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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성준씨가 에스엘에너지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에스엘홀딩스컴퍼니(이하 에스엘홀딩스)의 재무상태를 확인할 수있는 최근 시점은 지난해 말인데, 자산총액은 97억원, 부채총액은 140억원입니다. 지분 보유가 목적인 회사라서 영업부채는 거의 없을 테니 부채 140억원은 거의 전부 차입금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100% 지분을 보유한 온영두씨가 출자한 자본금은 9200만원입니다. 고작 1억원도 되지 않는 자본으로 그 동안 에스엘에너지,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이브이첨단소재,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등 여러 상장사들을 지배해 왔던 셈입니다.



에스엘홀딩스는 2020년 12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4억3000만원으로 8.53%의 지분을 취득하며 퓨전에 이어 에스엘에너지(당시 세미콘라이트)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온성준씨가 실질적인 주인이었던 퓨전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퓨전을 대신할 회사로 에스엘홀딩스가 설립되었죠. 설립당시 에스엘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에스앤케이글로벌(35.48%)였는데, 에스앤케이글로벌은 퓨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였습니다. 에스엘홀딩스는 퓨전의 손자회사였던 셈이죠.


그래봐야 에스엘홀딩스 설립자본금은 고작 3000만원이었습니다. 에스엘에너지의 유상신주를 인수할 대금 중 24억원은 퓨전과 에스앤케이글로벌 그리고 퓨전홀딩스에서 차입한 것이었습니다. 세 회사는 왜 출자 대신 대여의 형태로 신주인수대금을 제공했을까요? 에스엘홀딩스가 신주를 인수한 후에 다른 곳에서 자금을 가져와 세 회사에서 빌린 24억원을 갚을 계획이었겠죠.



에스엘홀딩스는 지난해 1월과 4월 두 차례 더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19억원과 41억원을 출자하는데, 상상인저축은행에서 20억원, ㈜로드랜드엠에서 41억원을 차입해 인수자금을 마련합니다. 에스엘에너지 지분 취득에 총 84억3000만원이 든 셈이죠.


지난해 말 에스엘홀딩스의 자본금은 9200만원(온영두 100%)이고, 자산은 97억원, 부채는 139억5000만원라고 했는데요. 이중 에스엘에너지 지분이 담보로 잡힌 차입부채는 31억원입니다. 로드랜드엠에서 빌렸던 41억원은 온성준씨가 이어받았고 이걸 다른 곳에 넘기지 않았다면 에스엘에너지 지분과 관련된 차입금은 72억원이 되는 셈입니다.


에스엘홀딩스는 상장사도 아니고 지난해에는 외부감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공시된 재무정보를 어느 정도 믿어야할 지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초 공시에 자산이 156억원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는데요. 이를 그대로 믿는다면, 에스엘에너지 지분 외에 다른 자산이 더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정확히는 알기 어렵지만 몇 가지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닥상장사 코스온에 6억5000만원을 대여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유자금을 대여금 등으로 운용한 것 같습니다.


흔적 중에는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다이나믹디자인과 하이드로리튬에 투자한 이력입니다. 다이나믹디자인은 전신이 세화이엠씨인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2019년말에 손오동•신채림 부부의 회사 우성코퍼레이션이 2020년 11월까지 약 2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의 구주(9억원)와 신주를 인수하죠. 그리고 6개월 후 에스엘에너지의 계열사인 이브이첨단소재(딩시 액트)가 우성코퍼레이션의 보유주식 중 79%를 310억원에 사들입니다. 이때는 에스엘홀딩스가 퓨전으로부터 에스엘에너지의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 받은지 5개월 후이기도 합니다.


이브이첨단소재가 최대주주가 된(2021년 7월) 후 다이나믹믹디자인은 그해에 모두 세 차례의 전환사채 발행이 있었는데요. 5회차 130억원은 메리츠금융그룹이, 7회차 100억원은 이브이첨단소재가 인수하는데요. 6회차 170억원 중 70억원을 티엘홀딩스가 인수합니다. 바로 에스엘에너지의 경영권 지분 인수후보로 정해진 곳입니다.



그랬군요. 티엘홀딩스가 우연히 에스엘에너지 매각거래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게 아니었습니다티엘홀딩스의 류영길 대표와 온성준씨의 인연은 최소한 2021년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고, 우성코퍼레이션의 손오동씨 부부와 온성준•온영두 형제, 그리고 티엘홀딩스의 류영길 대표는 이브이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리튬사업에 이해를 공유했던 관계였습니다.


