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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타피아가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법원에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맞섰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정리매매는 보류되었고, 투자자보호를 위해 주권매매는 정지되었습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결할지 모르지만 퀀타피아는 일단 시간을 벌었습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의 주권매매를 정지하는 것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투자자가 매수에 나서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겠죠.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반 주주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상장폐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건 현재의 주주입니다.
그런데, 주권매매 정지로 퀀타피아에서 탈출할 수 없는 일반 주주들과 달리, 상장폐지가 보류되면서 침몰할 지 모르는 배에서 내릴 기회를 갖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정리매매 보류 결정 이틀 후 퀀타피아는 70억원의 거액을 들여 지난해 4월 발행한 19회차 전환사채 전액를 조기상환했습니다. 19회차 전환사채는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 스카이이앤엠(초록뱀이앤엠→티엔엔터테인먼트으로 상호변경했습니다. 아래 표기는 티엔엔터테인먼트로 통일합니다)이 전액 인수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퀀타피아에게 19회차 전환사채를 상환받은 투자자는 티엔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다름 아닌 최대주주 샌드크래프트입니다. 티엔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한 전환사채가 어찌어찌 샌드크래프프트로 흘러들어갔고, 회사는 상장폐지의 위기에서 최대주주에게 70억원을 지출해 전환사채를 갚은 셈입니다.
또 19회차 전환사채는 2년 전 발행된 17회차 전환사채를 차환하기 위해 발행했던 것이죠. 역시 인수인은 티엔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당시 퀀타피아는 코드네이처라는 상호를 쓰고 있었는데, 자금조달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게 아니라, 티엔엔터테인먼트의 100% 자회사 케이웨이브를 인수하면서 현금 대신 전환사채를 발행해 지급했던 것입니다.
티엔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2월 마스크, 필터, 필름 등을 만들어 팔던 사업을 케이웨이브로 물적분할 한 뒤, 불과 6개월만에 퀀타피아에 매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매각 목적의 분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케이웨이브는 2022년 3월말 기준으로 부채는 35억원에 불과했고 순자산이 149억원에 달했지만, 퀀타피아는 지분 전부를 70억원에 샀죠. 그럴 만한 것이 물적분할 후 3개월여동안 매출이 6억원 남짓이었고 순손실은 무려 21억원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갈 무렵의 마스크 회사이니, 사실상 영업기반이 크게 훼손된 상태였을지 모릅니다.
17회차 전환사채는 3년 만기로 발행되어 내년 6월이 만기였습니다. 그런데 발행 후 1년만인 지난해 퀀타피아는 같은 규모의 19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해 17회차 전환사채와 바꿔 줍니다. 17회차 전환사채는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건이 없었고, 전환가액이 1935원이었는데, 티엔엔터테인먼트가 전환가액이 더 낮고 리픽싱이 되는 새로운 전환사채로 바꾸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죠. 이 황당한 요청을 퀀타피아 이사회가 받아들여 전환가액이 1003원이고, 주가 하락시 500원까지 낮아질 수 있는 조건으로 새로 발행한 게 19회차 전환사채입니다.
17회차 전환사채 발행 당시 퀀타피아 주가는 1900원대를 호가하고 있었지만, 1년만에 1000원 아래로 크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보통주 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었죠. 그런데 전환사채를 사모로 취득한 티엔엔터테인먼트에게는 크게 떨어진 전환사채를 새 것으로 교환해 준 겁니다. 수많은 퀀타피아 주주들을 잠재적 피해자로 만든 셈이죠.
그런데 티엔엔터테인먼트는 새로 받은 19회차 전환사채를 두 달만에 77억원에 팔기로 결정합니다. 10%의 차익을 보고 파는 것이니 괜찮은 거래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19회차 전환사채 매입자는 다름 아니라 최대주주로 새로 등장한 샌드크래프트였습니다. 샌드크래프트는 지난해 6월말 퀀타피아 최대주주이던 디씨이외 2인(봄코리아, 아이솔루션즈)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퀀타피아가 만기전 취득한 17회차 전환사채 70억원과 18회차 전환사채 28억5000만원, 그리고 티엔엔터테인먼트가 새로 받은 19회차 전환사채 70억원에 대한 매매계약까지 체결했죠.
디씨이와의 매매계약은 철회되었지만 다른 계약은 지난해 9월 대금납입이 완료되어 샌드크래프트가 퀀타피아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샌드크래프트가 최대주주가 된 지 두달 후 퀀타피아는 과거 회계부정 사건이 드러났고, 올해 1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2월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는 한편 19회차 전환사채의 조기상환조건을 변경합니다. 당초에는 올해 4월 3일 및 이후 매3개월이 되는 날을 조기상환지급기일로 되어 있었고, 사채권자는 적어도 30일 전에 조기상환 청구를 해야 했는데요. 4월 3일 및 매달 3일을 조기상환지급일로 하고, 10일 전까지 조기상환 청구를 하면 되도록 했습니다. 여차하면 발 빠르게 상환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이달 6일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한 후인 11일 최대주주 샌드크래프트 19회차 전환사채 전액을 회사에 되팔았죠.
