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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협진은 식품가공기계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만 2021년 이전에는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에이씨티였습니다. 에이씨티가 비상장사인 협진기계를 인수합병한 뒤 상호를 협진으로 변경하고 기존 사업을 매각해 지금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에이씨티는 2013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지금까지 4차례 최대주주가 바뀌었는데요. 그 시작은 2017년 9월 기존 최대주주인 이보섭 대표가 제이에스엔홀딩스 외 3인과 맺은 경영권 지분 양수도 계약입니다. 제이에스엔홀딩스 등은 300억원의 현금을 주고 에이씨티를 인수한 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합니다.


제이에스엔홀딩스는 에이씨티 양수도계약이 이루어지기 5일 전에 1000만원의 납입자본으로 설립된 신설회사였고 당연히 페이퍼컴퍼니였습니다. 함께 인수에 나선 3인은 제이케이홀딩스, 엔에스케이홀딩스, 제이에스앤파트너스인데, 이중 제이에스앤파트너스는 제이에스엔홀딩스와 특별관계자였습니다.



사실상 전부 페이퍼컴퍼니였으니 인수자금은 별도로 마련했을 겁니다. 차입금이거나 투자자를 모집했죠. 실제로 제이케이홀딩스는 인수 당일 이보섭씨에게서 인도받은 주식 전부를 뉴포트조합이라는 곳에 바로 넘깁니다. 엔에스케이홀딩스 역시 대부분 주식을 엘림코퍼레이션, 에프아이티테크놀러지 두 회사에 차익을 남기지 않고 양도합니다. 엘림코퍼레이션과 에프아이티테크놀러지도 정체가 불분명한 회사였습니다. 공유오피스와 빌라에 주소를 둔 페이퍼컴퍼니였고 이곳 저곳에서 차입금을 동원해 다른 회사 주식이나 전환사채 등에 투자했습니다.


제이에스엔홀딩스는 양수도계약을 맺은 뒤 최대주주가 리미트리스홀딩스로 바뀌고 2018년 2월 상호를 에이젠생명과학으로 바꿉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가 저축은행에서 150억원을 차입해 에이씨티 인수대금으로 사용합니다. 제이에스엔홀딩스에게 리앤파트너스캐피탈이라는 다른 차입처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결국 에이씨티 인수대금은 리미트리스홀딩스가 차입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는 김태훈이라는 분이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이 분이 실질 주주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제이에스엔홀딩스를 에이젠생명과학으로 칭하기로 하겠습니다. 에이젠생명과학은 딱 한 차례 2018년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었는데요. 보유 자산은 사실상 에이씨티 주식 62억원(취득가액 기준) 뿐이었고, 같은 금액의 차입부채가 있었습니다. 자본금은 1000만원으로 설립 이후 늘지 않았으니 증자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2018년 중에 약 18억원어치의 주식을 리미티리스홀딩스에 주고 동액의 차입금을 갚았습니다. 리미티리스홀딩스도 에이씨티 주식을 보유했었다는 얘기죠.


에이젠생명과학에 인수된 에이씨티는 2017년말 오성첨단소재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의 신주를 취득하기로 합니다. 주금납입을 며칠 앞두고 오성첨단소재에 신사업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오성첨단소재는 자료제출을 거저하고, 유상증자 대상자를 다른 곳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이때 오성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에스맥이었고, 에스맥의 실질적인 주인은 유명한 기업사냥꾼 조경숙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에이씨티의 투자본능은 멈추지 않습니다. 오성첨단소재 지분 취득에 실패한 뒤 신탁업자를 활용한 500억원의 유상증자(실제 투자자는 베일에 가려짐), 33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거액을 조달합니다.


