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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홀딩스(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한 금호터미널의 새 이름)는 2017년 6월 23일 제이앤케이제삼차㈜라는 장부상 회사를 세워 칸서스KHB 사모펀드가 갖고 있던 금호고속 지분 100%를 인수합니다. 금호그룹이 코에프씨 사모펀드에서 금호고속을 사와서 곧바로 칸서스KHB 사모펀드로 매각한 지 대략 21개월 만입니다. 금호고속은 2012년 금호산업에서 분할된 후 코에프씨 사모펀드 →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 → 칸서스KHB 사모펀드 → 제이앤케이제삼차㈜(실체는 금호홀딩스)로 불과 5년 만에 네 번이나 주인이 바뀐 겁니다.
자신의 자회사를 자신이 인수한 이상한 거래입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와 칸서스KHB 사모펀드 모두 장부상 회사를 만들어 금호고속을 인수했었죠. KH고속투자㈜와 칸서스KHB㈜라는 SPC가 그것입니다. 제이앤케이제삼차㈜는 금호고속을 소유하는 세 번째 장부상 회사인 셈입니다. 장부상 회사(Paper Company)가 금호고속을 인수한 목적이 경영참여일 리가 없잖아요? 단지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금호고속의 주인으로 세울 회사가 필요해서 만들어진 껍데기일 뿐이죠.
위 그림은 칸서스KHB 펀드에서 제이앤케이제삼차㈜로 금호고속의 주인이 바뀌는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게 참…… 사모펀드나 장부상 회사나 법적으로는 모두 독립된 실체이기는 한데, 왠지 헛웃음이 나옵니다.
금호고속 위에 칸서스KHB(주)라는 페이퍼 컴퍼니, 페이퍼 컴퍼니 위에는 사모펀드가 있지만 결국 금호고속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진짜 주인은 바로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입니다. 금호홀딩스는 제이앤케이제삼차㈜라는 장부상 회사를 또 하나 만들어 이미 실질적인 자회사인 금호고속을 다시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죠.
금호고속 거래의 실체는 담보차입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금호고속이 이미 금호홀딩스의 실질적인 자회사였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인정을 해 주셔야 합니다. 금호그룹도 그렇게 인정해 왔으니까요.
몇 차례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은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금호고속을 매각하고 나서, 이 거래를 회계적으로 매매가 아닌 차입으로 처리합니다. 금호고속을 다시 사 올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으니 잠재적 의결권이 있다면서 말이죠.
둘 사이에 콜옵션을 주고 받으면서 어떤 약속을 따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 차입이라고 하니 그게 왜 차입이냐고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매매거래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고 차입이라고 해야 조각이 제대로 맞춰지는 정황들이 있는데, 회사가 스스로 인정을 해 주니 오히려 감사해야지요.
차입 거래이기 때문에 금호고속을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팔고 나서도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는 금호고속을 계속해서 자회사로 분류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합니다.
자, 이제 우리는 칸서스KHB 사모펀드에서 제이앤케이제삼차㈜로 금호고속이 넘어가는 과정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이것 역시 단순한 매매가 아닙니다. 차입에 대한 상환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매매의 탈을 쓴 차입거래라고 해야 할 지, 매매와 차입이 섞인 짬뽕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바탕은 차입이라고 봅니다.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는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금호고속을 팔고 받은 3900억원을 연 금리 8%짜리 차입금으로 기록합니다. 칸서스KHB가 보유한 약 21개월에 복리로 계산하면 원리금은 대략 4465억원이 됩니다. 그런데 칸서스KHB는 2016년에 금호고속으로부터 138억원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이걸 빼면 4327억원 정도 되는군요.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사오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한 가격은 4375억원입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3900억원의 원금에 8%의 금리를 적용한 가격과 엇비슷하지요?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21개월 동안 여러 가지 조정 사항들이 발생했을 테니까요.
금호고속이 자신의 몸값 일부를 먼저 치러 줍니다.
콜옵션 행사가격은 4375억원인데, 제이앤케이제삼차㈜가 금호고속을 인수한 가격은 3676.5억원이었지요? 차이가 약 700억원 있습니다. 깎아준 것일까요? 아닙니다. 칸서스KHB는 콜옵션을 행사하기 직전에 금호고속으로부터 배당금으로 700억원을 미리 받았습니다.
