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대륜E&S의 기업공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00%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입장에서 대륜E&S의 상장 필요성은 자명합니다. 그룹의 핵심인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늪에서 빠져나올 조짐이 전혀 없습니다. 자율협약 졸업의 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연내 '명예로운' 졸업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단언컨대 한진중공업과 그 자회사는 현재 시점에서 차입원리금을 상환할 만한 영업현금흐름 창출능력이 없습니다. 자율협약을 종료시키지 않고 채권단으로부터 연장의 동의를 얻어내는 차선책이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 행여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상환을 유예받아온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 요구를 12월 31일 모두 받게 됩니다.


설마하니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파국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룹 전체가 총력전을 펼쳐서라도 말이죠. 하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영도와 필리핀의 수빅에서 봇물 터지는 수주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할 것입니다. 수빅조선소에 1조원대의 자금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던데,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장의 카드 중에는 대륜E&S의 기업공개(IPO)와 대륜발전·별내에너지 두 집단에너지 회사의 매각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재읽사는 생각합니다. 지난해말과 올해 매각한 한국종합기술과 Hacor는 한진중공업에 담보로 제공했던 자산입니다. 그걸 팔아서 1500억원 가량을 대륜E&S와 그 자식들에게 주었으니, 이제 그 보답을 하는 게 도리겠지요.


2014년 대륜E&S의 기업공개(IPO) 추진, 그 이후 무슨 일이


한진중공업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기 이전에는 2014년 6월부터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이었습니다. 명칭과 강도가 다를 뿐 내용에 큰 차이 없습니다. 당시에도 산업은행이 칼자루를 쥐고 있었고요.


산업은행과 한진중공업홀딩스는 한진중공업을 구하기 위해 대륜E&S 기업공개를 추진합니다. 2014년 10월에 한국거래소(KRX)의 상장심사를 통과해 2015년 중 유가증권시장 데뷔가 확실해 보였습니다.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자구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어쨌든 무산됩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면서 대륜E&S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그룹의 에너지사업을 대륜E&S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차세대 먹거리로 정한 에너지부문을 한진중공업의 우산 아래 오랫동안 육성해 왔었죠.



2014년 당시 그룹의 지배구조가 지금과 다른 점은 에너지부문의 변화뿐입니다(한국종합기술과 Hacor매각은 아주 최근의 일이죠). 올해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를 한진중공업에서 완전히 떼어낸 것은 어찌 보면 2014년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2014년 6월 한진중공업은 대륜에너지의 보유지분 절반을 대륜E&S에 매각합니다. 대륜에너지와 대륜발전은 후순위차입금을 출자전환하면서 자본확충이 이루어집니다(지난달에 대륜E&S가 양수한 주식이 바로 이 주식입니다).그리고 한달 뒤 대륜발전과 대륜에너지가 합병을 단행합니다. 이렇게 발전 및 에너지시설을 대륜E&S 중심으로 집결시킨 것은 당연히 상장을 위한 '몸 만들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진重 계열 대륜E&S, 상장 전 '몸 만들기'


그런데 2014년말부터 한진중공업그룹이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 지분을 팔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더니 2015년초에 한진중공업이 "그 소문이 맞다"고 공시를 합니다. 아니, 왜요? 자회사들의 힘을 받아 대륜E&S의 몸값을 높이려고 했잖아요. 왜 갑자기 방향 전환을 한 거죠?


산업은행이 투 트랙을 선택한 건가요. 한진중공업의 사정이 급하니, 대륜E&S는 상장을 하고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는 팔아서 이중으로 돈을 땡기자! 뭐 이런 거였을까요? 그 당시 나오던 기사처럼 삼성SDS라는 엄청난 놈이 같은 시기에 상장을 하니, 좋은 값 받기는 글렀다고 판단해 빠진 걸까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륜E&S의 기업공개는 흐지부지되고,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매각은 '추진 중'이라는 공시만 6개월마다 한번씩 올라올 뿐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가 바뀐 2016년 7월 바로 이 공시가 빵! 하고 뜹니다.


대륜E&S를 끼워서 팔겠다!



한진중공업그룹 입장에서는 정말 큰 결심을 한 건데, 이 딜(deal)도 깨집니다. 매수 후보자들이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 빼고 대륜E&S만 사고 싶다고 합니다. 안습입니다.


대륜E&S는 연결재무제표를 딱 한번 작성한 적이 있다.


공개적으로 상장을 철회한 것도 아니고, 흐지부지 물러나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답답했던지, 한 경제지 기자가 일침을 놓습니다.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보라고요.


