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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합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이하 헬스케어)를 한 몸으로 보는 거이니 매출액을 구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헬스케어의 매출을 합체된 회사의 매출로 보면 됩니다. 셀트리온에서 헬스케어로 판매한 것은 한 회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무시하는 것이죠.


셀트리온 합체의 손익 추정에서 핵심은 매년의 매출원가를 구하는 것입니다. 헬스케어에서 외부에 매출한 의약품의 원가를 파악해야 하는데,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정확한 수치를 구해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헬스케어의 장부에 기록된 재고자산에는 셀트리온이 헬스케어에 판매할 때 얹은 마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그 마진을 제거해 내야 하죠. 셀트리온에서 의약품 제조를 위해 투입된 원가로 돌려 놓는 것입니다. 여기에 헬스케어에서 이 의약품을 매출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추가로 투입된 원가를 더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값이 바로 셀트리온 합체의 재고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이 재고자산 중에 일부는 기말에도 재고자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 있고, 외부에 팔려 나간 것이 있습니다. 외부에 팔려 나간 재고자산만큼이 바로 셀트리온 합체의 매출원가가 됩니다.



그러니까 셀트리온 합체의 매출액은 헬스케어 매출액을 그대로 쓰면 되지만, 셀트리온 합체의 매출원가는 헬스케어 매출원가에 포함되어 있는 셀트리온의 마진을 제거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셀트리온의 마진율(또는 원가율)이 매년 다르고, 헬스케어가 외부 매출한 의약품이 셀트리온에서 올해 매입한 것인지, 지난해 매입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의 완제 의약품 단위당 원가와 헬스케어의 의약품 단위당 매입원가도 모릅니다.


헬스케어가 재고자산을 평가할 때 이동평균법(미착품은 개별법)을 쓰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창고에 있는 재고자산에는 지난해 매입한 것과 올해 매입한 것이 섞여 있는데, 이 재고자산을 평가할 때는 매년이 매입원가를 재고 수량에 따라 이동평균한 값을 쓰는 것이죠. 우리가 그 이동평균한 단위당 원가를 알고 있다면 원가율 계산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겠지만, 재고 수량을 알 수 없으니 이동평균한 단위당 원가를 구할 수 없습니다.


별 수 없습니다. 단순 무식하게 가기로 하죠. 헬스케어가 올해 매출한 의약품의 원가에 포함된 셀트리온이 마진을 제거하기 위해 올해 셀트리온의 매출원가율을 활용하기로 하죠. 헬스케어가 올해 매출한 의약품의 매입원가에서 올해 셀트리온의 마진율만큼을 빼 주는 겁니다. 여기에 헬스케어에서 추가로 발생한 원가를 더해 합체 회사의 매출원가로 간주하겠습니다.



셀트리온의 당해 매출원가율을 이용하는 이 방법은 셀트리온 합체의 매출원가를 구하는데 상당한 오차를 유발할 것입니다. 셀트리온이 헬스케어에 판 의약품이 그해 외부에 팔려 나간다고 보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램시마의 경우 헬스케어가 거의 2년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원가율과 오차가 더 클 수 있습니다. 어쩌면 1년 전 원가율 또는 최근 몇 년간 원가율의 평균값을 쓰는 것이 더 정확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오차가 있고 주관적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치 자체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만 파악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셀트리온 합체의 손익을 추정하기 전에 잠깐 셀트리온의 제조활동에 대해 짚어 보고 가겠습니다. 셀트리온의 재고 증가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것을 보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반기별로 셀트리온의 의약품 제조에 들어간 총 원가와 매출원가를 비교해 보시죠. 제조원가는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산 단가가 높아졌을 수도 있고요. 생산량을 늘렸을 수도 있습니다. 무형자산 상각비와 감가상각비 등 생산량과 무관하게 매출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이 상승한 측면은 분명 있더라고요.



어쨌든 제조원가는 반기별로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는 올해 상반기에 크게 줄었습니다. 제조원가 총액과 매출원가가 별반 차이가 없던 지난 흐름과는 완전히 차별됩니다.


셀트리온 합체의 매출액(헬스케어 매출액과 동일)을 매출원가 추정액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합체 법인의 매출원가는 당연히 헬스케어 매출원가보다 크게 낮겠죠. 둘의 차이는 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서 매입할 때 미리 넘겨준 몫인 겁니다. 헬스케어 몫이 훨씬 적기 때문에 재고자산이 쌓이면 쌓일수록 셀트리온에 미리 넘겨준 몫이 커질 테니, 헬스케어의 현금흐름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셀트리온 합체의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추정했으니, 판매비와 관리비를 구하면 영업이익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셀트리온과 헬스케어는 회계상 별도 법인이고 판매비와 관리비가 중복 없이 발생합니다.


두 회사 간에는 의약품의 매출·매입 말고는 별 다른 거래가 없습니다. 헬스케어가 셀트리온 건물에 입주해 있으니 헬스케어 판매관리비에 포함된 임차료를 차감해야 할 것 같은데, 두 회사간 거래내역에는 나와 있지 않더라고요. 설사 차감을 해야 한다고 해도 금액의 크기가 의미를 가질 정도는 아니니 무시하고 가겠습니다.



위 차트는 셀트리온 합체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영업이익 합계와 비교한 것입니다. 지난해까지는 합체 회사의 영업이익이 두 회사의 영업이익 합계치를 상당한 차이로 밑돌았습니다.


너무 당연합니다. 셀트리온이 헬스케어에 판매한 의약품 중 외부에 팔리지 않고 헬스케어 재고로 남은 것들이 매년 추가되어 왔으니까요. 헬스케어 재고에 포함된 셀트리온의 판매 마진은 합체 법인 입장에서 보면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 놀라운 변화가 생깁니다. 합체 회사 매출원가 추정치에 상당한 오차가 있을 것으로 여겨져 해석이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셀트리온과 헬스케어의 영업이익 합계를 합체 회사 영업이익이 넘어선 것 같거든요.


이 역시 셀트리온의 재고전략 변화가 주효한 것입니다. 셀트리온이 헬스케어에 판매한 것보다 헬스케어가 외부 매출한 의약품이 더 많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긴 겁니다. 헬스케어의 매출이 늘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셀트리온이 헬스케어에 재고를 덜 이전하면서 영업이익을 덜 인식한 측면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출원가에 오차가 있을 테니 합체 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에도 오차가 있을 터라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성과가 난다면 합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2017년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2016년 실적에는 필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열쇠는 셀트리온의 재고 전략에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