고백을 하자면, 14편을 쓸 때까지 인수자금에 배당금이 포함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바람에 두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첫째는 콜옵션 행사가격 4375억원에 금호고속의 자회사에 대한 대가가 포함된 것이라고 착각을 한 것입니다. 14편에 금호고속에 대해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지불된 대가가 4375억원 이상이라고 쓴 건 그 때문입니다. 이건…… 비겁한 변명이기는 한데요. 금호고속이 2017년에 금호홀딩스와 합병을 해 버리는 바람에 재무제표가 없습니다. 그래서 배당을 준 기록을 재무제표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배당은 잉여금의 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 피합병법인인 금호고속의 배당금은 합병법인인 금호홀딩스 재무제표로 확인이 안됩니다. 게다가 배당을 받은 주체인 칸서스KHB㈜ 역시 2017년에 바로 해산을 했는지,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찜찜해서 하루 종일 검색을 해서 찾아낸 게 더벨의 저 기사입니다. 과거의 상황 논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급적 기사를 보지 않고 쓰다가 놓쳐 버린 단서입니다.
덕분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또 하나를 알게 되었지요. 코에프씨 사모펀드가 4150억원에 팔기로 한 금호고속을 왜 실제로는 3794억원에 금호터미널에 넘겼을까. 사모펀드가 이미 합의한 매매가격을 깎아준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런데 끝까지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고 지나갔었죠.
왜 배당금 생각을 못했는지. 제 머리를 제 스스로 쥐어 박습니다. 2012년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인수된 금호고속은 2014년 200억원, 2015년 360억원을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배당합니다. 2014년 배당금은 코에프씨 사모펀드가 우선주로 출자한 재무적 투자자에게 배당을 하기 위한 재원으로 쓰였을 겁니다. 이건 이미 설명을 했었죠.
그런데 2015년 배당금 360억원을 놓쳤습니다. 이 배당금 역시 2017년의 700억원과 마찬가지로 금호터미널이 내야 할 콜옵션 행사가격 4150억원 중 일부를 배당금으로 미리 받은 것입니다. 계산이 딱 맞아 떨어지지요?
금호고속 매각과 재인수는 차입금 돌려 막기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고속 인수대금 4375억원을 자체자금 2525억원과 외부차입금 1850억원으로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자체자금 700억원이 금호고속이 미리 치른 배당금이었던 것이죠. 금호홀딩스가 제이앤케이제삼차㈜를 통해 칸서스KHB에 지불한 건 3676.5억원인 것이고요. 금호고속은 금호홀딩스를 대신해 자기 몸값의 일부를 치른 겁니다.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이니 아직은 주인이 칸서스KHB 사모펀드였는데 말이죠.
뭐, 말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칸서스KHB 사모펀드가 4375억원짜리 통장에서 700억원을 인출하고 나머지 3676.5억원만 넘겼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업어치나 메치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금호고속이 금호홀딩스가 갚아야 할 원리금을 대신 갚아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물론 이것도 두 회사가 결국은 합병할 것이니 순서가 바뀔 뿐 결과가 같아지기는 합니다.
그런데,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완전히 사오는 이 거래는 내용상으로 보면 결국 차입금 돌려 막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이앤케이제삼차㈜가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자금 3676.5억원은 전액 차입금이었으니까요. 제이앤케이제삼차㈜의 자본금은 달랑 1백만원이었습니다.
금호홀딩스는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금호고속 인수대금을 치르고, 차입금으로 기록해 두었던 3900억원을 상환한 것으로 처리합니다. 이 대신 제이앤케이제삼차㈜가 3676.5억원의 차입금을 지게 됩니다. 그리고 2017년 11월 27일자로 금호홀딩스와 제이앤케이제삼차㈜, 금호고속은 합병을 합니다. 금호홀딩스가 제이앤케이제삼차㈜를 완전 지배하고 있고, 제이앤케이제삼차㈜가 금호고속을 완전 지배하고 있으니 합병비율은 1:0:0이 되지요. 결국 금호고속 인수를 위한 차입금 3676.5억원은 합병법인인 금호홀딩스의 부채가 됩니다. 같은 의미로 금호고속의 부채가 된 것이지요.
