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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테크놀로지는 국내 자본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던 라임사태와 직접 관련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올해 3월 프랑스에서 검거된 라임사태의 주범 이인광씨, 루트원투자조합을 설립해 이인광 회장과 함께 라임사태의 또 다른 주범 조원일씨가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을 끌어들여 인수한 회사 중 하나가 디에이테크놀로지입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각형 리튬이온전지 조립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201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는데요. 상장 후 2년이 지난 후부터 지배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2016년말에 신안그룹이 창업자의 지분 일부를 양수해 공동경영을 하기로 했는데. 신안그룹이 약 1년 반만인 2018년 6월에 지분을 매각해 최대주주가 바뀝니다.
가장 많은 지분을 양수한 건 위드윈투자조합(30호와 32호, 각 10.67%)였지만 실제 최대주주는 에스모였고, 당시 에스모의 최대주주는 루트원투자조합이었습니다. 위드윈투자조합30호의 10% 이상 출자자 중에는 동양네트웍스(현 비케이탑스)가 있었는데, 당시 동양네트웍스는 이인광씨가 지배하는 메타헬스케어투자조합이 최대주주였습니다.
위드윈투자조합을 만든 위드윈인베스트먼트는 다수의 무자본 M&A에 등장해 기업사냥꾼들의 조력자가 된 회사이고, 자체적으로도 여러 코스닥 상장사의 인수에 나서기도 했죠. 대표적으로 경남제약과 경남바이오파마(현 빌리언스)를 김병진 회장이 인수할 때 위드윈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 위드윈홀딩스, 위드윈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인물인 안성민씨와 변태웅의 개인회사(에스엠컬처, 리기엠홀딩스) 등이 참여하죠.
이인광씨가 지배하는 메타헬스케어투자조합에는 골프존 공동 창업자이자, 김영찬 회장의 아들 김원일씨가 자신의 회사인 원앤파트너스를 통해 최대 출자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 김병진 회장이 인수한 경남바이오파마는 최기보씨가 움직이는 회사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현 엑시옴파트너스)가 전환사채 장외 취득 등을 통해 한때 9.50%(전환사채 포함)까지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유명한 M&A 전문가 또는 기업사냥꾼인 이인광, 조원일, 최기보, 김병진, 그리고 위드윈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시장의 잘 알려진 M&A에 함께 이름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이들이 한 무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주목하는 인물 최기보씨가 그의 주무대(?)인 중앙첨단소재(구 중앙디앤엠), 광무(구 릭스솔루션), 상지건설(구 상지카일룸) 뿐 아니라 다른 상장사의 무자본 M&A에도 상당히 활발하게 참여해 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에스모의 디에이테크놀로지 인수 역시 최기보씨측가 깊게 관여합니다. 에스모는 위드윈투자조합과 함께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전 주인(신안그룹 및 창업주 박명관 대표)들로부터 구주 23.25%를 총 310억원에 인수한 뒤, 에스모가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되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300억원의 유상증자에는 원래 에스모와 코스닥 상장사 텔루스(현 코아시아씨엠)가 각각 170억원과 130억원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는데요. 텔루스의 전신은 온다엔터테인먼트인데, M&A 전문가로 케이비즈원과 세미콘라이트(현 에스엘에너지) 대표 조호걸씨, 상장폐지된 카지노회사 마제스타와, 마제스타를 설립한 제이스테판의 대표 이준민씨, 위드윈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였던 에이치엘비파워 등이 투자한 회사였습니다. 당시 텔루스의 최대주주는 텔루스컨소시엄이었는데, 조호걸씨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텔루스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대규모 결손을 안고 있던 곳으로 보유 현금이 별로 없어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디에이테크놀로지 신주를 인수하려고 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당초 8월말에서 10월초로 납입일을 늦췄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에 실패해 디에이테크놀로지 신주 인수에 에스모와 함께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때 등장한 게 최기보씨 회사 오아시스홀딩스와 위즈돔 대표 한상우씨입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오아시스홀딩스와 한상우씨로부터 위즈돔 지분 25.98%를 38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오이시스홀딩스와 한상우씨는 각각 100억원과 30억원으로 디에이테크놀로지 신주를 인수하기로 합니다. 덕분에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에스모는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에스모의 디에이테크놀로지 인수가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위즈돔 인수와 최기보 및 한상우씨의 디에이테크놀로지 신주 인수가 있었던 셈입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오아이스홀딩스 및 한상우 대표와 위즈돔 지분 양수도 계약을 한 날이 10월 12일이고, 이날은 에스모가 디에이테크놀로지에 3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기로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오아시스홀딩스와 한상우씨에게 위즈돔 인수 계약금 130억원을 지급했고, 그 돈은 고스란히 디에이테크놀로지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입되었죠. 사실상 오아시스홀딩스와 한상우씨가 위즈돔 지분을 디에이테크놀로지에 현물출자한 격이었습니다.
