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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회장은 오랫동안 시행업을 영위한 사업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찾아 온 건설 경기 침체로 일산 식사지구 위시티 사업에서 부도 위기에까지 몰리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언론에도 보도되었습니다. 회사 자산 매각은 물론이고 개인 재산까지 처분해 변제금과 과태료 약 800억원 가량을 상환했고, 아파트 유지 보수에 150억원을 썼다고 해요.


이런 상황이라면 회사도 개인도 상당히 쪼들렸을 법 한데, 이일준 회장은 곧바로 기업 인수합병에 뛰어 들어 화려한 재기를 합니다. 기업을 사고 파는 게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니고, 돈과 생각이 있다고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닐 텐데 말이죠.  


이일준 회장이 웰바이오텍 지분 인수를 시작한 게 2018년 7월경입니다. 시기상으로 위시티 문제로 어려웠을 겁니다. 대양디엔아이(당시 상호는 디에이에셋)가 웰바이오텍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0억원 상당의 신주를 인수하면서 5% 이상 지분을 확보합니다. 대양디엔아이보다 앞서 씨엔아이가 장외에서 3.15%의 지분을 양수해 놓은 게 있어 이 회장이 확보한 지분은 10.45%에 달했고, 보유 목적은 경영참여였습니다.


이 회장이 웰바이오텍 지분을 단독 인수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 웰바이오텍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파티게임즈였는데,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 위기에 봉착해 있었죠. 상장 폐지를 면하기 위해 팔 수 있는 자산은 다 팔아야 할 상황이었을 겁니다. 파티게임즈는 그해 7월 보유지분 전부를 110억원에 ㈜더우주에 매각합니다.


더우주가 전 최대주주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때, 이일준 회장은 자신의 회사인 씨엔아이와 대양디엔아이를 이용해 장외매수와 신주 인수로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겁니다. 더우주와 파트너였던 셈이죠. 최대주주가 된 건 더우주(지분율 11.6%)입니다만, 지분율 차이는 1%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더우주는 서울 테헤란로에 본사주소를 둔 화장품 판매회사로 이하준(40.7%)씨가 최대주주였는데,웰바이오텍을 자력으로 인수할 수는 없었습니다. 2017년말 현재 납입자본금이 135억원인데, 누적 결손이 100억원이 넘어가 재무적으로 부실했고, 보유 현금도 별로 없었습니다. 2019년말에는 주주와 임직원이 각각 2명 뿐이어서 실체가 불분명했죠.


더우주는 자기자금 40억원과 차입금 70억원으로 웰바이오텍 지분을 인수합니다. 차입금 70억원을 제공한 곳은 라움자산관리라는 곳입니다. 라움자산관리도 인수 파트너 중 하나였죠. 아니, 웰바이오텍 인수자금의 가장 큰 자금 공급처입니다. 더우주에게 70억원의 인수자금을 제공한 것 외에 디에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웰바이오텍 전환사채 48억원어치(보통주 지분 10.37%상당)를 라움자산관리가 사들입니다. 더우주는 최대주주의 지분을, 라움자산관리는 전환사채를, 이일준 회장은 구주 일부와 유상신주를 인수한 겁니다.



라움자산관리는 라임자산운용의 아바타로 불리는 라움자산운용이나 대부업체인 라움자산관리대부와는 다른 곳인 것 같습니다. 두 회사와 관계가 있는 지도 알 수 없습니다. 구글링을 하면 테헤란로에 있는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둔 동명의 회사가 검색됩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 내용 중에 라움자산관리 대표이사 이력을 지낸 한 분이 뜨는데, 꽤 익숙한 이름입니다. 바로 퓨전이 상장폐지 되기 직전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박일홍씨입니다. 박일홍씨는 퓨전과 세미콘라이트(현 에스엘바이오닉스)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었고, 지금도 에스엘바이오닉스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온영두, 온성준씨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인데, 박일홍씨는 이들과 꽤 끈끈한 관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일홍씨가 퓨전 대표이사에 선임된 건 2019년 4월입니다. 바이컬네이처 이사와 라움자산관리 대표를 지낸 후였습니다. 2017년 3월에는 임병진씨, 조윤서씨 등과 함께 얼라이브투자조합으로 코스닥 상장사 이큐스앤자루(→크레아플래닛→(현)파나케이아)를 인수해 사내이사가 됩니다. 이 당시 바이칼네이처 이사였습니다. 라움자산관리 대표를 지낸 시기는 2017년~2019년 사이의 언제쯤일 것 같습니다. 이일준 회장이 더우주와 웰바이오텍 지분 인수를 할 때 인수자금을 제공한 라움자산관리의 대표가 박일홍씨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더우주는 자력으로 웰바이오텍 인수를 할 형편이 되지 않는 회사였습니다. 2017년말 현재 100억원이 넘는 결손으로 자본금 135억원이 38억원만 남기고 잠식된 상태였고, 현금 8,000만원을 포함한 당좌자산이 52억원 정도였는데, 그 중 49억원이 매출채권이었습니다. 웰바이오텍 인수자금 110억원 중 라움자산관리에서 차입한 70억원을 제외한 자기자금 40억원도 2018년 중에 어딘가에서 차입하거나 증자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우주가 파티게임즈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후 웰바이오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1억원을 집행하는데, 이때도 취득자금을 자기자금으로 보고합니다. 하지만 2019년 공시에서는 더우주의 2018년말 자산총액이 103억원에서 270억원으로 커져 있고 부채도 6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불어나 있습니다. 웰바이오텍 인수자금 거의 전부가 차입금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죠.


