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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신탁이 지난 27일 경영개선명령을 받아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케이리츠의 매각은 물론최대주주인 오창석 회장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주인의 교체가 사실상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금감원 검사결과 무궁화신탁은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올해 9월말 현재 69%에 불과해 자산의 부실이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영개선명령은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경영개선계획이 금융위원회에서 불승인될 경우 경영진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예금보험공사의 알선을 통해 매각이 추진되며, 신탁업 인가 취소까지 가능합니다.


당초 무궁화신탁은 9월말 현재 영업용순자본비율을 6월말 306.62%에서 크게 하락한 125.09%로 공시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실제보다 과대산정되었다는 것이 금감원 감사결과 드러나게 되었죠.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부실한 자산을 건전한 자산으로 분류하고 시장위험액을 과소산정했다고 합니다. 무궁화신탁이 영업용순자본비율을 과대산정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3월말부터 2021년 12월말까지 보완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환전환우선주 100억원을 자본에 가산하고, 계열사 출자지분을 차감하지 않는 방법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을 과대산정해 지난해 11월 기관경고를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오창석 회장은 수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을 매각해 왔습니다. 지난해 7월 13만 5883주를 1차로 팔았고, 올해 4월에 다시 14만 1667주를 매각했죠. 그로 인해 75.8%였던 지분율이 62.4%로 하락했습니다.


무궁화신탁의 매각에 앞서 대대적인 청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궁화신탁은 그 동안 사모펀드 등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해 왔고, 국보 등 상장사 등에 투자했습니다. 투자한 상장 또는 비상장사가 매우 많은데다, 투자에 오창석 회장의 가족회사가 관여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창석 회장 입장에서는 매각 전에 투자회수가 필요한 상황이고, 무궁화신탁 인수 희망자 입장에서도 신탁업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투자가 사전에 정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궁화신탁이 93.32% 지분을 보유한 무궁화성장1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무궁화성장1호)는 엠부동산성장1호투자목적유한회사(이하 엠부동산성장1호)를 통해 케이리츠투자운용을 소유하고 있고, 엠미디어프론티어1호투자목적유한회사(이하 엠미디어프론티어1호)를 통해 무궁화캐피탈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무궁화캐피탈의 나머지 지분은 무궁화성장1호PEF와 현대자산운용이 나누어 갖고 있죠. 무궁화성장1호의 무한책임사원(GP)는 천지인엠파트너스인데, 오창석 회장 가족회사인 천지인산업개발 나반홀딩스와 함께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를 인수한 곳입니다.


2022년 9월 오창석 회장이 MIT를 인수한 직후 바이오엑스 지분을 처분하면서 인수한 회사가 아이티에스코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MIT에 흡수합병되면서 소멸되었죠. MIT는 2022년 12월 아이티에스코 최대주주인 박종곤씨가 보유한 구주를 31억원에 취득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20억원의 신주를 인수 50.99%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구주 취득가와 유상신주 인수가가 주당 265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바뀌어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나누어 박종곤씨가 보유한 구주를 약 51억원(평균 주당 2662원)에 인수했고, 5월에는 에스에스피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에스에스피 제1호)가 보유한 99만주(32.79%)를 약 28억 5000만원(주당 2873원)에 매입해 96.52%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에스에스피 제1호는 무궁화신탁과 케이리츠투자운용이 각각 14억7700만원을 출자(각 48.4%)해 조성한 펀드인데, MIT가 아이테에스코 최대주주 박종곤씨와 주식양수도계약을 하기 직전인 2022년 11월 설립되었습니다. 에스에스피 제1호 설립 두달 전 박종곤씨는 17만주의 주식을 다른 박모씨에게 주당 2650원에 넘겼죠. 에스에스피 제1호는 설립되자마자 박종곤씨로부터 주당 2650원에 8만6746주를 포함해 아이티에스코의 다른 개인주주들의 지분을 전부 사들입니다. 박종곤씨에게서 17만주를 매입한 박모씨도 이때 에스에스피 제1호에 주식을 양도합니다.



MIT가 아이티에스코 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전, 무궁화신탁과 케이리츠투자운용은 여러 개인들에게 흩어져 있던 아이티에스코 지분을 인수했고, MIT가 박종곤씨로부터 경영권 지분 인수를 끝낸 후 사모았던 지분을 약간의 마진을 붙여 MIT에게 되팔았습니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회사가 최대주주의 가족회사가 지배하는 상장사의 M&A에 동원된 셈입니다.


무궁화성장1호가 100% 출자한 엠부동산성장1호는 케이리츠투자운용 외에 유가증권 상장사 국보의 최대주주(9월말 기준 27.19%)이기도 합니다. 무궁화신탁의 돈으로 만들어진 셈인 엠부동산성장1호는 국보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상상인저축은행에 800억원의 빚을 졌고, 국보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대출 기한이익 상실로 국보 주식과 전환사채 담보 처분권이 상상인저축은행에게 넘어갔습니다.


국보가 대부업체 리드코프와 함께 130억원 규모로 설립한 에스에스피젤코바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에스에스피젤코바제1호)가 있습니다. 국보가 69억원, 리드코프가 60억원을 출자했는데, 국보가 리드코프 지분을 올해 매입해 94.49%의 지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창석 회장 가족회사인 천지인산업개발은 지난해 7월 350억원 규모의 1회차 전환사채와 126억원 규모의 2회차 전환사채를 동시 발행했습니다. 1회차 전환사채는 코스닥 상장사 엑세스바이오의 종속회사 비라이트인베스트먼트가 전액 인수했고, 2회차 전환사채는 에스에스피젤코바제1호가 인수했습니다. 무궁화신탁이 인수한 국보가 천지인산업개발에 126억원을 꿔준 셈입니다.



천지인산업개발은 오창석 회장에게 약 445억원을 대여했습니다. 오창석회장으로부터 양도담보목적으로 보통주 10만5000주와 전환우선주 약 34만주를 받았는데,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되었습니다. 오창석 회장도 전환사채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고 자신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보통주 173만여주와 전환우선주 약 13만주를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을 위해 오창석 회장이 연대보증을 제공했고, 오창석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보통주 173만여주와 전환우선주 약 13만주가 담보로 제공되었습니다. 올해 4월 현재 오창석 회장 소유 보통주가 184만여주이니 사실상 주식 전부가 천지인산업개발의 담보로 쓰인 셈입니다.


천지인산업개발은 지난해말 현재 자산이 693억원이지만 부채가 809억원으로 더 많아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습니다. 오창석 회장이 무궁화신탁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천지인산업개발이 전환사채 인수자들에게 대체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없다면, 그 자금은 전환사채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 회장에게 돌아갈 지분매각 대금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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