리즈를 쓴 이유였지요. 단지 재미를 위해 기업의 과거 스토리를 파헤칠 수도 있습니다. 재읽사는 '뉴스(news)'를 쓰는 곳이 아닙니다. 공시와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기사를 쓰는 곳입니다.
2013년에 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의 약 80%가 헝가리법인에 판매한 것이었고, 감사보고서에 헝가리법인의 매출이 공란으로 되어 있으니 재고자산으로 남아 있겠다고 한 것이죠. 2016년 이후 매출 급증은 이에 대한 아무런 해명이 되지 않습니다.
헝가리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 역할과 회계적 영향이 궁금할 뿐입니다. 최근 3년 매출은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2013년 헬스케어 매출에는 헝가리법인 재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헬스케어는 헝가리법인을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부터입니다. 2013년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았죠. 지분평가액이 0 미만(순자산이 마이너스)이라서 헬스케어의 개별 재무제표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2014년부터 작성한 연결 재무제표를 2013년 매출이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로 제시하다니요. 설마 눈 가리고 아웅 하려는 건 아닐 테고,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군요.
2014년 이후에는 헝가리법인이 연결범위에 포함되었으니 헬스케어의 연결 매출액에는 헝가리법인에 한 매출이 제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2014년 이후에는 헬스케어 연결 매출이 부풀려졌다고 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셀트리온 매출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죠. 셀트리온이 헬스케어에 팔고, 헬스케어가 헝가리법인에 팔았는데, 헝가리법인은 팔지 못했다면, 셀트리온의 매출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지, 아니면 의심을 해 봐야 할지 투자자가 판단할 몫이겠지요. 지금까지 팬덤과 공매도 세력으로 나뉘어 싸워(?) 왔던 것처럼요.
1편에서 헬스케어가 매년 적자 행진을 했고 현금이 계속 빠져나갔다고 썼습니다. 사실이 그러니까요. 그런데 이 역시 2011~2015년까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2015년 이후 자료를 근거로 반박을 하네요. 고등학교 올라가서 공부 잘하면 중학교 때 공부 못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게 되던가요?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보충 설명을 할까 말까 망설였던 부분이니 기회로 삼겠습니다. 셀트리온에서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2015년 이후를 포함해서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헬스케어는 지난 8년간 약 1조원의 영업현금흐름을 까먹습니다.
1편에 올렸던 관련 차트를 2018년까지 기간을 연장해 다시 그린 것입니다. 헬스케어의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겁니다. 2012년 이전에는 매출이 거의 없었으니 적자가 당연한 것이고요. 2013년에는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냅니다.
헬스케어는 2013년에 1453억원의 매출을 기록합니다. 이 중 1134억원이 헝가리법인에 판 것이죠.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순이익을 냈지만,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면 전혀 달라졌을 겁니다. 매출액은 1134억원이 제거되어 4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을 테니까요. 흑자는 불가능하죠.
헬스케어는 2018년까지 8년 동안 약 9700억원 가량의 영업현금흐름 순유출을 기록합니다. 2015~2016년 영업현금흐름이 흑자를 내지만, 그 합이 500억원을 넘지 못합니다.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2017년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18년에도 현금흐름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것도 큰 폭으로요.
헬스케어의 영업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인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팔아서 들어오는 돈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항체의약품을 사오느라 나가는 돈이 더 많으니까요.
셀트리온에서 본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항체의약품을 매입하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매입액은 약 4조원 정도 됩니다. 2018년말에 매입채무가 6500억원쯤 되니 셀트리온에 매입대금으로 지불한 현금은 3조3500억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죠.
같은 기간에 헬스케어 매출의 합계도 3조3500억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2018년말에 매출채권이 약 7000억원 정도 있습니다. 매출채권 대손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도(실제로는 좀 있습니다만 회수액을 최대한 크게 추정하기 위해 없다고 칩니다) 얼추 2조5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 정도를 회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헬스케어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팔아서 들어온 현금과 셀트리온에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사오는데 들어간 현금의 차이가 대략 7500억원~8000억원 정도 됩니다. 이 기간에 기록한 영업현금흐름 누적 적자 9700억원의 대부분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해 졌습니다.
