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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부자가 금호재단을 동원해 금호기업을 설립한 후 이를 토대로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금호터미널을 흡수 합병하는 그룹 재건의 메인 스토리는 잠시 미뤄 두기로 합니다. 일단은 대우건설 지분이 향후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파킹을 해 두었던 금호고속 지분은 어떻게 되찾아 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끝내도록 하지요.
(박 회장의 그룹 재건 과정의 핵심은 금호산업 인수와 금호고속 매각 후 재인수인데, 시간의 순서대로 하면 금호산업 인수->금호터미널 흡수 합병 -> 금호고속 흡수 합병이 됩니다만,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 인수와 금호고속 인수 스토리가 섞이게 돼 오히려 이해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점을 2016년으로 이동합니다. 박삼구 회장이 설립한 금호기업이 금호산업 지분을 산업은행에서 매입(2015년말)하고,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인수(2016년 4월말)한 이후가 되겠습니다.
코에프씨 PE 지분을 유동화해 칸서스 PE 차입금을 갚습니다.
이 때는 금호그룹의 지배구조가 완전히 새로 짜이는 시기입니다. 지배구조의 변화를 순서대로 보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을 인수한 후 곧바로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합니다. 5월4일 완전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이 모회사인 금호기업을 흡수 합병한다는 공시를 내고, 주주총회를 거쳐 6월27일 합병등기까지 끝내는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합병 등기는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8월12일에서야 됩니다. 두 회사의 합병 발표 직후에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법원에 아시아나항공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거든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을 헐값에 매각했다며 들고 일어난 거죠. 금호석유화학은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서와 감정평가자료 등을 요청하는데, 이게 나중에 금호터미널 가치평가가 허위로 이루어졌다는 소송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금호터미널 매각 스토리는 따로 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인수한 4월29일과 합병등기일인 8월12일까지 두 회사는 법적으로 다른 실체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한 몸이라고 봐야죠. 그 주인은 박삼구 회장이고요. 그러니 이때부터 금호기업, 금호터미널, 금호홀딩스는 모두 한 회사를 부르는 세 개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편의상 금호홀딩스라고 통칭하겠습니다.
금호터미널이 금호기업을 공식적으로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금호홀딩스로 바꾼 8월12일 두 가지 공시를 합니다. 하나는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 30% 전부를 1581억원에 매각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7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억하시죠? 코에프씨 사모펀드에는 이제 남은 자산이 대우건설 지분 12.3%뿐입니다. 오롯이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의 몫입니다. 그리고 칸서스KHB 사모펀드는 금호고속 100% 지분을 보유한 장부상 회사 칸서스KHB(주)를 설립한 곳입니다. 칸서스KHB㈜는 자본금 1200억원으로 설립되는데, 이중 1100억원을 칸서스KHB 사모펀드가 보통주 500억원과 우선주 600억원으로 출자하죠. 이 중 보통주 500억원이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에서 나온 돈입니다. 우선주 600억원은 칸서스파트너스가 조성한 돈이죠. 진짜 임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재무적 투자자로 보면 됩니다.
여기에 금호홀딩스가 열후주로 7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한 겁니다. 이로써 칸서스KHB사모펀드에 대한 금호홀딩스의 지분율은 66.48%가 됩니다. 칸서스KHB㈜에 대한 지분율은 63.16%가 되는군요. 그냥…… 금호홀딩스가 차명으로 금호고속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시는 게 빠른 이해일 것 같군요.
하필이면 왜 700억원일까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칸서스KHB㈜는 자본금 1200억원과 차입금 2778억원으로 금호고속을 인수하지요. 그리고 차입금 중 700억원에 대해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이 담보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그 담보가 바로 코에프씨사모펀드에 출자한 지분 30%였습니다.
담보를 제공받은 곳은 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캐피탈, 과학기술인공제회입니다. 여기서 차입한 게 총 1178억원인데 그 중 700억원에 대해 담보를 제공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16년에 우리은행(200억원) 하나은행(300억원), NH농협캐피탈(50억원), 과학기술인공제회(100억원) 차입금 650억원이 회수됩니다. 그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홀딩스가 70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호홀딩스는 담보로 잡혀 있던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 30%를 매각해 1581억원을 받았습니다. 결국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을 팔아 받은 1581억원에서 700억원을 칸서스KHB㈜에 출자했고, 칸서스KHB㈜는 그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한 것입니다. 이 모든 거래가 통째로 하나였던 겁니다.
