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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고작 2000억 원에 팔지만, 금호터미널이 2013년 광주신세계로부터 받은 5000억 원의 전세보증금이 자금 흐름의 숨통을 틔게 해 줍니다. 그 해에 금호산업은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 30%를 금호터미널에 넘기고 5000억 원 중 1780억 원을 받아 오지요. 그리고 2년 후 금호고속이 코에프씨 사모펀드에서 금호고속을 4150억 원에 사 올 때도 광주신세계의 전세보증금 덕을 톡톡히 보게 됩니다. 사모펀드라는 장치를 제거하고 본다면, 광주신세계의 통 큰 전세보증금 5000억 원이 금호터미널을 거쳐 금호산업으로 흘러 들어간 격이지요.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을 사 올 때 현찰로 지불한 것은 4150억 원이 아닌 거 아시지요? 15편에 썼듯이 금호고속의 배당금 360억 원을 제하고 3794억 원을 현찰로 지불합니다. 그리고 금호고속을 다시 칸서스 KHB 사모펀드로 3900억 원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것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대우건설 지분은 박삼구 회장의 또 다른 쌈짓돈이 됩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2000억 원에 사서 2200억 원에 금세 팔았으니 별로 재미없는 장사를 한 겁니다. 사모펀드는 돈 벌자고 하는 것인데, 매매차익이 10% 밖에 되지 않는 데다 사 오고 되파는 과정에 발생한 여러 가지 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4155억 원을 넘게 지불하고 사 온 대우건설은 펀드 보유 기간 중에 주가가 하락해 시장가치가 32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거의 1000억 원가량의 투자 손실을 본 것이죠. 하지만 코에프씨 사모펀드는 그다지 아쉬울 게 없습니다. 패키지 자산을 인수할 때 동원한 차입금 4500억 원 중 2200억 원을 금호고속에 떠넘기고도 4150억 원에 금호터미널에 되팔았으니 말입니다. 그걸로 인수 금융을 제공한 대주단에 약속한 이자 다 주고, 재무적 투자자들도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챙겼을 겁니다.
펀드가 보유기간 중 금호고속 등에서 받아 간 배당금과 인수 금융 차입금에 지불한 이자를 제외하고 원금만 대략 맞춰볼까요. 코에프씨 사모펀드의 매입 원금은 9500억 원(지 분 5000억 원, 차입금 4500억 원)인데, 차입금 중 2200억 원을 금호고속에 넘겼으니 7500억 원을 회수하면 됩니다. 금호고속을 매각해 4150억 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팔아 2200억 원이니 6350억 원을 회수했고 남은 건 1200억 원 정도네요. 대우건설 지분을 팔아 사온 값의 절반만 받아도 남는 장사가 됩니다.
그런데 지분 5000억 원 중에 1500억 원은 금호산업이 내고 금호터미널에 판 그 30%잖아요. 결국 금호고속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매각한 뒤에 펀드에 남아 있는 자산인 대우건설 지분 12.3%는 금호터미널의 몫으로 남은 겁니다. 2016년에 금호터미널을 인수해 금호홀딩스로 합병시킨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쌈짓돈이 생긴 셈이죠.
금호터미널은 금호기업과 합병하면서 거덜이 납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금호그룹 내 그리고 금호그룹과 사모펀드 간 거래가 워낙 많아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고사하고 계열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무척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2년여 간의 주요 거래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2015년 말 현재 금호터미널에는 상당한 현금성 자산이 있었습니다. 금호고속을 5월에 인수했지만 11월에 다시 칸서스 KHB 펀드에 재매각해서 현금이 별로 축나지 않았죠. 그런데 박삼구 회장이 금호 기업에서 대규모 차입금을 동원해 금호산업을 인수한 뒤, 2016년에 금호터미널을 인수해 합병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금호터미널 인수 과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리포트를 작성할 예정이지만, 재무적인 관점에서 간단히 훑고 지나가자면, 금호 기업을 흡수합병한 금호터미널의 지갑은 텅텅 비게 됩니다. 3300억 원의 차입금을 조달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한 금호 기업이 금호터미널을 필요로 한 이유는 바로 광주신세계의 전세보증금 중 여전히 남아 있는 약 3000억 원가량의 현금 때문이었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터미널을 사 올 때도 인수대금 2700억 원 전액을 NH투자증권 등에서 단기차입금을 조달해 마련한 것으로 추정(?) 됩니다, 추정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한 이유는 일단 인수자금 조달 방법이 공시된 것이 없고요. 금호 기업과 금호터미널이 모두 비상장 법인이고 2016년 중에 인수와 합병이 동시에 일어나 자기자금과 인수 차입금 조달이 각각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웬일인지 관련된 언론 보도도 없더라고요. 감사보고서에도 한 마디 언급한 게 없습니다. 심지어 금호터미널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공시조차 없습니다. 이건 뭐 말이 법인이지, 박 씨 가문 안에서 일어난 일처럼 처리를 한 것 같습니다.
