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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부터 청정 그린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신생기업 바이오엑스를 유씨아이(현,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가 인수하기로 한 것은 2019년 12월입니다. 이호준 대표 소유 주식 중 30만주(지분율 14.13%)를 92억9000만원에 양수한다는 게 최초의 계약입니다. 하지만 유씨아이는 마지막 잔금 7억9000만원을 납입하지 못했고, 이미 지급된 85억원에 해당하는 12.93%의 지분만을 양도하는 것으로 거래가 종결됩니다.
유씨아이는 바이오엑스 지분 인수와 관련해 총 4차례의 이사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7명의 이사 중 4명의 사내이사만 이사회에 참석했고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은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감사 역시 4차례의 회의에 모두 불참했죠.
이사회의 활동내역을 보니 3명의 이사(사외이사 2인 포함)와 감사는 2019년 내내 이사회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듬해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등기까지 돼 있고 명함도 들고 다녔을텐데, 어떻게 1년동안 한번도 이사회에 불출석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사외이사 2인은 검사 출신 변호사였는데, 연간 2000만원이 조금 넘는 보수를 받았더라고요. 사외이사와 감사에 의한 집행임원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작동했을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죠. 이사회는 대표이사인 김병양 회장 주도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오엑스 지분 취득의 경우 가격과 대금지급일정 외 기타 세부적인 사항은 대표이사인 김병양회장이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85억원으로 거래를 종결지은 지 5일 뒤인 2020년 3월 3일 유씨아이는 바이오엑스 지분 추가 취득을 결정합니다. 이번에는 태평양인베스트조합 외 8인으로부터 65만 5742주를 200억원에 양수하기로 합니다. 주당 약 3만590원 꼴입니다. 당시 바이오엑스 주주들의 주당 평균 출자액은 1만 400원이었죠. 매출이 전혀 없는 회사가 설립 1년 만에 기업가치 3배를 인정받은 셈입니다. 앞서 매도한 이호준씨는 주당 약 3만1000원을 받았죠.
기업가치가 한껏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매도자들이 모두 큰 수익을 얻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바이오엑스는 이호준씨가 5000만원에 설립한 후 불과 두달만에 자본금을 약 85억원까지 크게 늘렸는데 이때까지는 액면가인 주당 5000원에 증자를 했습니다. 한류에이아이센터(구, 바이오닉스진)로부터 온코펩 지분 매입계약을 할 때, 바이오엑스의 자본금과 자산총액이 모두 85억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씨아이가 지분을 인수할 때, 바이오엑스의 자본금은 106억원, 주식발행초과금은 115억원이었습니다. 115억원의 주식발행초과금은 뒤에 출자한 주주들이 낸 돈이라는 얘기죠. 나중에 출자한 주주들은 평균 주당 3만원 이상을 납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호준씨를 포함해 태평양인베스트조합, 아이비인베스트조합 등은 초기 투자자였을 겁니다. 두 조합의 지분율이 26.6%에 달하거든요. 늦게 투자해서는 확보할 수 없는 지분율입니다. 3배가 아닌 6배의 수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호준씨가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바이오엑스는 수 차례 유상증자와 15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236억원을 조달했습니다. 그 대부분의 자금을 타법인 주식 등의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9년 10월말 현재 바이오엑스가 보유한 타법인 주식은 지스마트(23억원), 온코펩(96억원), 케마스(27억원), Biomesence(25억원) 등입니다.
가치평가를 의뢰받은 회계법인은 바이오엑스의 기업가치를 650억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그 중 타법인 주식을 포함한 비영업자산의 가치를 177억원으로 매겼죠. 바이오엑스가 향후 영업을 해서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가치는 473억원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회계법인은 2021년부터 수소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171억원을 시작으로 바이오엑스의 매출이 급격히 증가해 2022년 1557억원, 2023년 27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고, 올해 이후 매출이 줄어 2027년 이후 50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죠.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매출이 높게 나올 것으로 추정할수록 기업가치는 높게 평가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바이오엑스는 아직도 수소생산을 상업화하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한 매출은 사실상 전혀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추정이 완전히 빗나간 셈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호준씨가 바이오엑스 지분을 유씨아이에 매각할 당시 바이오엑스의 온코펩 주식 매입은 진행 중이었습니다. 바이오엑스 기업가치 평가 기준일은 2019년 10월말 바이오엑스가 상대방인 한류에이아이센터(구, 바이오닉스진)에게 지급한 대금은 70억원이었고 26억원이 미납된 상태였죠. 바이오엑스는 잔금지급이 완료된 후 온코펩 주식을 양도받을 예정이었습니다.
바이오엑스가 잔금 지급을 완료한 날은 2020년 4월29일이고, 온코펩 주식도 이때 비로소 양도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씨아이가 바이오엑스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인수할 때, 바이오엑스에게는 온코펩 지분이 없었다는 얘기죠. 하지만 바이오엑스의 재무상태표에는 온코펩 지분이 있었고, 회계법인은 온코펩 지분 장부가액 96억원 전부를 바이오엑스 기업가치에 가산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좀 납득하기 쉽지 않네요.
납득하기 어렵기는 온코펩 지분가치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류에이아이센터도 바이오엑스에 온코펩을 매각할 때 외부 회계법인의 평가를 받았는데, 온코펩의 총주식가치가 약 269억원(1달러당 1,116원 적용)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미래 발생할 수익과 비용을 추정해야 하는데, 회계법인은 온코펩이 2027년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2028년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예상했죠.
그런데 매출 및 비용에 대한 추정을 무려 2037년까지 했습니다. 그때가 2019년 초이니 19년간의 매출 및 비용 추정을 한 겁니다. 매우 이례적이죠.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미래의 수익이나 비용을 정확히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5년, 길어야 10년까지만 매해 수익과 비용, 그로 인한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일정한 성장률(보통 0%의 성장을 가정)로 현금흐름이 발생한다는 단순한 추정을 하거든요.
당시 온코펩은 면역항암제을 개발 중이었는데 2017년에 임상 1상을 종료했지만 임상 2상에 착수를 하지도 못한 상황이었고, 당연히 제품 상용화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인 회사였습니다. 매년 적자가 쌓여 2018년말 현재 결손금이 1229만 달러(한화 약 137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7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그때까지 임상이 완료되고 제약 허가를 획득한다고 가정한 것인데요. 당시 종양학에서 임상2상에서 신약승인까지 성공가능성은 8.13%에 불과했습니다. 2027년부터 발생할 수익과 비용의 추정이 정확했다고 해도, 그 수익과 비용이 실현될 객관적인 확률이 8.13%였던 셈입니다. 안타깝게도 온코펩이 면역항암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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