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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스앤밸류 디벨로프먼트는 이호준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오경원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입니다. 오경원씨 부회장은 그로우스앤밸류 펀드유한회사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 디벨로프먼트의 100% 지분을 보유한 이호준 대표는 그로우스앤밸류파트너스의 대표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이호준 대표는 씨비아이(CBI) 대표이사와 DGP 부회장 겸임하고 있습니다.  씨비아이(CBI)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고 DGP 부회장이기도 합니다. CBI의 부사장이면서 DGP의 사내이사인 성봉두씨도 그로우스앤밸류 파트너스의 대표를 지냈던 분입니다. DGP의 부사장인 함상옥씨도 그로우스앤밸류 펀드유한회사의 부사장을 겸하고 있고요. CBI와 DGP의 주요 경영진들이 그로우스앤밸류 디벨로프먼트와 그 관련 회사의 핵심 인물인 셈입니다. CBI가 신사업으로 내세운 미국 신약개발회사 키네타(Kineta)와 엑시큐어(Exicure)와 텅스텐광산 투자도 이분들이 주도했을테죠.


코스닥 상장사 대주주에 계열사도 여럿 거느리고 있는 투자회사이니 규모도 크고 엄청 화려할 것 같지만 의외로 소박합니다. 올해 9월 공시를 토대로 정리해 보면,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는 이호준 대표가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했고, 자산(83억원)보다 부채(85억원)가 더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그로우스앤밸류 펀드유한회사는 오경원 대표가 6600만원으로 설립했고, 자산총액이 100억원인데 그중 30억원은 부채로 조성되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파트너스는 이호준씨와 성봉두씨가 대표이고 이호준 대표와 신승수라는 분이 각각 500만원씩 1000만원을 출자해 설립했습니다. 자산총액은 48억원, 부채와 자본이 각각 20억원과 27억원인 회사입니다.



그런데 그로우스앤밸류의 재무정보는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CBI에 처음 투자한 2021년 공시에 나온 재무정보와 최근 공시 정보가 같거든요. 최근 공시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장사의 5% 이상 투자자와 특별관계자는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재무정보를 공시하게 되어 있는데 부실한 경우가 엄청 많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관리를 하지 않나 봅니다.


그로우스앤밸류 디벨로프먼트는 홈페이지에 '현재' 진행 중인 14개의 투자조합(그로우스앤밸류 투자조합 1~12호와 신우신성장 조합 1~2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엑시트가 끝난 투자가 섞여 있고, 최근 투자는 누락되어 있어 잘 관리된 정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개된 정보로 보면 그로우스앤밸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당일 주식 종가 1만5750원인 비덴트 전환사채를 3130원에 인수하고, 비덴트 구주 매입 후 주가가 한달간 1080% 상승했답니다. 2017년 11월 에이프로젠KIC(현 에이프로젠)은 주식양수도계약과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했는데요. 주가가 최저 2000원에서 두달 후 1만9450원을 찍습니다.


2018년 4월에는 세원(현 폴라리스세원) CB에 투자했는데, 주가가 한달 만에 256% 상승합니다. 역시 2018년 3월에 에이티테크놀러지 구주주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더니 주가가 한달간 52% 올랐습니다. 에이티테크놀러지는 피엠지파마사이언스-더블유아이(WI)-어반리튬을 거쳐 지금은 리튬포어스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가 상당히 복잡한 회사입니다.


그로우스앤밸류는 그 후에도 아이텍, 넥스트사이언스, 아이에이네트웍스, 제낙스, 골든센츄리, 인스코비, 인콘 등의 전환사채에 투자하거나 주식양수도 계약 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보통주에 투자를 했는데, 아이텍, 넥스트사이언스(현 HLB글로벌), 아이에이네트웍스(현 아이윈플러스)의 경우 투자 후 한달 만에 200~300%씩 주가가 상승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의 투자처에는 몇 가지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투자가 이루어진 시점에 상호변경과 최대주주 변경이 이루어진 곳이 많습니다. 잦은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로 외부자금 조달이 이루어집니다. 최대주주가 조합이나 펀드, 또는 정체를 금방 알 수 없는 비상장사이고, 주가의 급등락이 자주 발생합니다. 시세조정 의혹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로봇, 바이오 등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테마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으나 성과가 없었던 기업들이 꽤 여럿입니다.