코에프씨 PE 매각도, 칸서스 PE에 금호고속을 판 것도 진성 매각이 아닙니다.
그런데 칸서스KHB㈜에 금호고속을 매각한 게 '진정한 매매(true sale)'가 아닌 것처럼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을 매각한 것도 실제로는 매각이 아니라 차입입니다. 이 지분을 인수한 곳은 케이엠티제일차㈜라는 장부상 회사였지요.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는 칸서스KHB㈜에 금호고속을 매각하고 받은 돈을 차입금으로 기록합니다. 금호고속을 매각하면서 나중에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갖는데, 사실상 '옵션'이 아니라 '의무'였다고 볼 수 있는 거지요. 금리가 8%라는 얘기는 콜옵션을 행사해 금호고속을 사오는 가격은 원금에 연율 8%의 이자를 더한 수준이라는 얘기가 되고요. 8%는 콜옵션 행사가격에 가산되는 이자율입니다.
그리고 대우건설 지분 12.3%가 담겨있는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은 연율 10%의 이자가 적용되는 차입금이었습니다. 장부상 회사에 매입자금을 댄 투자자들에게 지급될 이자지요. 자산운용사, 증권사, 캐피털사 등 여러 곳에서 돈을 댄 모양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회사와 인물이 등장을 합니다. 바로 웰투시인베스트먼트㈜라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웰투시의 설립자인 정승원이라는 사람입니다. 이 양반이 누구냐 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 그룹의 전략경영실에 근무하면서 상당한 인정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금호리조트로 발령이 나자 퇴사를 했다더군요.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웰투시는 케이엠티제일차㈜를 설립하고 157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해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을 인수합니다. 아니, 인수가 아니라 맡아 두었다고 해야겠군요. 이런 장부상 회사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자금을 융통하는 장치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정승원과 웰투시는 이때를 시작으로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작업에서 맹활약을 합니다. 2017년에 금호고속이 금호건설 홍콩법인을 매각해 현금화할 때도 금호리조트 지분에도 투자를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 일가와도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모양인데, 확인됐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은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을 매각할 때 케이엠티제일차㈜와 토털리턴스왑(TRS) 계약을 체결합니다. TRS는 양수도 대상 자산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수익을 서로 교환한다는 것입니다. 코에프씨사모펀드, 정확히는 대우건설 지분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익과 위험은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에 귀속되고, 케이엠티제일차㈜는 정해진 정산금과 일부 이익참가금을 받기로 계약을 합니다.
대우건설 지분을 팔아 코에프씨 PE 를 유동화한 차입금을 갚습니다.
대우건설 지분은 2017년 중 두 차례에 걸친 블록 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해 총 3100만주가 매각됩니다. 4월에 700만주가 주당 6680원에, 5월에 2400만주가 주당 7400원에 매각되죠. 코에프씨사모펀드가 대우건설 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했다고 공시나 뉴스를 통해 알려진 것은 이게 전부입니다.
두 차례의 블록 딜로 회수되는 자금은 총 2243억원이 되는군요. 그럼 2017년과 2018년에도 추가로 대우건설 지분이 처분된 모양입니다. 지분율이 5% 아래로 떨어져서 추적은 어렵지만, 추측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케이엠티제일차㈜가 코에프씨사모펀드로부터 2017년 현금배분 받은 돈이 1861억원 가량입니다. 이 돈은 일차적으로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을 금호홀딩스에서 사오기 위해 차입한 채무를 상환하는 용도로 쓰였겠지요. 그리고 나머지는 금호홀딩스와 케이엠티제일차㈜가 약속대로 나누어가졌을 겁니다. 2018년에도 코에프씨사모펀드에서 539억원 가량의 현금배분이 이루어집니다. 대우건설 지분을 추가로 팔았겠지요. 이것도 나누어 가졌을 겁니다.
TRS계약은 2017년 중에 종료되었습니다. 더 이상 코에프씨사모펀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금호홀딩스에도 대우건설 지분이 남아 있지 않지요. 모두 처분하고 차입금 갚고, 펀드 운용사에 수수료 주고 청산한 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해 회수한 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이네요.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주당 8140원에 5100만주 팔았잖아요. 주당 6000원만 잡아도 3000억원이 훌쩍 넘는데…… 재무적 투자자 떼어주고, 장부상 회사 차입 원리금 갚고, 사모펀드에 수수료 지불하고 그러는데 대체 얼마가 든 건지……
금호고속을 다시 사오는 과정은 다음 편으로 넘겨야겠습니다.. 이것도 참 복잡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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