물론 이건 정확한 계산법이 아닙니다. 영업현금흐름에 영향을 주는 건 매출, 매입 외에도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헬스케어의 경우 매출과 매입만으로도 영업현금흐름의 큰 줄기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본업에서 돈을 까먹고 있는데, 회사는 현금이 늘고 차입금은 줄고 있다며 자금사정이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거짓말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차입금이 줄고 현금이 늘어난 게 맞습니다. 다만, 번 돈이 아니라는 거죠.
헬스케어는 전환사채 발행 등과 유상증자로 부족한 현금을 메웠습니다.
돈이 빠져나가기만 하면 어느 기업이나 문을 닫겠죠. 곧 통장에 잔고가 사라질 테니까요. 장사를 계속하려면 채워 넣어야 합니다. 빚(차입금)을 내거나 자본(증자)을 더 태워야 합니다.
헬스케어는 금융기관 차입금이 100억원 좀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지도 않았죠. 그럴 수 있을 정도의 신용등급을 받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은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메자닌이나 유상증자입니다. 헬스케어도 마찬가지였죠.
2014년말 현재 헬스케어의 금융부채는 주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였습니다. 2013년에 발행한 전환사채 9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 900억원, 2014년에 발행한 전환사채 2083억원(이상 액면금액 기준)이 있었습니다. 이걸 인수한 곳은 셀트리온스킨케어, 서정진 회장, 원 에퀴티 파트너스(One Equity Partners), 아이온 인베스트먼트(ION Investment) 등의 특수관계자들입니다. 그리고 2083억원짜리의 큰 전환사채는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인수하는데, 헬스케어의 재고자산, 즉 램시마 등의 의약품을 담보로 잡죠.
화이자가 인수한 것을 제외한 다른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보통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화이자가 인수한 전환사채 중 1300억원 가량은 2017년 헬스케어가 코스닥 상장을 할 때 신주를 발행한 돈으로 상환을 하고, 나머지는 매출채권과 상계처리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헬스케어는 영업현금으로 까먹은 돈을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주식 등을 발행해 메워 온 것입니다. 차입금이 줄어든 이유는 전환사채 등이 주식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고요.
전환사채 등을 인수한 곳들은 주식으로 전환한 후 기업공개를 한 덕에 상당한 투자차익을 누렸을 것 같군요. 이건 이 글의 핵심을 벗어나는 것이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헬스케어가 2010년 11월25일을 기일로 지금의 헬스케어와 셀트리온홀딩스로 분할을 했죠. 1편에서 분할 당시 서정진 회장 지분율을 96.66%라고 했는데,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그 이전(2006년말) 지분율을 가져다 썼더군요. 재읽사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입니다. 셀트리온 회사측에 딱 걸렸습니다.
분할 당시 서정진 회장의 지분율은 87.5%, 회사가 제시한 숫자가 맞습니다. 1편의 그림은 수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회계적으로 분리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서정진회장도 셀트리온과 헬스케어를 혼동합니다.
셀트리온 측은 1편의 내용 중 표현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 '만들기만 하고 팔지 못하면 결국 둘 다 망하는 것 아닐까?' 라는 표현은 셀트리온에 대해 공매도 세력이 품는 의심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일 뿐입니다. 맥락 상 필요했을 뿐입니다.
두 번째는 헬스케어가 2010년 인적분할 하기 전 셀트리온과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이렇게 썼습니다.
"지분율이 10%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40%가 넘었고 최대주주는 셀트리온헬스케어였습니다. 게다가 사업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관계이니 자회사라고 주장하면 수긍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채택 IFRS에서는 특수관계자 보유분을 포함함 지분의 합이 50%를 넘으면,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자회사로 분류합니다. 또 지분의 합이 50%에 미달할 경우에는 지배력이 있음을 분명히 밝힐 수 있으면 자회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당시 헬스케어가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은 50%에 미달하지만, 한쪽은 생산을, 한쪽은 판매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상으로는 한 몸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서정진 회장을 위시한 경영자그룹은 두 회사의 상황을 동시에 고려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회사로 분류한다고 해도 수긍하지 못할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회계기준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만, 서정진 회장조차 셀트리온과 헬스케어를 혼동하거나 한 회사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올해 3월 서정진 회장이 직접 한 말입니다. "램시마SC부터는 셀트리온이 직접 판매할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셀트리온은 헬스케어를 의미합니다.
(당초 2편에는 셀트리온의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을 실을 예정이었으나 부득이 3편으로 넘기겠습니다.)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