아마 회사 관계자가 상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한 모양이지요. 이 기자는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매각에 나서면서 대륜E&S 상장의 명분이 사라졌고, 상장 유효기간(6개월)도 지났으니 다시 준비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포기한 것인지 궁금했나 봅니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은 달리 봅니다. 산업은행과 한진중공업그룹이 뻘짓(?)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륜E&S의 몸값을 높이려고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를 몰아 준 것이 오히려 패착이 된 것 같거든요.


이 얘기는 순전히 재읽사의 상상에서 나온 소설 같은 것이니 사실이라고 믿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단락의 제목처럼 대륜E&S는 딱 한번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2014년입니다. 대륜E&S는 그 전부터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를 실효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공동 주주인 한진중공업이 경영권을 위임했거든요. 하지만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를 도입하고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IFRS는 종속회사가 있어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아래 표안에 있는 게 그 내용입니다. 한 마디로, 할아버지(할머니?) 회사가 손자회사를 연결대상에 포함시켰으면, 중간에 있는 비상장기업인 모회사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대륜E&S의 지분은 한진중공업홀딩스가 100%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장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2011년부터 의무적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었고요. 그 대상에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대륜E&S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10월에 상장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상장을 준비중인 기업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륜E&S가 처음으로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를 발표합니다. 황당한 결과가 나옵니다.



2013년까지 대륜발전의 매출액은 영(0)이었습니다. 2014년에는 3000억원대의 매출을 일으킵니다. 연결을 하니 매출이 전년 대비 급증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는 그저 그랬는데 말이죠.


영업이익도 연결 후가 더 좋습니다.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를 연결한 덕을 본 것이죠. 그런데 별도기준으로 흑자를 보인 세전순이익이 연결을 하고 나니 전년의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섭니다. 낭패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 기업공개를 하려면 법인세전계속사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장심사는 연결재무제표로 합니다. 대륜E&S도 연결재무제표로 심사를 받았을 겁니다. 세전순이익이 흑자로 나왔으니 심사에서 통과도 했겠지요. 게다가 2014년부터 대륜발전이 매출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장밋빛 꿈을 꾸었던 것일까요. 2014년에도 당연히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자신있게 상장에 나섰겠지요. 그런데 세전이익 적자 반전......


아마, 산업은행과 대륜E&S는 상장심사를 통과한 10월에 이 참담한 결과를 이미 예상했을 걸로 봅니다. 3분기까지 실적이 나온 이후이니 모를 수가 없습니다. '4분기에 뒤집기 어렵겠구나' 했을 겁니다. 멘붕이 왔을 것 같습니다.



대륜E&S의 연결 세전순이익을 적자로 돌려세운 주범은 바로 이자비용입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100억원 미만이던 이자비용이 2014년 400억원에 육박합니다. 대륜E&S 연결실체는 2014년에 더 나은 장사를 했지만, 갑자기 늘어난 금융비용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저 금융비용의 출처는 바로 대륜발전입니다. 대륜발전의 주석에서 따온 아래 표를 보시죠. 흥미롭게도 전기(2013년)에는 금융비용이 영(0)원이었다가 당기(2014년)에 217억원으로 크게 늘어납니다.



무차입기업이었다가 수천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냐고요? 아닙니다. 차입금이 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2013년이나 2014년이나 대략 5000억원 정도의 차입금이 있습니다. 다만 그 이자를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대륜발전은 2013년에 발생한 224억원의 발생이자를 자본화합니다. 집단에너지시설을 건설 중이었고, 차입도 그 시설을 짓기 위해 조달한 것이라 차입금의 이자를 자산의 취득원가에 포함시킨 겁니다.


그런데 2014년에는 약 300억원의 발생이자 중 81억원만을 자본화합니다. 에너지시설을 종합완공하면서 더 이상 자본화할 수 없었을 겁니다. 위 표에서 금융비용으로 계상된 217억원이 300억원의 발생이자 중 자본화되지 않은 나머지입니다. 이게 당기비용으로 처리되면서 세전이익을 적자로 돌려세운 것입니다.


사실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아니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니까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반대의 결과가 나오게 된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2013년에 연결 세전이익이 흑자로 나온 것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저 재무제표로 상장절차를 밟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기왕에 상장심사를 통과했으니 2014년에 적자가 났더라도 제도상으로 상장은 가능했으려나요. 제가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뻔히 적자인 걸 알면서 기업공개를 강행할 수 있었을까요.


결과론이지만 2014년에는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를 대륜E&S에 몰아 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두 회사의 실적을 낙관했기 때문에 밀어붙였을텐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꼼꼼히 따져보지 못했나 봅니다.


기자는 뭐라고 말이라도 해 보라고 채근하지만, 어떻게 설명하기도 어렵고...... 회사 관계자는 더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재읽사의 소설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2019년 이후의 대륜E&S 기업공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한편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읽기에 피곤하실 것 같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다음 편의 스토리를 눈치 채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