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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 오정강 대표가 최대주주(53%)인 아틀라스팔천은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설립이후 증자를 한 적이 없습니다. 오정강 대표의 출자금은 5300만원이고, 다른 누구(또는 누구들)가 4600만원을 투자했다는 얘기인데, 오 대표 외의 주주로는 17.01%이 지분을 보유한 이승규라는 분이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대표는 설립때부터 신진형이라는 분이 맡고 있는데 아틀라스팔천의 주주는 아닙니다. 신진형씨는 광무(당시 릭스솔루션)의 전환사채 75억원어치를 매입한 에스엘파워라는 회사의 대표이사였습니다. 두 회사의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습니다.
에스엘파워는 자전거용 라이트와 전기자전거용 배터리팩을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 2018년 코스닥 상장사 에너토크가 약 4억2000만원을 투자해 39.2%의 지분을 취득해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는데, 매출 부진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내자 전액 손상차손으로 처리했고 2021년 3분기에 지분 전부를 매각했습니다. 당시의 에스엘파워의 자산총액은 12억원 수준이었고, 자본금 약 8.9억원에 자본총계는 3.5억원 정도의 자본잠식 회사였습니다. 부실기업이었죠. 광무의 전환사채를 매입할 만한 자금이 있을리 만무였죠.
시기상으로 볼 때 에스엘파워는 에너토크가 지분 전부를 매각하자마자 누군가로부터 자금을 빌려 광무의 전환사채 76억원을 매입했습니다. 에너토크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새 주인의 결정이었겠죠. 올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유류 이륜차를 전기 이륜차로 전환하는 사업을 하는 블루윙모터스와 전기 이륜차 및 전동화 키트 전용 배터리팩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업 때문이었는지 에스엘파워는 지난해 11월 6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불과 3년 전 자산총액 12억원에 불과한 자본잠식 회사라고 믿기 어려운 광폭 행보입니다. 이 회사에 든든한 자금줄이 생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에스엘파워의 전환사채 60억원을 매입한 곳은 고체전해질 및 전고체 리튬이차전지업체인 비상장사 티디엘입니다. 지난해 8월 엔켐의 자회사로 편입된 곳이죠. 티디엘 대표이사 김유신씨의 지분을 엔켐이 198억원에 사기로 하고, 엔켐의 특수관계자인 솔리듐시너지펀드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원을 투자하죠. 엔켐은 김유신씨로부터 티디엘 지분을 넘겨받았지만 아직 잔금이 남아 있습니다. 올해 말 59억원을 김유신씨에게 치러야 합니다.
당초 2021년 11월에 잔금지급까지 끝내기로 했던 에스엘파워는 수차례 중도금과 잔금지급일을 연기하는데요. 2022년 2월에 1차 중도금 18억원, 3월에 2차와 3차 중도금 33억원, 4월에 잔금 18억원 등으로 나누어 대금을 치릅니다. 그런데 2월에 20억원어치, 3월에 25억춴어치, 4월에 11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장외매도하죠. 에스엘파워에게 재매각됐던 전환사채 35회차는 그해 3월과 4월에 걸쳐 주당 464원에 전량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동안 광무는 5대1의 주식병합을 하게 되고, 4605원으로 거래를 재개하는데요. 전환한 주식을 바로 처분했더라도 100% 가까운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에스엘파워가 취득한 광무(당시 릭스솔루션)의 전환사채는 상지카일룸이 인수했던 35회차 전량입니다. 2021년 3월에 발행됐는데, 상지카일룸이 3개월만에 상환을 요구하는 바람에 되샀다가 약 4개월만에 에스엘파워에 재매각하게 되었죠. 당시 상지카일룸의 실질적인 주인은 신동걸씨였고, 회장은 한종희씨, 대표는 최기보씨였습니다. 그런데 상지카일룸은 광무 전환사채를 상환받고 난 직후 16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그렇게 발행된 신주를 이미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중앙첨단소재(당시 중앙디앤엠)에서 신주를 인수하죠.
당시 광무는 최대주주가 엔비알컴퍼니였는데, 괴이한 경영권 분쟁 중이었습니다. 엔비알컴퍼니의 최대주주였던 서의환씨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엔비알컴퍼니의 최대주주로 변경되었다며, 채권자인 리더스기술투자가 회사를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하죠. 결국 리더스기술투자로 엔비알컴퍼니는 지분을 잃게 됩니다.