17회차와 18회차 전환사채는 경영권양수도계약이 완료되던 지난해 9월, 취득하자마자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샌드크래프트는 후회할 것 같군요. 전환하지 않았으면, 19회 전환사채와 마찬가지로 조기상환 받았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샌드크래프트는 그 70억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19회 전환사채를 회사에 되판 11일 곧바로 티엔엔터테인먼트가 대부분 가져갔습니다. 샌드크래프트가 19회 전환사채를 티엔엔터테인먼트로부터 사올 때, 70억원 중 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67억원을 티엔엔터테인먼트로부터 빌렸기 때문이죠. 티엔엔터테인먼트에게서 빌려서 티엔엔터테인먼트에게 지불했습니다.
샌드크래프트는 티엔엔터테인먼트에게서 빌린 67억원 중 64억원을 갚았습니다. 나머지 원금 3억원과 이자는 티엔엔터테인먼트가 시원하게 면제해 주었습니다. 영업기반이 무너진 케이웨이브를 퀀타피아에 팔았고, 떼일 뻔한 70억원의 대부분을 회수했으니 흔쾌히 깎아주었을 것 같습니다.
티엔엔터테인먼트에게서 인수한 케이웨이브를 퀀타피아는 올해 3월 70억원에 되팔았습니다. 매입한 회사는 인포마크로, 3월에 사명을 휴먼테크놀로지(이하 휴먼테크놀로지)로 바꾸었죠. 케이웨이브는 6월말 현재 완전 자본잠식으로 순자산이 마이너스 5억원인 회사이니, 퀀타피아 입장에서는 아주 잘 판 셈이죠?
그런데 휴먼테크놀로지는 현금이 아니라 9회차 전환사채 70억원을 발행해 값을 치렀습니다. 퀀타피아는 그 전환사채 중 45억원어치를 다시 엘림코퍼레이션 등 3인에게 49억5000만원에 지난 5월 31일과 6월3일 매각했습니다. 나머지 25억원어치는 휴먼테크놀로지가 다시 사갔습니다. 퀀타피아는 케이웨이브를 판 대가 70억원의 현금이 생긴 셈이죠.
퀀타피아는 그 70억원을 어떻게 했을까요? 그렇습니다. 샌드크래프트로부터 19회차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데 썼죠. 결국 19회차 전환사채를 매개로 70억원이 돌고 돌아 티엔엔터테인먼트에게 거의 되돌아 간 것입니다.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건 케이웨이브인데요.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케이웨이브를 퀀타피아에 팔았던 티엔엔터테인먼트와 휴먼테크놀로지는 한지붕 아래 있었거든요. 바로 코스닥시장 M&A의 대부로 불리는 원영식 일가가 지배하던 초록뱀컴퍼니(현 씨티프라퍼티)가 거느리던 곳입니다.
초록뱀컴퍼니는 지난해 8월 씨티프라퍼티로 상호를 변경했고, 올해 4월 원영식씨의 가족회사 오션인더블유가 지분 전량을 아름드리코퍼레이션에 팔았죠. 그런데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원영식씨의 아들 원성준씨이고, 대표이사는 원영식씨의 아내 강수진씨입니다. 법인을 갈아탔을 뿐 실질 주주는 바뀌지 않았죠.
케이웨이브를 인수한 휴먼테크놀로지는 올해 3월까지 에스메디(현 메타케어)의 자회사였습니다. 에스메디는 우리들휴브레인-초록뱀헬스케어-더메디팜-에스메디를 거쳐 올해 8월 메타케어로 이름이 바뀌었죠. 티엔엔터테인먼트는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이고, 에스메디 역시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였다가 지난 달 메타랩스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는데요. 메타랩스의 현재 실질 최대주주는 이종우라는 분이지만, 지난 2019년까지 원영식씨 계열의 투자조합인 니케프라우스투자조합이 보유하던 곳이었습니다. 니케프라우스투자조합은 보유 지분을 장내 매도하고, 이종우씨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인수하면서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죠.
휴먼테크놀로지는 초록뱀미디어의 손자회사 뻘이었고, 티엔엔터테인먼트는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인데, 티엔엔터테인먼트가 퀀타피아로 70억원에 판 케이웨이브를 지금은 주인이 바뀐 휴먼테크놀로지가 같은 가격에 사온 걸 보면 과거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음 모양이죠. 휴먼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주인은 휴먼테크조합이라는 곳인데, 이 최대 출자자는 우미선(50.31%)이라는 분입니다.
우미선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블루밍홀딩스는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는 테라사이언스를 지난해 4월 씨디에스홀딩스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한 회사입니다. 얼마 전 씨디에스홀딩스가 반대매매로 지분을 잃는 바람에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장한 인물, 권순백씨는 블루밍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우미선씨는 블루밍홀딩스를 통해 전웅씨가 실소유자인 하이드로리튬의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했고, 개인적으로도 이아이디 등 여러 회사에 투자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퀀타피아 공개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아이텍이죠. 우미선씨는 휴먼테크놀로지의 모회사였던 우리들휴브레인(에스메디, 현 메타케어)과 함께 아이텍의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되기도 했는데, 이는 아이텍의 최대주주 포틀랜드아시아(최대주주 최현식)와 지분 관계로 얽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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