또한 최대주주도 바뀝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투자한 AID파트너스가 2018년 7월 새로운 최대주주가 되죠. 적대적인 경영권 변동이 아니라 전 주인과 새 주인이 우호적인 관계였다고 추측할 수 있죠. AID파트너스는 자본총계 2700만원으로 홍콩에 새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습니다.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최대주주가 바뀌는 날 에이씨티는 사모아에 있는 알파 마크(유한회사)라는 투자회사를 200억원에 인수합니다. 알파 마크는 이스라엘 분자 진단 기업 GeneSort 지분 49%를 보유한 장부상 회사였습니다. 에이씨티가 신약개발 테마에 올라타는 순간이었죠. 그런데 에이씨티가 GeneSort를 인수하기 1년 전 이스라엘 언론에 홍콩의 투자 펀드인 AID 파트너스가 GeneSort를 2300만 달러에 인수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AID파트너스는 에이씨티를 인수한 뒤, 자신이 보유한 이스라엘 신약개발 회사를 에이씨티에 매각한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GeneSort 투자는 에이씨티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빌미가 됩니다. 회계감사인은 GeneSort 투자에 대해 거래 상대방과 자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의견거절을 줍니다. 에이씨티는 재감사 결과 2019년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58억원의 적자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당기순손실은 337억원에 달했습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에이씨티는 결국 GeneSort를 보유한 장부상회사 알파 마크 지분을 AID파트너스에 되팔기로 합니다. 부실사업을 정리해 재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AID파트너스는 인수대금의 결제를 하지 못했고, 에이씨티는 담보로 잡고 있던 AID파트너스가 가진 지분으로 대물변제를 받습니다.


이로써 최대주주는 다시 2대주주인 켈리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되는데, 켈리인베스트먼트는 AID파트너스와 함께 33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곳이고, AID파트너스와 지분을 공동보유하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켈리인베스트먼트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고 단순투자자에 가까웠습니다. 에이씨티 지분은 저축은행 차입금으로 매입했고, 아직 36억원을 갚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 당시 에이젠생명과학은 리미트리홀딩스 및 대표이사 김태훈과 함께 5.29%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습니다.


에이씨티의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의견 거절, 전 대표이사의 횡령, 매출채권 외 채권의 손상차손 등 3가지나 됐습니다. 손상차손은 다름 아닌 GeneSort의 손실 징후로 알파 마크 투자주식에 대해 전액 손실처리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상장실질 심사는 사유별로 각각 이루어지고, 각 사유가 모두 해소되어야 상장유지가 가능합니다.


주식거래가 정지 중이던 2020년 8월 에이씨티의 최대주주가 다시 바뀝니다. 9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주포로 참여한 유가증권 상장사 씨아이테크입니다. 씨아이테크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김종서씨와 유상증자에 함께 참여한 자회사 나이콤의 대표이사 겸 씨아이테크의 사내이사 김대영씨를 에이씨티의 사내이사로 올립니다.


새로운 최대주주는 충북 음성에 있는 에이씨티의 본사 부지와 건물, 기계장치 등을 총 90억원에 매각합니다. 2021년 7월에는 수원 광교의 R&D센터도 250억원에 매각합니다. 또 식품가공기계업체인 협진기계를 385억원에 인수해 합병하고, 상호를 협진으로 바꿉니다. 지금의 코스닥 업체 협진이죠.


협진기계의 주주는 김장호, 김영주, 조애자 등 3인인데. 이 분들은 지분 매각의 대가로 현금 275억원과 협진 전환사채 110억원을 받습니다. 전환사채 중 80억원은 올해 8월말까지 수 차례에 걸쳐 협진이 사들였고, 나머지 30억원이 남았습니다.


협진의 최대주주 씨아이테크는 1989년 유가증권에 상장된, 역사가 오래 된 섬유업체였습니다. 원래 상호는 삼영모방공업이었는데, 2006년에 삼영홀딩스로 변경했고, 오너일가가 회사를 2012년 ㈜위드윈에 매각하는데, 위드윈은 담보로 맡겼던 주식을 반대매매로 잃게 되죠. 위드윈은 180억원에 경영권 지분을 취득했는데, 전액 에이원플러스에셋에서 차입한 돈이었습니다. 위드윈은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회사였어요. 위드윈은 반대매매로 지분을 모두 잃은 상황인 2012년말 삼영홀딩스의 자금으로 지금은 상장폐지된 코스닥 상장사 제이웨이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하기도 합니다.