엔비알컴퍼니가 반대매매로 대부분 지분을 잃게 된 직후 광무는 에스엘파워에 7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재매각한 것이고, 거의 동시에 65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신주를 인수한 신설조합 스트라타조합은 새로운 최대주주가 됩니다. 중앙첨단소재가 상지카일룸의 대주주가 되는 시기와 엔켐이 배후에 있는 에스엘파워가 광무의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시기가 겹칩니다.
광무는 전환사채 재매각 뿐 아니라 36회차 전환사채(350억원), 37회차 전환사채(5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65억원), 제3자 배정 유상증자(100억원) 등 2021년 11월에만 565억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자금조달에 나섭니다. 350억원의 36회차 전환사채는 리앤리파트너스와 리더스기술투자조합 1, 2호가 인수하고, 50억원의 37회차 전환사채는 씨에도어투자조합이 인수합니다. 65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400만주의 신주를 인수한 곳은 스트라타조합, 100억원의 유상증자로 약 910만주를 인수한 곳은 오정강 대표의 회사 아틀라스팔천이었죠.
이로 인해 광무의 최대주주는 엔비알컴퍼니에서 스트라타조합으로, 다시 아틀라스팔천으로 바뀌고 상호도 릭스솔루션에서 광무로 변경됩니다. 스트라타조합은 경영참여 목적이 없는 단순투자자였습니다. 경영권 지분을 가진 진짜 최대주주는 처음부터 아틀라스팔천으로 정해져 있었고, 스트라타조합은 조력자인 셈이었습니다.
광무 인수에 참여했던 엑시옴파트너스, 스트라타조합, 씨에도어투자조합, 리앤리파트너스 등은모두 광무의 전 최대주주였던 중앙디앤엠과 상지카일룸, 거슬러 올라가면 배상윤 회장의 KH필룩스그룹 및 리더스기술투자(구 제미니투자, 현 플루토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엑시옴파트너스(구,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는 2017년 1월 설립된 회사인데 초대 대표가 맥쿼리증권 출신의 최기보씨였습니다. 최기보씨가 맥쿼리증권 기업금융부 대표에서 물러나 자본시장에서 독자행보를 시작할 즈음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기보씨가 대표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2019년 9월 이후에는 강민수씨가 대표를 맡고 있죠. 강민수씨는 이후 늘 최기보씨와 함께였습니다.
최기보씨는 2016년 로켓모바일(현 서울리거)의 실질 최대주주로 등장합니다. 서울리거파트너스,성지건설,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를 통해 장외매수로 로켓모바일의 지분을 취득하는데, 서울리가파트너스의 최대주주는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50%)였고,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의 최대주주는 최기보씨(33.3%)였습니다. 서울리거파트너스의 대표는 다름 아닌 강민수씨였습니다. 서울리거파트너스는 현재 클라우스홀딩스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고, 강민수씨가 여전히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최기보씨(40.3%)입니다.
성지건설은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때 옵티머스의 곳간 역할을 한 것으로 보도된 국내 1세대 건설사입니다. 성지건설은 2017년 아이엠라인이라는 회사 지분 100%를 취득한 후 31.3%를 최기보씨 회사인 오퍼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에 매각하는데, 아이엠라인은 미산파트너스가 이름을 바꾼 곳이고, 미산파트너스는 서울리거파트너스가 로켓모바일 지분을 취득할 때 로켓모바일의 주요 주주였습니다.
최기보씨는 이후 엑시옴파트너스를 축으로 스카디홀딩스(전 액티브밸류아시아파트너스), 오아시스홀딩스, 지에스엠홀딩스, 루체투자조합 등을 설립해 하이셈(현 에이팩트), 기가레인, 상지카일룸, 디에이테크놀로지, 금호전기, 바른테크놀로지(현 광무), 코디엠(현 더코디), 경남바이오파마(현 블레이드 Ent), 대양디엔아이(현 에쓰씨엔지니어링) 둥 수많은 상장사에 투자를 하죠.
