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최기보∙변은창 맥쿼리증권 듀오는 스마트모빌리티 기업 위즈돔에 투자할 때 몇 개의 상장사를 동시에 인수 및 경영하거나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상지카일룸(현 상지건설), 중앙첨단소재, 광무를 제외하고도 서울리거, 협진, 기가레인, 제미니투자(리더스기술투자, 현 플루토스) 등 상장사를 인수하거나 운영했고, 위즈돔, 오이코스, 수프로, 아이투맥스 등 비상장사에도 투자했죠. 최근에는 금호전기, 이엔플러스, 아에에스이커머스, 한울반도체, 빛과전자 등의 주식이나 전환사채에 투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무자본 M&A, 주가조작, 상장폐지 위기 등을 최소한 한번은 경험한 회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 역시 예외는 아니죠. 에스모(현 에이팸)과 오아시스홀딩스가 떠난 후 회사는 걷잡을 수 없는 몰락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습니다. 부도가 발생하고, 전 대표이사의 횡령 및 배임혐의, 회생절차개시결정, 상장폐지의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매출액이 1000억원에 이르고 매년 흑자를 내던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에스모와 오아시스홀딩스에 인수된 후 곧바로 결손기업이 되고 맙니다. 본업과는 관계없는 금융비용과 타법인 주식투자 손실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연달아 냈기 때문이죠. 2020년 이후에는 매출마저 3분의 1토막이 나면서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본업을 위한 설비투자 등은 연간 20억원 남짓 하면서 수백억원의 차입금을 끌어들여 M&A에 열중했지만 회사는 손실만 입었고 결국 본업마저 망가져 버렸죠. 망할 기업을 인수한 에스모와 오아시스홀딩스가 재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대주주를 잘못 만나 멀쩡한 회사가 엉망이 된 걸까요?
위드윈인베스트먼트가 만든 두개의 조합과 함께 에스모가 디에이테크놀로지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지만, 오아시스홀딩스는 지분 공시를 통해 자신이 사실상의 지배주주임을 밝힙니다. 에스모가 전 최대주주의 구주 약간과 170억원의 유상신주 취득으로 12.51%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오아시스홀딩스는 위즈돔을 디에이테크놀로지에 매각한 자금 343억원 전부를 유상신주와 전환사채 취득에 사용해 유효지분율이 더 앞섰기 때문일 겁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 지분 투자에는 오아시스홀딩스만 나선 게 아니라 최기보씨의 다른 회사인 스카디홀딩스와 카일룸파트너스가 가세합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총 100억원, 전환사채 인수에 243억원을 투입합니다. 약 11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스카디홀딩스, 카일룸파트너스 등에 넘깁니다. 또 인콘, 앤디포스, 삼성증권, 한국증권금융 등 여러 회사와 풋옵션 또는 콜옵션 계약을 맺습니다. 일정 규모의 전환사채를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거나 상대방이 팔고 싶을 때 매입할 의무를 지기로 한 겁니다. 실제로 인콘과 앤디포스는 오아시스홀딩스, 스카디홀딩스, 카일룸파트너스에 풋옵션을 행사해 디에이테크놀로지 전환사채를 처분했죠. 큰 손해를 볼 위험을 피한 셈입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콜옵션 또는 풋옵션 계약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였는지,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했던 계약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투자금액이 전부 자체자금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상상인저축은행에 상당한 규모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는데, 담보계약의 내용은 여럿이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 주식과 전환사채 취득을 위한 주식담보대출 외에도 서울리거 인수를 위한 차입금, 협진(전 에이씨티) 인수를 위한 차입금, 인터불스(스타모빌리티, 현 참존글로벌) 인수를 위한 차입금의 담보로 디에이테크놀로지 주식을 사용했습니다.
반면 에스모는 25억5000만원의 이전 최대주주 보유 구주를 매입하고, 170억원의 유상신주를 취득한 것 외에는 1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한 게 전부입니다. 2021년 80% 무상감자 후 약 절반의 주식을 47억원에 매각했죠. 보통주 지분율이 앞섰기 때문에 최대주주였지, 실질적인 지분율은 오아시스홀딩스에 밀렸습니다.
오아시스홀딩스는 2019년 10월 디에이테크놀로지에 대한 지분율이 19.99%일 때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가가 아닌 단순투자로 변경합니다. 그해는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창사이래 최대인 107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전해 169억원의 순손실에 이어 창사 이래 최대인 21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해였습니다.
2020년에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관련 특허 공시를 잇따라 내는 등 주가부양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는데요. 매출은 300억원대, 종속회사인 발리안트를 포함한 연결 매출액도 500억원대로 떨어지고 맙니다. 적자 규모는 300억원대로 커집니다.
오아시스홀딩스가 보유한 주식은 세금 체납으로 서초세무서에 압류되었죠. 위즈돔 인수로 손실을 입은 디에이테크놀로지가 담보권을 행사했지만 가져올 수 없었던 340만주의 보통주가 그것입니다. 또 전환사채 대부분은 주식담보대출 등을 제공한 상상인저축은행이 담보처분권을 가져갔죠.
에스모와 오아시스홀딩스의 합작(?) 인수 후 디에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로 세미콘라이트와 에스모를 거친 이현철씨가 선임됩니다. 위즈돔을 인수한 후에는 한상우 위즈돔 대표와 기가레인 부사장이던 윤윤중씨, 에스모 대표이던 김정훈씨가 이사로 선임됩니다. 사외이사에는 협진(에이씨티) 이사이자 협진의 최대주주 AID그롭 회장인 켈빈 우(Kelvin Wu)가 새로 옵니다. 한상우, 윤윤중, 켈빈 우는 오아시스홀딩스 몫의 이사들이었습니다. 에스모와 오아시스홀딩스는 디에이테크놀로지를 공동 지배했던 겁니다.
이사로 선임된 분 중에 2020년에 대표이사가 되는 이종욱씨가 있는데요. 이 분은 에스모와 에스모머티리얼즈에서 사내이사를 지낸 에스모측 인사로 분류됩니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지투지프라이빗에쿼티제1호라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40억원으로 11.9%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조합이 해산되고 나서는 9.8%의 지분으로 스스로 최대주주가 되죠.
그리고 올해 2월 이종욱씨는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오하라는 부동산개발업체에 109억원을 받고 넘깁니다. 2018년 오아시스홀딩스와 에스모가 인수할 때에 비해 많이 싸졌죠. 오하는 지난해말 현재 자산총액이 79억원, 순자산이 마이너스(-)2억8000만원인 자본잠식 회사입니다. 자산 78억원은 전액 현금이고, 30억원을 차입해 지분 취득자금으로 썼죠.
자본잠식 기업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장사를 인수한다? 자칫하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 될 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투자를 하네요. 게다가 빚을 지면서 말이죠.
오하는 어떤 계산이 섰길래 디에이테크놀로지를 인수했을까요? 과연 이 회사가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실질 인수자일까 하는 의심이 드네요. 오아시스홀딩스는 밀린 세금과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손실보상 계약을 정산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상장폐지를 당한다면 정산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