다이나믹디자인이 2021년 발행한 전환사채 중 일부는 지난해 9월 이후 손바뀜이 일어납니다. 8월에 발행된 5회차 또는 6회차 전환사채입니다. 7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은 이브이첨단소재가 보유하고 있거든요. 5~6회차 전환사채는 발행 후 12개월이 경과해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했고 실제로 지난해 거의 전부 주식전환 되었습니다.


지난해 9월과 10월 다이나믹디자인의 전환사채를 사들인 곳 중 필라델피아라는 조합이 있습니다. 약 75억원의 출자총액으로 조성된 이 조합은 전환사채 매입직후 대부분 조합원들이 자기 몫의 전환사채를 챙겨 조합을 탈퇴합니다. 조합원 중에는 우성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이자 손오동씨의 배우자인 신채림씨(11.5억원)와 에스엘에너지의 최대주주 에스엘홀딩스(15억원)이 있었습니다. 물론 신채림씨와 에스엘홀딩스가 챙겨 간 전환사채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때가 지난해 10월 말인데요. 우성코퍼레이션이 우성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47억원을 에스엘홀딩스에 대여한 시점과 같습니다. 또 지난해 우성코퍼레이션은 최대주주인 신채림씨와 그 특수관계자(손오동)에게 58억여원을 대여한 뒤 16억여원을 회수했습니다. 신채림씨의 전환사채 취득자금이 어디에서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죠.


에스엘홀딩스가 하이드로리튬에 투자한 시기도 역시 지난해 10월말입니다. 리튬플러스(최대주주및 대표이사 전웅)는 하이드로리튬(당시 코리아에스이) 경영권 지분(14.62%)을 151억원에 인수하는데요. 기존 최대주주인 남홍기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의 절반이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을 인수하는 리튬플러스의 파트너는 유엠기술개발투자조합1호라는 곳으로 14.42%를 144억원에 인수하게 됩니다.


유엠기술개발투자조합1호는 전웅씨의 자녀인 전태랑, 전지윤씨 등 17인이 약 85억원을 출자했고 65억원을 외부차입해 인수대금 150억원을 조성하게 됩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출자한 것은 전태랑, 전태웅(각각 18.5억원)씨였고 그 다음이 10억원을 출자한 에스엘홀딩스컴피니였습니다.


유엠기술개발투자조합1호의 조합원들은 구주를 인수하자마자 주식을 배분받고 조합에서 탈퇴를 하는데요. 최대주주 변경과 리튬사업 진출을 호재로 주가가 급등하자 곧바로 장내매도로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처분가는 인수가인 5700원의 3배에서 5배 사이에 이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리튬플러스는 하이드로리튬 인수자금 151억원을 전액 리튬포어스(더블유아이→어반리튬→리튬포어스로 상호변경)에서 차입하는데요. 리튬포어스의 최대주주는 리튬인사이트(25.63%)이고, 리튬인사이트의 최대주주는 전웅(35%)씨였죠. 전웅씨는 리튬플러스를 통해 하이드로리튬을 인수하고, 리튬인사이트로 리튬포어스를 인수하는 양동작전으로 리튬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웅씨의 리튬사업과 온성준씨의 리튬사업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이브이첨단소재가 지난해 6월 리튬플러스가 발행한 5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인수(현재 25억원 보유)한 것은 물론 하이드로리튬에 50만톤 규모의 탄산리튬을 공급하기도 했죠. 이브이첨단소재는 리튬플러스의 공급업체인 동시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어쩌면 최대주주, 최소한 주요주주가 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온성준씨가 에스엘홀딩스를 통해 리튬플러스의 M&A에 참여한 것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사업파트너로서의 당연한 지원이었던 셈입니다. 에스엘홀딩스가 다이나믹디자인과 하이드로리튬에 투자한 자금은 손오동씨 부부의 우성코퍼레이션이 우성인더스트리를 에스엘에너지에서 받은 350억원(자기사채 70억원 포함) 중 47억원을 대여받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죠. 그렇다면 온성준씨가 우성코퍼레이션에서 빌린 157억원의 일부도 이브이첨단소재나 리튬플러스의 리튬사업에 투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죠. 공식적으로는 투자자 명단에 나오지 않지만, 온성준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스타일은 아니죠. 에스엘홀딩스보다 6개월 정도 이른 시점에 대여를 받았으니 투자를 했다면 그 시기도 더 빨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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