이일준 회장은 대양이엔아이와 씨엔아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웰바이오텍 지분율을 키웁니다. 대양디엔아이는 2018년 11월 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장외매수해 순차적으로 주식으로 전환하고, 씨엔아이는 2019년 5월 약 6억3600만원을 들여 20만주를 장내 매수하죠. 이일준 회장의 회사들이 웰바이오텍 최대주주가 되는 순간입니다.


대양디엔아이가 웰바이오텍 주식과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데 쓴 돈은 100억원입니다. 씨엔아이는 장내매수에 들인 6억3600만원 외에 2018년 7월 약 73만주를 장외매수할 때 50억5000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가 대략 160억원 정도 쓴 것 같군요.


그런데 웰바이오텍 인수의 주포 역할을 한 대양디엔아이의 2018년말 자산총액이 67억원 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100억원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매입했는데 말이죠. 웰바이오텍 주식과 전환사채에 대해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자산총액입니다. 부채가 363억원이나 되는 걸 보면 웰바이오텍 인수자금도 대부분 차입을 했다는 얘긴데, 모회사인 씨엔아이(지분율 100%)와 한국투자증권이 주요 차입처인 모양입니다. 2018년말 현재 씨엔아이에 115억원의 관계기업 대여금이 존재하고, 대양디엔아이가 웰바이오텍 보유 주식 중 약 3분의 1을 담보로 한국투자증권과 차입계약을 맺었거든요.


씨엔아이도 처음 50억5000만원으로 웰바이오텍 주식을 장외매수할 때, 금액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약 73만주 중 60만주를 담보로 걸었더라고요. 그런데 그해 말에 웰바이오텍 주식의 장부가액이 37억원으로 조정됐고, 거의 같은 금액이 상상인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더라고요. 차입금은 20억원이었습니다.  웰바이오텍 주식 양수대금 전부가 차입금은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씨엔아이의 주주는 이일준 회장이 대주주인 대양건설과 대양산업개발입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매출이 크게 줄어 있는 상황이라 웰바이오텍 인수자금을 대 줄 사정은 못 됐을 겁니다. 실제로 대양건설은 2018년 중 관계기업에 대여한 돈보다 회수한 돈이 많고 대여금 잔액도 2억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양산업개발도 2018년 중 관계기업 대여금을 늘리지 않았더군요.


그럼 씨엔아이는 무슨 돈이 있어 웰바이오텍 주식을 50억원 가량 매수하고, 대양디엔아이에 유상증자 대금 60억원을 빌려주었던 걸까요. 대양디엔아이가 웰바이오텍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데 들어간 40억원도 씨엔아이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으니 2018년에만 100억원 가량을 빌려주었을 텐데요.


씨엔아이의 현금흐름표를 보니 의문이 풀립니다. 매도가능증권 처분으로 171억원 상당의 현금이 유입되었습니다. 손익계산서에는 98억원 가량의 투자자산 처분이익이 잡혀 있고요. 2017년에는 있다가 2018년에는 사라진 매도가능증권은 폴루스바이오팜㈜의 주식입니다. 지난해 11월 상장폐지가 결정되었고, 회사가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올해 2월 기각되어 상장폐지가 확정되었습니다.


씨엔아이와 대양건설(당시 디와이)은 2016년 8월 폴루스바이오팜 주식을 장내매입하고 같은 해 11월 씨엔아이가 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7.67%의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당시는 폴루스바이오팜 최대주주가 아이카이스트 외 2인으로 변경될 때였는데, 2018년 1월에 최대주주 변경이 다시 발생합니다. 씨엔아이와 대양건설은 폴루스바이오팜의 경영권이 바뀔 때 새로운 최대주주의 연합세력으로 참여해 유상증자와 장내매수로 지분을 취득한 뒤,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2018년 처분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가 웰바이오텍 인수에 사용한 자금 중 외부 차입금을 제외한 진짜 자기자금은 아마 폴루스바이오팜 지분 처분대금이었던 모양입니다. 이일준 회장이 위시티 시행사업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상장사의 경영권 지분 거래에 참여해 큰 돈을 벌었던 셈입니다. 역시 기업인수 거래에 생초보가 아니었군요.


더우주가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이후인 2018년 11월 웰바이오텍 대표이사에 선임된 분이 구세현씨입니다. 아직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요. 이일준 회장의 회사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가 웰바이오텍 최대주주가 된 이후인 2019년 9월에는 ㈜로버웰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상상인증권에서 차입한 100억원으로 웰바이오텍 전환사채를 장외매수하기도 했습니다.


구세현씨는 2016년 주택건설업을 하는 동훈건설의 100% 지분을 인수해 더블에이브릿지로 상호를 변경하는데요. 이 회사가 바로 씨엔아이의 100% 자회사 대양디엔아이의 전신입니다. 이일준 회장이 구세현씨의 지분을 인수해 디에이에셋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가 다시 지금의 이름인 대양디엔아이로 재차 상호변경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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