위드윈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면서 에스엔텍이 최대주주가 됩니다. 에스엔텍은 위드윈의 특수관계인으로 삼영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5.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죠. 이 당시 삼영홀딩스의 대표이사가 김대영씨입니다. 2020년 씨아이테크가 에이씨티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인물입니다. 2012년 위드윈이 삼영홀딩스 대표이사로 삼은 인물이, 최대주주가 에스엔텍으로 바뀐 후에도 자회사 나이콤 대표로 있다가, 삼영홀딩스가 씨아이테크로 이름을 바꾸어 에이씨티를 인수하자 경영진으로 온 겁니다. 에스엔텍은 2016년 중 최대주주가 시원코퍼레이션으로 바뀝니다. 자본금 5000만원짜리로 지난해말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에스엔텍의 상호는 2021년 씨엔씨기술로 변경됩니다.


2017년 제이에스엔홀딩스가 협진의 전신인 에이씨티를 인수할 때, 제이에스엔홀딩스의 특수관계자로 49억5000만원을 투자한 제이에스앤파트너스는 대양금속과 영풍제지를 무자본 인수한 공현철씨의 회사입니다. 두 회사가 특수관계자라는 것은 제이에스엔홀딩스를 설립한 리미트리스홀딩스와 공현철씨가 특수관계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소한 당시에는 사실상 한 몸이거나, 공동의 이해관계였을 겁니다. 제이에스앤파트너스는 2017년말 보유주식을 리미트리스홀딩스에 매각합니다. 취득 당시 금액과 거의 같은 49억4316만원에 팔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에스젠생명과학은 약 23억원어치의 예이씨티(협진) 주식을 장내에서 처분합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가 제이에스앤파트너스로부터 에이씨티 주식을 사는데 보태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는 엄청나게 많은 상장업체를 투자한 곳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회사는 거의없고, 그 중 많은 기업이 상장폐지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모아텍으로부터 케이제이프리텍(현 이엠앤아이) 지분을 사들였고, 전환청구권 행사로 인터불스(현 참존글로벌)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당시 케이제이프리텍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이기태씨였고, 이기태씨는 이듬해 지분을 126억원에 마누스파트너스로 매각하는데, 마누스파트너스는 김태훈씨가 1000만원으로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를 설립한 사람의 이름도 김태훈이었죠.


리미트리스홀딩스는 인터불스 전환사채를 저축은행 차입금으로 인수했는데, 마누스파트너스도 리미트리스홀딩스의 특수관계자로 인터불스 투자에 동참합니다. 인터불스는 2019년 스타모빌리티로 상호를 변경하죠. 라임펀드 사기사건에 연루된 그 회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성지건설, 에스엠벡셀로 이름을 바꾼 지코, 상장폐지된 이에스에이(현 세영디앤씨), 상장폐지된 드림티엔터테인먼트 리미트리홀딩스가 거쳐간 곳입니다. 2018년 있었던 좋은사람들의 경영권 분쟁에도 리미트리스홀딩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당시 분쟁의 일방이던 컨텐츠제이케이와 유연학씨가 좋은사람들 주식을 담보로 리미트리스홀딩스에서 35억원을 빌렸는데, 이 주식이 나중에 매도된 사실이 조사결과 밝혀집니다.


상장실질심사의 단골손님 인트로메딕의 최대주주였던 적도 있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가 100% 출자한 연우앤컴퍼니가 2018년 기존 주주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되었죠. 53억원을 차입해 인수한 무자본 M&A였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 이후 인트로메딕의 최대주주는 태승컨설팅(대명컨설팅그룹)→에셋코너스톤조합→ 포트해밀턴투자조합으로 바뀌는데, 경영권 지분 매매가 아니라 모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바뀝니다. 하지만 조용석 대표이사는 바뀌지 않습니다. 조용석씨는 인터불스 부회장을 지낸 인물로 에셋코너스톤조합과 포트해밀턴투자조합을 설립한 에이치에스미래밸류의 단독 주주입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가 설립한 연우앤컴퍼니의 대표이사를 겸하기도 했습니다.


인트로메딕의 계열사 또는 일부 지분을 보유한 회사 중에는 현진소재, 지코, 이엠앤아이 등이 있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가 투자한 회사들이죠. 인트로메딕의 최대주주 포트해밀턴투자조합은 2021년 70억원의 자본으로 설립되었는데, 조용석 대표의 에이치에스미래밸류가 40억원을, 리미트리스홀딩스가 3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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