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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워크아웃 과정을 잘 따라오셨다면 아마도 느끼실 것 같습니다만, 금호그룹,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 핵심 계열사들은 박삼구 회장의 영향력을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그룹의 흥망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자산과 일부 비핵심 자산만 완전히 외부에 매각되었을 뿐입니다.


이 사실은 박삼구 회장이 2015년 이후 진행한 그룹 재건 작업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그룹 재건 작업이라고 하니 마치 여기 저기 흩어져 다른 주인을 만난 계열사들을 찾아오는 과정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만, 실제로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채권단 지분을 매입하는 거래, 그 이상이 아닙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금호그룹에 대한 투자회수 과정이고요.


금호고속 거래와 금호터미널의 활용, 그룹 재건의 핵심입니다.


이 중에 핵심이 금호고속의 매각과 재매입 과정입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이 금호고속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금호산업의 채권단 지분 인수가 가장 중요한 거래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이 반드시 계실 텐데…… 그거야, 산업은행과 박삼구 회장 간에 약속이 되어 있던 것 아닙니까. 게다가 박삼구 회장 측에서 금호산업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제3자에게 매각이 가능했을까요?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던 시나리오인지 모릅니다. 결국 가격과 인수구조만 남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된 계열사가 금호터미널입니다. 금호터미널은 이 당시에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였습니다. 애당초 되찾아와야 할 자산이 아니었죠.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을 되찾아오는데 쓰일 뿐 아니라 박삼구 회장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완성을 위한 도구로도 활용이 됩니다. 지금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금호고속이 바로 금호터미널과 금호고속의 합병법인이라는 것을 아신다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대우건설 지분을 팔았지만, 결국 금호그룹의 몫으로 남습니다.


이제 금호산업 자산 매각 중에서 대우건설 지분의 처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대우건설에 대한 재무적 투자자 지분은 산업은행이 매입해서 KDB인베스트먼트라는 펀드로 일괄해서 넘겨집니다. 그 결과 2012년 3월말 현재, 그러니까 금호산업의 자산이 코에프씨사모펀드로 매각되기 전 대우건설 주주구성은 아래 표와 같아집니다.



코에프씨사모펀드가 매입한 대우건설 지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5104만주(12.28%)였죠. 지난 포스트에서 말씀 드린 대로 코에프씨사모펀드는 에스이비티투자 유한회사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함께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합니다.


코에프씨사모펀드는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8140원, 총 4155억원을 주고 삽니다. 동서회계법인이 당시 주가를 기초로 평가한 가치는 주당 최소 7942원에서 9946원이었고요. 금호고속이나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마찬가지로 평가금액의 범위에서 최소가격에 가까운 값으로 매각됩니다.


(의심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구조조정 매물을 비싸게 사준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수 있는 거니까요. 망할 처지에 있는 구주주의 지분을 비싸게 팔아주려고 애쓰는 이상한 국책은행이 우리나라에 하나 있죠 아마? 회사를 살리자는 건지 구주주를 살리자는 건지 ㅉㅉ)



여기서 코에프씨사모펀드 출자자금(금호산업 1500억원, 산업은행 1850억원, 기타 1650억원)이 매입 자산에 어떻게 배분되었는지 정리를 한번 해보죠. 금호고속,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대우건설 지분은 각각 코에프씨사모펀드의 자기자본과 외부 차입금을 섞어 매입됩니다. 대우건설 지분의 경우 자기자본 2565억원과 차입금 1590억원을 합해 총 4155억원에 거래되지요.



코에프씨사모펀드는 금호고속에게 인수차입금을 넘겼기 때문에 실질 인수자금은 1110억원이 되는데, 이걸 금호터미널에 3794억원에 팔았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신세계에 2200억원에 팔았죠. 두 회사의 매각으로 약 6000억원의 현찰이 생겼습니다.


자기자본 중 금호그룹이 납입한 후순위 자본 1500억원을 빼면 회수해야 할 원금은 산업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이 출자한 3500억원과 차입금 2300억원(금호고속 인수차입금은 금호고속에 넘겼으므로) 등 총 5800억원이 됩니다.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기 전에 이미 외부 출자금과 차입금 원금 전액의 상환이 가능했습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의 선순위 출자자와 차입금에 대한 상환이 대부분 이루어집니다.



위 표를 보면, 코에프씨펀드의 외부 출자자금과 차입금은 2015년 대부분 상환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에 자산이 8132억원, 자기자본이 4436억원인데, 그 해 2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으니 외부유출이 없었다면 연말 자산은 1조451억원, 자기자본은 6755억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산은 2859억원, 자기자본은 2520억원이 되었으니, 출자금 4235억원, 차입금 3356억원을 상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출자금에는 배당이 포함되었을 수 있습니다. 부채에는 차입금 이외의 영업관련 부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금액 역시 대략적인 수치 정도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남은 것은 대우건설 지분 12.3%인데요. 이것은 오롯이 후순위로 30%를 출자한 금호그룹의 몫으로 남습니다. 12.3%의 지분을 1500억원(금호터미널의 취득원가는 1782억원이지만, 금호산업이 펀드에 납입한 원금은 1500억원이니까) 이상에 팔면 원금을 건지는 것이고, 더 비싸게 팔면 매각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게 부담이 가벼워진 것은 당연히 금호고속의 희생 덕분입니다. 2200억원의 차입금을 떠안아주지 않았다면,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지분을 1500억원이 아니라 3700억원 이상 받고 팔아야 원금을 건질 수 있었겠죠.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는 2016년 이후 이루어집니다. 박삼구 회장이 장부상 회사 금호기업을 설립해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추가로 인수한 후 합병해 금호홀딩스로 회사명을 바꾼 뒤의 일입니다.


금호산업을 인수했지만, 금호고속은 칸서스KHB에 파킹(?)을 시켜 놓은 상태였죠. 그걸 도로 가져와야 하는 과제가 박삼구 회장에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룹 재건 스토리의 마지막 페이지였죠. 대우건설과 금호고속 파킹 지분의 해소, 이 문제가 어떻게 풀리는지 다음 편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