에스모와 위드윈인베스트먼트가 디에이테크놀로지 인수계약을 한 6월 11일 결정된 게 300억원의 유상증자만이 아니었습니다. 각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도 함께 결정되었죠. 전환사채는 지아이컨소시엄1호,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지아이컨소시엄2호가 전량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역시 일정이 지연돼 300억원의 유상증자 발행과 같은 10월에야 이루어지는데요.
이때 라임자산운용이 등장합니다. 지아이컨소시엄은 디에이테크노로지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교부받자마자 전량 새로운 주인에게 넘깁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총 13곳에 전량 장외매도되는데, 매수자 중 하나가 90억원어치를 매입한 라임자산운용이었습니다. 지아이컨소시엄1호 역시 며칠 후 전환사채 전량을 장외매도하죠. 가장 많은 243억원어치를 사간 곳이 오아시스홀딩스입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위즈돔 지분을 팔고 받은 343억원으로 디에이테크놀로지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나머지 243억원을 디에이테크놀로지 전환사채 매입에 사용했습니다. 사실 지아이컨소시엄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자금 300억원 중 243억원이 오아시스홀딩스로부터 빌린 돈이었습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지아이컨소시엄1호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대신 인수대금을 빌려주었는데, 돈으로 상환받지 않고 디에이테크놀로지 전환사채와 상계하는 것으로 갈음했습니다.
나머지 전환사채 57억원은 한국증권금융(7억원)과 라임자산운용(50억원)이 매입합니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듬해인 2019년 1월에도 3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추가 매입하는데, 두달 후 전환하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절반씩을 장외매도로 처분합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전환사채 243억원어치를 매입하면서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실상 지배주주가 됩니다. 전환사채의 전환청구를 하게 되면 17.35%로 지분율에서 에스모를 앞서게 됐거든요. 오아시스홀딩스는 이 전환사채를 단순히 보유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서울리거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서울리거파트너스의 저축은행 차입, 협진을 인수하기 위한 선바이오헬스글로벌네트워크(현 켈리인베스트먼트)의 저축은행 차입, 그리고 수많은 기업의 무자본 인수에 등장하는 리미트리스홀딩스의 저축은행 차입에 디에이테크놀로지 전환사채가 사용되죠. 오아시스홀딩스가 디에이테크놀로지 전환사채를 담보로 제공한 곳은 저축은행뿐 아니라 인콘, 앤디포스 등 코스닥 상장사들도 있었습니다.
오아시스홀딩스가 리미트리스홀딩스를 위해 저축은행에 담보를 제공했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요? 리미트리홀딩스 역시 최기보씨측이 컨트롤하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리미트리스홀딩스의 실제 주인공들과 공조를 하고 있었던 걸까요?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실상 지배주주가 최기보씨측 회사인 오아시스홀딩스였다는 것에 더해 리미트리스홀딩스 역시 최기보씨가 지배하고 있었다면 라임펀드 사기사건과 관련성이 더욱 깊어지거든요.
리미트리스홀딩스는 2018년 2월 협진의 전신인 에이씨티를 무자본 인수한 실질적인 주체였고, 이때 공동 인수자로 나섰던 제이에스앤파트너스는 대양금속과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공현철씨의 회사입니다. 그보다 앞선 2016년에는 삼성전자 부회장 출신의 이기태씨가 최대주주였던 케이제이프리텍(현 이엠앤아이)에 투자하는 한편 인터불스(현 참존글로벌)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이기태씨는 2017년 케이제이프리텍 지분을 마누스파트너스에 매각하는데, 마누스파트너스는 김태훈이라는 분이 1000만원으로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김태훈씨는 다름 아닌 리미트리스홀딩스를 설립한 분이었습니다. 리미트리스홀딩스와 마누스파트너스는 전환사채 인수 후 전환청구하는 방법으로 인터불스에 투자하는데, 인터불스는 2019년 스타모빌리티로 상호를 바꿉니다. 라인펀드 사기사건에 연루된 바로 그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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