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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의 기로에서 추가 자본확충을 전제로 최대주주를 교체하려는 에스엘에너지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철회하고 지난달 초 티엘홀딩스로 협상대상자를 변경했지만, 한달 만에 협상이 결렬되면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버렸죠. 회사는 다시 공개매각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달 중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후 다음달말까지 경영권 지분매각과 유상증자 납입계약을 끝내기로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티엘홀딩스와 협상이 깨지면서 에스엘에너지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더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잦은 공시위반으로 불성실공시 벌점이 쌓였고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이 부실한 에스엘에너지는 최대주주 교체로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충분한 자본확충으로 재무안정성을 높여야 상장유지를 어느 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당연히 상장유지가 되는 것도 아니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담당하는 코스닥시장위원회 입장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너무 많거든요. 에스엘에너지는 LED칩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였지만, 실적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주력사업을 중단하고, 비상장사인 우성코퍼레이션의 에너지사업을 인수해 연료유 생산업체로 변신했죠. 상장회사의 껍데기만 남고 내용물이 바뀐 겁니다.


경영권 지분 매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매각의 진실성이 당연히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개인 또는 투자조합 등 명목상의 회사가 새로운 최대주주일 경우, 건실한 상장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믿어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공개매각의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말이죠.


에스엘에너지 매각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사실상의 매각주체인 온성준씨와 우성코퍼레이션의 주력사업인 에너지사업을 에스엘에너지에 넘긴 손오동씨 부부는 물론 두 사람과 함께 니켈•리튬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는 티엘홀딩스의 류영길 대표, 리튬플러스의 전웅 대표까지도 영향을 받을 지 모르는 일입니다.


손오동씨 부부는 에너지사업을 매각하고 받은 현금의 대부분을 온성준씨 개인과 에스엘홀딩스컴퍼니에 대여했습니다. 우성코퍼레이션의 외부감사인은 이 대차거래에 대해 정당성을 확신하지 못했고 회수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며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표명했죠. 온성준씨와 에스엘홀딩스에 대여된 자금의 일부는 니켈•리튬사업에 투입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이분들은 현재 경제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손오동씨 부부는 다이나믹디자인과 에너지사업을 온성준씨 계열회사인 이브이첨단소재와 에스엘홀딩스에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매각했고, 매각대금은 직접 또는 온성준씨에 대한 대여를 거쳐 다이나믹디자인과 하이드로리튬 등에 투자되었습니다. 다이나믹디자인은 온성준씨 계열회사이고, 하이드로리튬은 전웅씨 계열 회사이죠.


에스엘에너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온성준씨의 다른 회사들은 활발하게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환사채를 사모발행하거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입니다. 조달된 자금 중 일부는 니켈•리튬사업에 투입되고 있고, 조달처는 온성준씨 또는 그와 상당한 관계가 있는 곳들로 추정되는 곳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이달말 56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현 대표이사인 배준오씨 명의로 설립된 리치몬드홀딩스를 신주인수자로 내세웠죠. 자본금 5000만원짜리 신설회사이니 인수자금 조달이 불가피하죠. 실제 인수자가 누가 될 지 불분명하다는 뜻입니다.



니켈사업 자금조달에 동원된 대표적인 회사가 미래산업입니다. 지난달 발행된 130억원 규모의 다이나믹디자인의 전환사채 중 100억원어치를 매입한 곳이 미래산업의 100% 자회사 미래에스피씨입니다. 미래산업이 매각 전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 전환사채를 매각하고 받은 100억원이 고스란히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이나믹디자인의 130억원 전환사채 중 나머지 30억원을 받아간 곳은 베이트리라는 회사인데요. 이 회사는 이달 초 에스엘홀딩스컴퍼니의 채권자가 되었습니다. 에스엘홀딩스가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새로 차입계약을 맺은 곳이죠.


에스엘홀딩스는 베아트리 외에 황양호씨라는 개인에게도 에스엘에너지 지분을 담보로 차입을 했는데요. 이 분은 최근까지 시큐리티정보통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코스닥상장사 하이트론씨스템즈의 사외이사로 있었습니다. 하이트론씨스템즈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지난 7월 자리에서 물러났죠.



하이트론씨스템즈는 여러 면에서 에스엘에너지와 비슷한 처지였던 회사입니다. 매년 적자가 쌓여오다 최근에는 매출의 급감과 함께 자산규모가 급격히 축소되었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 중에 유상증자로 웰밸런스(지분율 36.2%)라는 회사로 최대주주가 교체되면서 지난 8월 회생절차가 종료되었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사유는 다르지만 회사가 처한 상황이나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에스엘에너지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 회사를 지난 2021년 인수한 곳이 아시아미래투자조합(지분율 23.82%)인데요. 80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 투자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지난해말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아이게이밍파트너스라는 곳이고 다른 주요 출자자로 전태랑, 전지윤(각 12.5%) 등 리튬플러스의 오너 전웅씨의 자녀들이 있습니다. 전웅씨의 자녀가 투자한 회사의 사외이사가 온성준씨를 위해 에스엘에너지에 담보대출을 해 준 셈입니다.


에스엘에너지의 경영권 지분을 에스엘홀딩스가 갖고 있고, 에스엘홀딩스의 실질 주인은 온성준씨라고 하지만, 현재 에스엘에너지의 경영진은 손오동씨 부부측에서 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성코퍼레이션의 에너지사업을 인수하면서 온성준씨 동생인 온영두씨와 온성준씨의 최측근인 박일홍씨 등이 경영진에서 물러나고 우성코퍼레이션 전 대표인 양규용씨 등 새로운 경영진이 입성했으니까요.



에스엘에너지와 우성코퍼레이션은 겉으로 보기에 에너지사업 영업양수도 거래를 한 것이지만, 그 거래의 결과 우성코퍼레이션의 주력사업과 경영진이 에스엘에너지로 이동했고, 에스엘에너지에서 지불된 매입자금은 우성코퍼레이션을 통해 온성준씨와 에스엘홀딩스로 흘러 들어가고 그 자금 중 상당 비중이 니켈•리튬사업에 투자된 형태입니다.


결국 에스엘에너지는 온성준씨와 손오동씨 부부, 리튬플러스의 오너 전웅씨 등의 자금거래에서 꼭지점에 있는 회사인 셈이고, 이분들이 하는 투자의 승부처는 다이나믹디자인, 하이드로리튬 등의 니켈•리튬사업인 셈이죠. 에스엘에너지가 실제로 공개매각에 성공한다면 이분들 간 복잡한 자금거래의 상당부분이 해소되겠지만, 긴밀한 관계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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