(사실 금호그룹 안에서 일어난 거래들은 거의 마치 모든 자산이 박 씨 일가의 개인 재산이라야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계열사들을 그 때 그 때 박 회장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기 붙였다, 저기 붙였다 하면서, 팔고 싶은 가격에 팔고…… 사고 싶은 가격에 사고…… )
금호기업은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 차입금 3300억 원을 동원했었죠. 여기에 금호터미널을 인수하느라 2700억 원의 빚이 더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런 금호기업을 금호터미널이 합병했으니, 그 모든 빚은 금호터미널의 등에 얹어지게 된 셈입니다.
금호기업은 금호산업 지분이 유일한 자산이었으니 사실상 장부상 회사나 다름없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기업 출자자금을 제외하고는 금호터미널의 현금과 차입금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을 인수한 셈이 되는 겁니다. 아주 질이 나쁜, 피인수 기업(여기서는 금호터미널)을 골로 보내는 차입인수(LBO)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말 현재 금호기업 재무 상황입니다. 공시된 재무제표가 없어서 겨우 이 정도 밖에는 파악이 안됩니다. 시리즈 초기에 쓴 적이 있지만 자본총계 중에 박삼구 회장 부자가 납입한 건 약 1300억 원입니다. 자산은 전부 금호산업 주식이고요. 7228억 원을 주고 샀는데 왜 6728억 원이냐고요? 그게…… 금호기업이 전부 돈을 댄 게 아니거든요. 이미 CJ그룹으로 넘어간 대한통운이 500억 원을 제공합니다.
금호기업에 인수되기 전인 2015년 말 금호터미널 재무제표를 요약한 겁니다. 현금 2600억 원과 지분법주식 5580억 원이 있습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1780억 원), 칸서스 KHB 사모펀드 지분(이때는 추가 출자 전이라 500억 원), 금호고속 지분(인수가는 3794억 원이지만, 장부가로는 3400억 원), 금호리조트 지분(480억 원) 등입니다. 칸서스 KHB에 금호고속을 팔았지만 매각 거래가 아닌 차입거래로 회계 처리하고 있었다고 지난 리포트에서 말씀드린 거 기억하지요? 그래서 둘 다 자산 목록에 있는 겁니다.
차입금은 약 5500억 원 정도 되네요. 이 중 3900억 원은 금호고속을 칸서스 KHB에 매각하고 받은 대가입니다. 차입거래니까 차입금으로 기록한 겁니다. 그리고 장기 예수 보증금은 아시죠? 대부분 광주신세계의 전세보증금으로 보시면 됩니다.
피인수 기업인 금호터미널이 장부상 회사인 금호기업을 역합병한 뒤인 2016년 말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의 재무 상태를 요약한 겁니다. 2015년과 회사 이름만 다르지 본체는 금호터미널입니다.
현금은 고작 41억 원…… 빈 지갑이 되었습니다. 금호산업 지분이 보태지면서 종속회사 지분은 장부가로 1조 3000억 원가량이 되었습니다. 차입금은 약 930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광주신세계가 준 보증금은 다 쓰고 이제 갚을 일만 남았으니 장기차입금과 그 성질이 완전히 같아졌습니다. 그냥 다 차입금인 겁니다. 알짜 자산이던 금호터미널은 홀딩스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빚으로 쌓은 주식의 성'으로 바뀌었습니다.
◇ 결국 금호터미널을 털어서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을 사들인 겁니다.
저 두 재무제표 사이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2015년에 금호고속을 샀다가 판 현금흐름이 나옵니다. 2016년에는 차입금 2635억 원을 순상환했군요.
금호홀딩스는 2016년에 총 4512억 원의 차입금을 상환합니다. 그 많던 금호터미널의 현금이 소진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대부분 금호기업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NH투자증권을 통해 조달했던 인수 차입금을 상환한 것입니다. 차입금 목록에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 갚은 것이겠죠. 원래 금호터미널에게 있던 장기차입금 중에는 갚은 게 거의 없습니다. 산업은행에 갚은 140억 원 정도입니다. 2015년에는 없었던 단기차입금 2400억 원이 생겼는데, 이건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인수하면서 생긴 차입금으로 보입니다. 자, 이제 시간의 순서만 바뀌었지 박삼구 회장이 금호터미널의 현금과 빚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을 가져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현금이 바닥났으니 어디선가 다시 조달을 해야겠죠? 그래서 자산을 팔고 신규로 차입을 합니다. 2016년에 새로 조달한 차입금은 총 1870억 원,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제이엠티 제일차㈜라는 장부상 회사에서 차입한 1580억 원입니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 30%(그 안에 들어 있는 대우건설 지분 12.3%)를 유동화하기 위해 만든 회사죠. 당시 시가로 3200억 원 정도 되던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1580억 원을 차입한 겁니다. 대우건설 지분을 팔기 전에 당겨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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