본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경영실적과 재무구조가 모두 돋보이는 우량기업은 없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 스스로 스몰캡 투자를 표방하고 있어서 투자처가 주로 코스닥시장에 포진하고 있는 게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우량한 스몰캡 중에는 그로우스앤밸류의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었나 봅니다.


그로우스앤밸류는 지난 2015년 12월 비덴트가 티브이로직이던 시절, 주식양수도계약과 자기주식 매입, 그리고 전환사채 인수로 최대주주가 됩니다. 비덴트의 제1회 전환사채(50억원) 인수자가 바로 그로우스앤밸류1호 투자조합입니다. 하지만 이때 비덴트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있었고, 증자대금이 완료되면서 최대주주는 다시 중국 최대의 민간 미디어그룹 Sun Seven Stars의 계열사인 Sun Seven Stars Hong Kong Cultural Development로 변경됩니다. 티브이로직은 세븐스타웍스로 사명을 바꿉니다.


Sun Seven Stars는 겨우 1년 남짓 지난 2017년 1월에 비덴트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데, 거래 상대가 영화배우 이정재, 정우성씨 등이 창업한 아티스트컴퍼니의 대표 김재욱씨와 이투데이 발행인 김상우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위지트가 50 대 50으로 출자한 비트갤럭시아1호 투자조합이었습니다. 지금의 비덴트가 이때 탄생한 셈이죠.


그로우스앤밸류는 Sun Seven Star와 함께 등장했고 또 함께 퇴장했습니다. 매입한 주식을 6~8개월 후 장내매도로 처분했고, 전환사채도 주식으로 전환한 뒤 비트갤럭시아로 최대주주가 바뀌기 직전에 절반 이상 처분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것인지 몰라도, 그로우스앤밸류는 중국자본인 Sun Seven Star의 투자 파트너였던 셈이죠. 그로우스앤밸류는 비덴트에 137억원을 투자해 151억원을 회수했고, 처분 당시 가격 기준으로 84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홈페이지 공시된 거래 중 에이프로젠KIC도 새로운 최대주주의 재무적 투자자 파트너 역할로 참여한 사례입니다. 2017년 가열로 및 제철설비 업체인 나라케이아이씨는 뜬금없이 바이오시밀러와 신약개발에 진출하겠다며 6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곳이 김재섭 현 에이프로젠그룹 회장이 100% 소유하고 있는 ㈜지베이스입니다. 에이프로젠KIC는 이후 에이프로젠과 합병했죠.


에이프로젠KIC 신주는 김재섭 회장의 지베이스가 인수하고,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은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투자조합들이 총 5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신주는 기준주가에 10% 할인율을 적용한 1935원에 발행된 반면,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은 주당 6487원에 매각되었죠. 새 주인은 낮은 발행가로 지분을 취득해 지분율을 최대한 높이고, 전 주인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챙겨 주는 구조입니다. 이때 참여한 투자조합이 제네시스 1~3호, 블라썸 1~2호, WJ 컨소시엄 1호 그리고 그로우스앤밸류3호 투자조합이었습니다.


에이프로젠KIC는 후속으로 1000억원 규모의 14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와 8회차와 9회차 전환사채 각 500억원씩 무려 2000억원에 달하는 사채발행도 추진했는데, 앞서 7개 투자조합이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에도 참여합니다. 그로우스앤발류3호 투자조합은 240억원 규모로 조성되었는데, 구주주 지분 중 6.10%를 71억원에 매입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 128억원어치를 인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비분리형으로 발행되어 전환사채와 차이가 없었고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2172원이었습니다. 구주를 비싸게 매입한 대신 신주인수권부사채로 향후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를 확보한 셈이죠. 하지만 발행물량의 50%에 대해서는 지베이스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물량은 무려 보통주 발행 주수의 92%에 달했어요. 사채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통째로 접수할 수도 있는 양이었죠. 지베이스 입장에서는 통제할 수단이 필요했을 테죠.



그로우스앤밸류3호는 구주주에게 매입한 110만여주를 약 9개월에 걸쳐 전량 장내매도해 약 135만원을 회수했습니다. 100%에 가까운 차익을 얻었죠.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절반은 예정대로(?) 지베이스가 콜옵션을 행사해 가져갔고, 나머지 절반은 신주인수권 행사기간 중인 2019년 1월에 조합원에게 배분되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3호의 조합원 구성은 최대출자자가 SAHK Inc.라는 것 말고는 공개된 게 없습니다. SAHK라는 미국 프리미엄 햄버거 쉑쉑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회사는 등기기록도 검색이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업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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