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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이 어제(13일)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했습니다. 이창재 대표이사를 포함해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추천한 6명의 이사(사외이사 2인 포함)가 선임되었죠. 이로써 미래산업의 경영권은 공식적으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에게 넘어갔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미래산업 인수에 395억원을 투입했습니다. 경영권 지분(10.59%) 매입에 245억원을 썼고, 미래산업의 8회차 전환사채 150억원을 인수했습니다. 계열사인 이브이첨단소재가 인수한 8회차 전환사채를 포함하면 50억원이 추가됩니다.



미래산업 전환사채는 액면으로 총 300억원인데, 전환가능주식 수는 177만8545주입니다. 무려 27.99%에 이르는 잠재 지분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확보한 미래산업 보통주 지분은 10.59%이지만, 전환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은 더 올라가게 됩니다. 이브이첨단소재와 함께 미래산업 19.44%의 잠재 지분을 갖게 됩니다. 광림에게서 액면 50억원의 7회차 전환사채를 매입한 미래컨소시엄은 8.35%의 잠재 지분을 보유하게 됐고, 미래산업이 광림에게서 만기전 취득한 7회차 전환사채 50억원도 8.09%의 지분에 해당합니다.


미래산업의 전환사채 중 얼마나 주식으로 전환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7회차 전환사채는 이미 전환가능기간이면서 현재 주가가 전환가격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언제든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미래컨소시엄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취득했으니 적절한 시기에 주식으로 전환해 장내 또는 장외매도로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래산업의 자기전환사채 50억원의 처분은 이제 새로운 경영진에게 맡겨졌으니, 최대주주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뜻에 따라 소각되거나 재매각될텐데, 상당한 차익이 생길 수 있는 전환사채를 소각할 것 같지는 않고, 재매각을 통해 미래산업은 자금을 조달하고 인수자에게는 투자수익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처분해야 할 건 미래산업의 자기전환사채만이 아닙니다. 미래산업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쌍방울그룹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관계사인 화현관광개발 지분입니다. 쌍방울그룹이 골프장사업을 위해 지난 2020년 설립한 SBW홀딩스가 상호변경한 회사가 화현관광개발입니다.


쌍방울그룹은 쌍방울, 비비안, 광림, 미래산업, 인피니티엔티(현 디모아)가 각각 20%씩 출자해 화현관광개발을 설립하고, 경기도 포천시 천주산 일대에 33홀짜리 골프장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디모아의 지분은 지난해 아이오케이컴퍼니로 양도되었습니다.


화현관광개발은 올해 2월 쌍방울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글로벌디지털에셋그룹을 흡수합병했습니다. 글로벌디지털에셋그룹은 김성태회장이 이끄는 쌍방울그룹과 배성윤 회장이 이끄는 KH필룩스그룹이 가상자산거래소와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진출을 위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곳입니다. 이와 관련해 두 회장이 가상자산거래소를 만들어 자금세탁을 하려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은 경제공동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수없이 자금을 빌려주거나 빌려받고, 상호 지분투자를 하는 등 상당히 밀접한 관계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글로벌디지털에셋그룹 역시 그런 증거 중 하나인 셈인데, 쌍방울그룹에서는 광림과 아이오케이컴퍼니가, KH그룹에서는 아이에이치큐(IHQ)와 서울미라마(그랜드하얏트호텔)가 출자했습니다.


가상사업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쌍방울그룹은 가상자산사업 진출을 철회했습니다. 디모아와 SBW생명과학이 사업목적에서 블록체인관련업을 삭제했고, 글로벌디지털에셋그룹은 올해 2월 화현관광개발에 흡수되었습니다.


글로벌디지털에셋그룹 합병 후 화현관광개발의 주요 주주는 쌍방울(12.08%), 광림(27.11%), 아이오케이컴퍼니(20%), 디모아(0.52%) 등이고 미래산업 역시 12.08%의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화현관광개발은 3월말 현재 순자산이 291억원 수준이고, 미래산업의 보유한 지분의 장부가는 37억원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쌍방울그룹과 골프장사업의 파트너가 되려고 하지 않는 이상 필요없는 지분입니다.


계열사간 자금거래가 빈번했던 쌍방울그룹에 어울리게 미래산업은 다른 계열사와 채권•채무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광림이 보유하고 있던 미래산업의 7회차 전환사채(100억원)은 경영권 양수도 과정에서 정리가 되었죠. 미래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환사채이기 때문에 경영권 거래에 포함되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미래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전환사채도 있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 100억원(3월말 장부가 약 112억원)과 SBW전환사채 30억원(장부가 약 32억원)이 그것입니다.


SBW생명과학 전환사채는 지난 2020년 7월에 발행된 것인데 지난달 14일로 전환청구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오늘(14일)이 만기일이니 현금상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BW생명과학이 대규모 결손기업이지만, 3월말 현재 보유현금이 200억원에 육박하니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100억원 상당의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는 지난해 4월 200억원 규모로 발행되었는데, 미래산업과 비비안이 각각 100억원씩 인수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전환청구기간에 돌입했습니다만, 주가(13일 현재 361원)가 전환가액(500원)에 크게 미달해 현재로서는 전환가능성이 없습니다.


미래산업은 아이오케이 전환사채에 대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25일부터 3개월마다 행사가 가능하니 가장 이른 날이 이달 25일입니다. 그런데 아이오케이컴퍼니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납입자본이 2385억원에 이르는 아이오케이컴퍼니의 3월말 자본총계는 876억원입니다. 누적 결손금이 1394억원에 달합니다. 결손보전을 위해 감자결정을 했지만 주주총회 정족수 부족으로 취소되었죠. 아마 감자 후 유상증자로 자본을 늘리려고 했을텐데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아이오케이컴퍼니의 보유 현금성자산은 3월말 현재 90억원(연결 기준)에 불과하고, 지속적인 실적부진으로 영업활동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해 내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자체적으로 전환사채 100억원을 상환하려면 투자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에 대해서는 쌍방울그룹과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사이에 미래산업 양수도계약 당시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2000만주의 보통주를 갖게 됩니다. 디모아(1722만주 보유)를 제치고 단숨에 최대주주에 오르게 됩니다. 쌍방울그룹으로서는 소홀히 생각할 수 없는 전환사채입니다.


양측은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약속으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전환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쌍방울그룹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수 있습니다. 쌍방울그룹이 그 외의 상환방안을 제시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쌍방울그룹의 여러 계열사가 상장폐지의 위기에 놓여 있고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상장폐지 대상이 아니긴 하지만 유동성과 실적이 모두 악화되고 있어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정상적인 자금회수를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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