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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기술투자는 여신전문금융회사라서 대출이나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채 발행 등을 통한 조달을 해야 합니다. 과거 리더스홀딩스 소유 하에 있을 때는 KH필룩스 그룹의 사금고 역할을 하다시피 하면서 시도때도 없이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1년 넘게 자금조달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리더스기술투자 재무제표 분석을 하면서 올해 신규 투자가 매우 적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신규 투자가 없으니 자금조달이 없고, 자금조달이 없으니 신규 투자도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내부적으로 투자를 자제한 다른 사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물리적으로는 모회사인 에이티세미콘이 워낙 전환사채 발행을 많이 하니 리더스기술투자에게 순서가 돌아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에이티세미콘이 적정의견을 받기는 했지만, 외부감사인은 대규모 적자와 함께 유동비율이 낮은 점을 들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특히 영업권의 규모가 큰 리더스기술투자(32억원)을 핵심감사사항으로 다루었습니다.
리더스기술투자는 지난 1년간 기존에 발행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만기 전 취득해 보유하다가 다른 투자자에게 재매각하는 거래를 반복해 왔습니다. 사채권자의 손바뀜이 일어난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해 10월 200억원 규모로 발행한 14회차 전환사채입니다. MG손해보험 지분 취득을 위해 조달했던 돈입니다. 이 전환사채는 김형준 대표(80억원)와 더에이치테크(120억원)이 인수했었죠. 김대표는 베스트에이엠씨라는 곳에서, 더에이치테크는 에스티에스개발이라는 곳에서 차입해 인수자금을 마련했었고, 차입처는 각각 김신완(개인)과 부르노주식회사로 교체되었죠.
하지만 MG손해보험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지분인수가 철회되었고, 리더스기술투자는 지난 4월 200억원 전액을 조기 상환했습니다. 현금으로 상환한 것이 아니고 M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조성된 펀드(제이씨어슈어런스 제2호)의 지분과 교환하였습니다. 또 14회차 보다 하루 앞서 발행된 13회차 80억원의 전환사채(인수자 상상인저축은행)도 지난 10월 전액 만기 전 취득했죠.
리더스기술투자는 이 전환사채를 소각처리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 10월 26일 복수의 상대방과 291억원에 재매각계약을 체결합니다. 공교롭게도 13회차 전환사채의 전환청구기간 시작일입니다. 14회차 전환사채 전환청구기간도 내년 1월에 시작되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20년 9월 발행한 10회차 전환사채 25억원(잔액 25억원)과 같은 해 10월 발행된 11회차 전환사채 14억원(잔액 6억원)도 만기 전 취득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2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올해 4월 전액 조기상환했습니다. 또 지난 2019년 200억원 규모로 공모로 발행한 9회차 신주인권부사채를 지속적으로 매입 소각해 오고 있었는데, 올해에도 3억원어치를 매입 소각해 2억원(권면)만 남겨놓게 되었습니다. 이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사채만 상환한 것이고 신주인수권은 분리되어 여전히 사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리더스기술투자는 지난해 만기전 취득한 12회차 전환사채(20억원)을 포함, 10회차(25억원)와 11회차(14억원) 등 권면총액 59억원의 전환사채 전부를 지난 4월 재매각했습니다. 재매각 당시 전환가액이 503원, 508원, 519원이었고 지금은 모든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이 하한선인 500원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리더스기술투자가 재매각한 전환사채 중 13회차 80억원은 상당부분 주식으로 전환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환권 행사 공시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300원대에 머물러 있던 주가가 갑자기 며칠 급등하더니 재매각 다음 날인 10월 27일 대량거래와 함께 638원의 고점을 찍고 장대 음봉을 만들더라고요. 하지만 276억원의 잔금 지급일이 이달 7일이니 아직 대부분 물량이 미전환 상태로 남아있을 겁니다. 14회차 200억원 전환사채의 전환청구기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요.
10회차~12회차 전환사채 59억원어치는 에이티세미콘이 65억원에 취득했습니다. 모두 전환청구가 가능한 사채들로 전환 시 1300만주의 보통주가 생깁니다. 현재 김형준 대표와 김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더에이치테크는 리더스기술투자의 주식이나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에이티세미콘이 지난해 5월 주식양수도계약으로 인수한 2346만여주(보통주 지분율 18.04%)와 전환시 1300만주의 보통주에 상당하는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잠재주식까지 더하면 지분율은 25.49%까지 늘어납니다. 물론 아직 미전환된 13회차와 14회차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에이티세미콘의 지분율 희석이 발생하겠지요.
그런데 리더스기술투자의 경영권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오는 27일 115억원의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이 예정돼 있거든요. 당초 납입일은 지난달 18일이었는데, 배정자가 교체되면서 납입이 연기되었습니다. 어센딩플로우조합이라는 곳에서 전액 인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김환(60%)과 이재환(40%) 두 분이 출자해 만든 조합인데, 설립일이나 재무사항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신규 조성된 조합인 듯 보입니다. 실제 인수자는 숨어 있겠죠.
이 유상증자를 이사회에서 결정한 날이 10월 26일입니다. 리더스기술투자가 13회차 전환사채를 만기 전 취득한 날이고, 13회차와 14회차 전환사채 280억원 전액을 여러 곳에 분산해 재매각한 날이기도 합니다. 잠재 지분의 분산이 이루어졌다는 의미가 있죠.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2300만주에 달합니다. 에이티세미콘이 소유한 보통주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당장 최대주주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인수자의 의지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경영참여가 가능한 물량입니다.
리더스기술투자 이사회는 10월 26일 유상증자 결의와 함께 주주총회도 소집했습니다. 유상증자 납입 다음날인 이달 28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의안이 2가지인데,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입니다. 경영진에 새로운 인물이 참여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기존의 경영진의 퇴진이 있을 지도 모르죠.
유상증자가 완료되고 나서도 에이티세미콘이 최대주주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쟁쟁한 지분을 가진 다른 주주가 등장한 이상 리더스기술투자가 에이티세미콘의 자회사로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에이티세미콘의 연결재무제표에서 리더스기술투자가 빠지게 됩니다. 자금조달의 측면에서 보면 두 회사 모두에게 여유가 생기는 결과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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