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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홀딩스에 인수되기 전에 웰투씨인베스트먼트에 팔린 금호건설(홍콩)은 금호고속의 해외 합작회사 13곳의 지주회사 격이었죠. 이 합작사들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 육상운송을 하는 회사들이었는데 금호고속의 지분율은 49%, 해외 파트너가 51%를 소유하는 형태였습니다. 금호고속이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매각된 2012년 당시 무한한광공로운수유한공사 등 합작사들의 총 자산은 대략 2000억원 정도이고, 순자산은 1600억원 정도였습니다.



금호고속은 해외 합작사업에서 철수합니다.


이 합작사업은 금호그룹이 상당히 야심 차게 추진한 해외 진출이었을 테지만, 그룹이 위기에 빠져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순항을 할 리가 만무하겠죠. 한 푼이 아쉬운 금호그룹 입장에서 해외 사업에 유동성을 묶어 놓을 여유도 없었을 것이고요.


금호그룹은 매년 이 사업을 축소시켜 갑니다. 총 13개사에 달했던 해외 합작사에서 하나 둘씩 발을 떼게 되죠. 주로 유상감자와 지분 매각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에 2개 합작사에서 유상감자로 자금을 회수하고, 2016년에는 1개 합작사의 유상증자와 3개 합작사의 지분매각으로 철수합니다.


그렇게 해서 2016년말 현재 해외 합작사는 8개사로 줄게 되고요. 순자산은 750억원 수준으로 2012년말에 비해 절반 이하가 됩니다. 순자산에 대한 금호고속의 지분은 약 370억원이 됩니다. 금호고속이 금호건설(홍콩)을 웰투시에 매각한 2017년 2월이니 아마 매각 당시 해외 합작사의 상황이 딱 그 정도였을 것입니다.



금호건설(홍콩)이 웰투씨로 팔린 이후에도 철수는 계속되었습니다. 감사보고서에는 더 이상 합작사가 몇 개나 되는지 표시되고 있지 않지만 유상감자는 매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고, 자산 규모도 계속 감소해 2018년말 해외 합작사의 순자산에 대한 금호고속의 지분액은 2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합작사들의 지분을 보유하던 주체가 금호건설(홍콩)이니 해외 합작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확보한 현금은 1차적으로 금호건설(홍콩)으로 유입되었겠지요.


금호고속(현재의 금호고속)이 올해 2월에 웰투시로부터 금호건설(홍콩) 지분 100%를 매입합니다. 아마 웰투시와 맺은 약정이 2년짜리였던 모양입니다. 웰투시는 참으로 절묘한 시점에 발을 뺐네요.


웰투씨로 매각된 후 금호건설(홍콩)의 순자산이 급감합니다.


아래 표는 지분 매입 당시 금호고속이 공시한 금호건설(홍콩)의 요약 재무제표입니다. 금호고속은 HKCWTS와 거래를 차입으로 회계처리를 했으니 금호건설(홍콩)을 여전히 종속회사로 보고 있죠. 그래서 매년 재무상황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도 순자산이 좀 큰 폭으로 줄었네요. 해외 합작투자의 실패로 인한 손실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순자산 감소 중에는 금호고속으로의 배당금도 있습니다. 이때 금호고속은 칸서스KHB 사모펀드로 넘어가 있을 때인데, 매년 상당한 배당금 지출이 필요했으니 자회사로부터도 배당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았을 겁니다. 실제로 금호고속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360억원과 138억원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하고요, 자회사 등으로부터 각각 120억원과 132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합니다.


금호건설(홍콩)에서 얼마의 배당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디 나와 있는 기록이 없네요. 하지만 2016년에 10억원 상당의 시설이용권을 현물 배당 받았다는 보고는 감사보고서에 있습니다.


2016년보다 중요한 건 금호건설(홍콩)이 웰투씨로 매각된 2017년이겠죠. 매각 이후에 어떻게 관리되는지를 보면 무슨 목적으로 매각한 것인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표에서 보다시피 금호건설(홍콩)의 순자산은 큰 폭으로 감소합니다. 자본금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자본금이 줄었다는 것은 감자를 했다는 것이죠. 주주가 자본을 회수한 겁니다. 이때 주주는 웰투씨인베스트먼트입니다.


