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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커머스 시장은 100조원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롯데와 신세계가 장악하고 있는 오프라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입니다. 특히 합리적인 소비 문화의 확산을 계기로 백화점을 밀어내고 유통의 중심을 차지했던 할인점과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슈퍼마켓이 주요 타깃이 될 겁니다.
백화점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커머스 시장과는 근본적인 경쟁요소가 다르기 때문이죠. e커머스 시장의 최대 경쟁요소는 '가격'입니다. 스마트폰이나 PC로 여러 판매처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구매행위의 시작이죠. 반면 백화점은 비싸야 팔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이 입점업체에게서 받는 수수료가 대략 25~30%라고 보면, 평균 그 정도의 가격 프리미엄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수수료의 대부분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확인 또는 과시하고 싶은 '허세(?)'를 구입하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나 신세계가 백화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장을 더욱 고급화하고, VIP고객에를 타깃으로 관계지향형 마케팅(CRM)에 집중하고, 명품 패션브랜드를 유치하고, 휴식과 문화를 접목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할인점과 슈퍼마켓은 합리적인 소비, 구매행위의 편의성이 확산되면서 성장했는데, 온라인쇼핑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할인점의 상품구성은 의식주에 필요한 기본 생활필수품이 대부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식료품과 가정용품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품목들이 바로 온라인쇼핑의 주요 대상입니다.
자동차를 이용한 대량 구매가 할인점의 흔한 풍경인데, 1인 가구가 늘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필요한 만큼만 소량으로, 멀지 않은 집 근처에서, 또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생활필수품을 구매하고 있죠. 대량구매-대량판매 시스템, 대규모 물류센터, 전국적인 점포망이 할인점에게 규모의 경제를 선물했지만 이것들이 더 이상 핵심 경쟁력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나 롯데슈퍼 같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덩치 큰 할인점이 들어가기 어려운 소규모 상권에 적합한 모델이죠. 할인점처럼 넓은 부지가 필요 없고 출전 비용이 적게 듭니다. 할인점이 들어가기엔 수지가 맞지 않는 틈새시장이 SSM의 공략 대상이죠. 할인점 성장이 둔화되고, 할인점이 들어갈 만한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도 어려워지자 롯데나 신세계 같은 유통대기업들이 동생 격인 슈퍼마켓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죠. 그 동안 꽤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온라인 사업자들이 식품 판매를 강화하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할인점과 슈퍼마켓은 가격경쟁력에서 온라인쇼핑에 밀립니다. 온라인쇼핑은 그야 말로 가격이 최우선 경쟁력인데, 점포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이 없는 온라인쇼핑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출혈 판매를 하지 않는 한 말이죠.
롯데쇼핑과 신세계(이마트)가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이미 1조원의 외부 자금을 유치했고, 롯데쇼핑은 약 3조원을 온라인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본격적으로 e커머스 시장 정복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인 것이죠. 두 그룹이 전쟁참가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최대 거래액이 발생하는 할인점이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할인점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온라인사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두 그룹의 가세로 e커머스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텐데요. 자금동원 능력이 우수한 두 그룹의 압승을 예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결국 누가 오래 버티느냐 에 달려 있고, 오래 버티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만, 우선은 사업경쟁력이 있어야겠죠. 시장을 주도할 수 있어야 돈도 생깁니다. 쿠팡처럼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e커머스시장의 유력한 경쟁자인 것은 틀림없겠습니다만,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오프라인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매우 낮고 경쟁이 업태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과장하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유통업체들이 모두 다 경쟁자일 수 있습니다. 대규모 물류센터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고, 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기존의 상거래 시스템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대량구매에 기반한 교섭력도 큰 차별성이 없습니다.
온라인쇼핑 시장의 진입장벽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고객 충성도, 상품 구색, 판매 노하우 같은 것들이죠. 수 많은 온라인쇼핑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큰 시장은 상위 몇 개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미 새로운 업체가 등장해 곧바로 상위권에 올라서기는 쉽지 않은 시장이 되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쯤이나 되니까 어떻게 비벼볼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할 수 있는 것이죠.
e커머스 시장이라고 통칭하지만 그 안에는 성격이 다른 여러 업체가 있습니다. 최근 5~6년 화제의 중심에 있는 쿠팡, 티몬, 위메프는 소셜커머스로 분류됩니다. 광고 효과를 원하는 판매자와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할인을 기대하는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소셜커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셜커머스 3총사는 더 이상 소셜커머스업체라고 부르기 어려워졌습니다.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상품을 직매입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쿠팡이 그렇죠. 그리고 최근에는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오픈마켓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은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라고도 불림) 사업자들이고, e커머스 시장의 터줏대감들입니다. 오픈마켓이라 함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상품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구축된 인터넷 공간'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B2C가 아니라 C2C 모델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온라인쇼핑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쿠팡이 아니라 오픈마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2015년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으로 변신한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쇼핑 중 가장 점유율이 높고 가장 성장이 빠른 곳은 오픈마켓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홈쇼핑 계열이나 백화점 계열의 인터넷쇼핑몰들이 있는 것이죠. 에스에스지닷컴이나 롯데쇼핑에 통합된 롯데닷컴 같은 것들이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장소가 바뀌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B2C모델입니다.
비즈니스모델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차피 모두 시장의 한 가운데서 정면으로 부딪히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쿠팡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기존의 오픈마켓 플레이어들의 위상은 아직 공고한 편입니다. 여기에 롯데와 신세계라는 오프라인 강자가 들어왔으니 크게 보면 세 부류의 경쟁그룹이 형성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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