위 그림은 금호고속이 팔려갈 때마다 그로 인해 생긴 재무적 부담을 굵직한 것만 정리한 것입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팔렸을 때 가장 큰 부담은 펀드가 차입한 2000억원의 차입금을 금호고속이 떠안은 것이고요. 두 차례에 걸쳐 56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했고, 차입금 2000억원이 늘어나는 바람에 2015년까지 총 294억원의 이자를 치러야 했습니다.
칸서스KHB㈜에 팔렸을 때는 두 차례에 걸쳐 838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지불했죠. 그 중 700억원은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가 칸서스에 치른 인수대가 4375억원 중 일부입니다. 물론 이 기간 중에도 코에프씨 사모펀드 때문에 늘어난 차입금으로 이자부담이 지속됩니다만, 그건 제외했습니다.
제이앤케이제삼차㈜로 넘어갈 때는 두 회사가 합병을 하기 때문에 인수차입금 전체가 결국 금호고속의 차입금이 됩니다. 물론 여기에 변수가 있기는 합니다. 합병 직전 제이앤케이제삼차㈜의 차입금 중 1885억원은 금호홀딩스가 제이앤케이제삼차㈜에 대여한 것이거든요. 금호고속이 제이앤케이제삼차㈜ 와 합병하고 금호홀딩스에 흡수 합병되니까, 결국은 금호홀딩스가 1885억원을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따라 돈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해야 합니다. 금호홀딩스와 합병한 효과까지 감안을 하려면, 금호홀딩스의 자금조달 구조는 물론이고, 금호터미널 및 금호산업 인수금융까지 살펴야 합니다. 오늘은 오로지 금호고속의 매각과 재인수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결론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을 인수하는데 별도로 들어간 돈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돌려 막기 끝에 금호고속 인수자금은 금호고속의 주머니에서 나온 게 되었으니까요.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을 인수할 때 쓴 돈은 칸서스KHB 사모펀드로 넘기면서 돌려 받았고, 칸서스KHB 사모펀드에게서 받은 돈은 제이앤케이제삼차㈜가 전액을 차입해 상환했죠. 그리고 제이앤케이제삼차㈜가 금호고속과 합병했으니 결국 금호고속이 그 돈을 갚아야 하는 겁니다. 금호고속의 부채로 금호고속을 인수한 꼴이죠.
칸서스KHB 출자 지분은 1356억원으로 돌려 받습니다.
칸서스KHB 사모펀드 얘기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금호그룹이 최종적으로 금호고속을 인수했으니 칸서스KHB 사모펀드의 역할을 끝났습니다. 2년 간의 투자성과를 분배할 일만 남았죠. 칸서스KHB 사모펀드는 칸서스의 다른 블라인드펀드가 출자한 100억원을 포함해 총 1900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1200억원이었는데, 인수금융 700억원을 상환하면서 그걸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가 열후주 700억원으로 채워 넣었죠. 차입금은 2730억원에서 시작해 2000억원으로 줄었지만 그간의 이자가 보태졌습니다. 2016년에 122억원이 더해졌으니 2017년에도 100억원 정도 늘었을 겁니다.
4375억원의 금호고속 인수 대가 중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대략 2200억원 정도 쓰였다고 보면 되겠군요. 남은 2100억~2200억원이 주주들에게 분배할 몫입니다. 지분총액 1900억원 중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 지분율은 68.8%, 그 몫으로 1355억8800만원을 받은 겁니다. 나중에 참여한 700억원은 열후주였으니 아마 지분율 만큼을 다 받지는 못했나 봅니다. 아니면 이런 저런 비용을 정산하고 나서 분배할 금액이 줄었을 수도 있고요.
이 돈을 감안하면 금호홀딩스는 금호고속을 4375억원이 아니라 약 3000억원에 사온 꼴이죠. 이걸로 차입금을 갚는다면 금호고속 인수로 늘어나는 부채도 그 만큼은 줄게 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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