금호고속의 차입거래 규모도 더불어 줄어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웰투시는 주주가 아니라 펀드의 업무집행사원이죠. 한국캐피탈과 함께 공동으로 펀드의 운영을 맡고 있는 회사입니다. 펀드의 이름은 에이치케이씨더블유티에스(HKCWTS) 사모펀드였고요. 당시 언론에는 한국캐피탈 PEF로 보도가 되었습니다(한국캐피탈과 웰투씨의 이니셜을 조합해 펀드 이름을 삼았나 봅니다). 그런데 KHCWTS가 바로 금호건설(홍콩)을 매입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시 ㈜프리모투자목적회사라는 장부상 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서 금호건설(홍콩) 지분을 삽니다.



프리모투자목적회사는 지난 20편 리포트에 한번 나왔습니다. 금호건설(홍콩)의 매각도 역시 진정한 매매(true sale)이라고 보기 보다는 담보차입의 성격을 가진 매매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었죠. 매도자인 금호고속이 프리모투자목적회사에서 받은 매각대금을 차입거래로 회계처리하고 있었고요.



2018년말 금호고속은 그 차입거래의 규모가 609억원원에서 360억원으로 축소되었다고 보고합니다. 약 250억원을 갚았다는 뜻이죠. 정확히는 금호건설(홍콩)을 매입한 사모펀드가 250억원을 회수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2018년에 다시 순자산이 크게 줄어듭니다. 대략 300억원 정도가 감소하네요. 금호고속의 프리모투자목적회사에 대한 차입금 감소와 맥락이 통합니다. 그리고 또 웰투씨로 팔리기 전 370억원에 달했던 해외 합작사의 순자산에 대한 금호고속의 지분액이 2018년 212억원으로 축소된 것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그렇습니다. 금호그룹은 해외 합작사와 투자를 중단하고 자금을 회수하면서 웰투씨가 사모펀드를 활용해 조달해 준 600억원을 갚고 있었던 겁니다. 금호건설(홍콩)을 775억원에 팔았는데, 600억원만 갚는 것은 금호고속이 HKCWTS에 후순위로 160억원을 출자했기 때문이죠. 지금은 금호티앤아이가 그 지분을 갖고 있지만요.


올해 2월 웰투씨는 금호건설(홍콩)에서 사실상 손을 텁니다. 프리모투자목적회사를 통해 갖고 있던 금호건설(홍콩) 지분 100%를 금호고속에 팔아 400억원을 받아 챙겼으니까요. 금호고속이 되사 온 금호건설(홍콩)의 자본금과 발행주식수가 몰라보게 줄어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지분을 회수한 돈으로 모종의 작업을 하려나 봅니다.


이제 남은 건 금호티앤아이(구, 케이아이인베스트먼트)가 갖고 있는 KHCWTS 후순위 지분 160억원뿐이네요. 박삼구회장은 이 돈으로 무언가를 할 모양입니다.


금호티앤아이가 바로 지난달 말 장부상 회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름이 '케이브이아이주식회사'입니다. KVI라…… 무엇의 이니셜인지 알 수 있으면 설립목적을 짐작해 볼 수 있을 텐데, 전혀 감이 없네요.



케이브이아이㈜의 설립목적은 '지분투자'입니다. 설립일은 2019년 2월22일입니다. 금호고속이 금호건설(홍콩) 지분 100%를 매입한 직후, 웰투씨와 한국캐피탈이 만든 사모펀드가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철수한 직후가 됩니다.


금호티앤아이는 HKCWTS 지분을 현금화할 때가 되었습니다. 펀드가 성공적으로 투자를 회수했고, 금호건설(홍콩) 지분은 금호고속으로 돌아왔으니 더 이상 HKCWTS는 필요가 없잖아요. 금호티앤아이는 후순위 지분을 들고 있었으니 한국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다른 선순위 투자자들이 모두 약정한 수익을 받아가고 남은 게 있으면 금호티앤아이의 몫입니다.



2018년말 현재 금호티앤아이는 HKCWTS의 순자산 지분액을 18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군요. 주주간 약정을 기준으로 지분법을 적용했다고 하니 다른 투자자들이 자기 몫을 다 가져가고 금호티앤아이 몫으로 180억원이 남은 모양입니다.


HKCWTS에서 회수하는 돈과 6월말 케이브이아이㈜에 출자한 돈이 180억1200만원으로 정확히 일치하는군요. 박삼구 회장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돈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깜짝 쇼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처럼 산업은행과 금융권의 협조가 이루어질 것 같지도 않은데……. 일단 어떤 굿이 펼쳐지는지 기다려보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