이 과정에서 최기보씨의 든든한 자금공급역할을 해 준 곳이 리더스기술투자(전 제미니투자)입니다. 주식담보대출이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기보씨 회사의 자금줄이 되어 주죠. 최기보씨 본인은 상지카일룸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리더스기술투자의 대규모 전환사채를 인수해 줍니다. 2019년에는 리더스기술투자 사내이사로도 선임되지만 오래 근무하지는 않습니다.
최기보씨와 함께 일한 동료는 강민수씨 외에도 오지피인베스트먼트와 오아시스홀딩스를 챙겨왔고 중앙첨단소재와 리더스기술투자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는 신은섭씨, 스카디홀딩스의 임지원 대표와 이경은 부장, 최기보씨 개인 회사로 알려진 토이랜드의 최대주주 송현주씨, 상지카일룸 회장이면서 최기보씨와 함께 투자활동을 해 온 한종희씨, 최기보씨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선배이면서 맥쿼리증권에서 4년을 함께 근무한 변은창씨 등이 있습니다. 이중 신은섭씨는 지난해초 리더스기술투자의 최대주주가 카나리오바이오엠으로 바뀐 후, 이사로 선임되었죠. 송현주씨와 변은창씨는 로켓모바일 인수 당시 함께 이사진으로 들어간 사이이기도 합니다. 특히 변은창씨와는 매우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변은창씨는 클라우스홀딩스의 최대주주로 보고된 적도 있고 광무의 임원을 지내기도 했죠.
아틀라스팔천 이전 징검다리 최대주주가 되어 주었던 스트라타조합은 임진환씨가 대표조합원이고 알투스홀딩스가 최대출자자(46.15%)였죠. 그 외에 임윤희(13.84%), 이학영(13.84%) 등이 출자를 했고, 알투스홀딩스는 최진원씨가 1000만원으로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임진환씨는 유니언제이라는 회사의 대표이고, 유니온제이는 올해 1월 코스닥 상장사 바이온의 최대주주가 씨티엠으로 바뀔 때, 바이온의 자기전환사채를 매입한 회사이죠. 2021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작전주로 언론의 도마에 올랐던 엔에스엔(현 에스유홀딩스)으로부터 화이브라더스(현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지분을 기업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진 온성준씨의 회사 에스엘바이오닉스(현 에스엘에너지)와 함께 양수했던 곳입니다.
최진원씨는 알투스홀딩스 외에 비에이치투자의 현 대표이사이기도 한데요. 카나리아바이오엠이지난해 에이알씨코리아로 리더스기술투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때 신임 사내이사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리더스기술투자의 경영권 지분을 가져간 건 밸류업임팩트투자라는 60억원짜리 투자조합이죠.
씨에도어투자조합은 최기보씨의 동료인 이경은씨와 임지원씨가 각각 80%와 20%를 출자해 만들었는데. 광무의 전환사채를 인수하자마자 전량을 복수의 상대에게 분산 매각했습니다. 전환사채가 단순히 거쳐가는 정거장 같은 역할을 한 셈이죠. 하지만 씨에도어투자조합은 이후 어퓰런스투자조합과 함께 광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전환사채 인수도 추가로 하는 등 광무의 자금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두 조합은 지난해 청산했죠.
리앤리파트너스는 중앙첨단소재가 센트럴바이오이던 2020년 약 6개월간 대표이사를 지낸 이강현씨가 1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입니다. 리앤리파트너스 역시 리더스기술투자1호, 2호와 함께 350억원 규모의 광무 전환사채를 인수하지만 당일에 전부 장외매도 방식으로 처분하죠. 투자자모집 역할이었던 셈입니다. 이때 가장 많은 190억원의 전환사채를 가져간 곳이 미국법인인 Arena Global SK SPV이었고, 강민수씨가 대표로 있는 캐피탈어드바이저스가 10억원어치를 받아갔죠.
이렇든 오정강 대표가 광무를 인수하는데 사실상 주역은 중앙첨단소재와 상지카일룸과 깊은 관련이 있던 최기보씨와 그의 동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아틀라스팔천에 광무 경영권 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공급해 주고, 리앤리파트너스, 씨에도어투자조합 등을 통해 전환사채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까지 담당해 주었죠. 그리고 광무 인수는 그들이 그리는 큰 그림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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