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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아시아나의 정비충당부채가 대한항공이나 제주항공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정비충당부채를 항공기 도입시점에 한꺼번에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 별로 나누어서 매년 1년치의 충당부채를 적립해 나가는 식으로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시네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너무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전편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운용리스로 운행하는 항공기가 50대 정도라고 했는데, 이건 아시아나항공 만의 얘기고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의 계열사까지 하면 70대가 넘습니다. 그 70대 이상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의 지적을 받아 지난해 세로 인식한 정비충당부채 총액이 424억원이죠.


제주항공과 비교하면 연간 단위로 적립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두 배 이상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이건 어림짐작에 불과한 계산이어서, 강하게 주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개운하지 않다는 것이죠.


삼일회계법인 작년에 감사 제대로 한 것 맞아요?



왜 아무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하 재읽사)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아시아나항공의 한정의견(결국 적정의견으로 수정되기는 했지만)과 금호그룹의 매각 결정이 메가톤급 이슈라서 사소한 것들은 묻히는 걸까요?


삼일회계법인은 2017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뿐 아니라 그 전부터 계속 정비충당부채를 계상하지 않았죠. 지난해 말 기준으로 83대의 항공기 중 약 60%에 해당하는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비가 대부분 발생 시점에 비용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마일리지이연수익(선수금으로 부채에 해당합니다)을 과소 계상한 것도 일회성이라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일리지이연수익이 과소 계상되는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 보죠. 여객이나 화물운송으로 매출이 발생하면 그 중 일부가 마일리지로 쌓일 텐데 이 부분에서는 인식의 차이가 없을 겁니다.


고객에게 받은 대가 중 매출로 인식할 부분과 마일리지로 인식할 부분의 비율은 이미 정해져 있을 테고, 마일리지는 기대 회수율과 기대 회수시점을 감안해 공정가치로 기록을 하게 되는데, 마일리지의 기대 회수시점과 기대회수율도 매년 일정하게 적용이 될 테니까요.


견해 차이는 마일리지 감소를 수익으로 인식할 때 발생할 것 같습니다. 연말에 결산할 시점에는 마일리지 중 그 해에 소멸한 정도를 매출에 반영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삼일회계법인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산이 달랐다면, 2018년에만 달랐겠느냐는 겁니다.


1464억원은 O.K! 1200억원은 너무 많다?



삼일회계법인은 2017년 마일리지이연수익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업과 추정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죠. 2017년에 소멸된 마일리지는 1464억원입니다. 2018년에는 823억원으로 거의 절반 60%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삼일회계법인이 마일리지이연수익을 과소 계상했다고 지적한 금액이 390억원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에는 2018년 마일리지 소멸 액을 약 1200억원 정도로 계상했다는 계산이 됩니다.


이거…… 차이가 너무 큰 거 아닙니까? 2017년에는 1464억원의 소멸 액에 대해 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데, 2018년에는 1200억원도 많다고 390억원을 까버린 겁니다. 물론 2017년에 이례적으로 마일리지가 왕창 줄었을 수도 있겠죠.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만,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으면 의심을 거둘 수도 없는 게 당연합니다,


감사증거 제대로 확보 못하기는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유형자산 과소 계상과 선급비용 과대 계상 3270억원은 둘 다 자산에 해당하는 것이니 재무제표의 자산총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 이 327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유형자산을 판매 후 리스(세일즈 앤 리스 백)한 것인데, 이때 발생한 유형자산처분손실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걸 선급비용으로 처리한 건 리스료의 일부로 봤다는 얘기 같고요. 아시아나항공이 판매한 유형자산을 금융리스로 다시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데, 삼일회계법인은 이 처분손실을 금융리스자산의 일부로 본 모양입니다.



위 표는 2018년과 20017년 감사보고서 주석 중에서 유형자산 보유 내역을 발췌한 겁니다. 윗줄은 삼일회계법인이 적정의견으로 수정해 준 2018년 감사보고서의 내용이고, 아래는 2017년 감사보고서의 내용인데, 재무제표가 수정되면서 2017년말 리스항공기의 장부가액이 약 33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2006년 이후에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대거 매각해 온 것을 아실 겁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2016년에 금호터미널 지분 100% 매각, 2017년 대우건설 지분 매각, 2018년에는 대한통운 지분을 매각했죠. 자산 매각의 일환으로 2017년에 직접 구입한 항공기를 판매 후 리스했는데 이때 장부가액보다 3000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판매가 이루어졌나 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걸 선급비용으로 처리했고요.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감사에서는 아무 말 안 하다가 올해 와서 선급비용이 아니라 리스항공기 자산에 가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니면, 삼일회계법인은 지적을 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이 말을 듣지 않으니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갔다고 봐야겠죠)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7년 회계감사에서도 삼일회계법인은 정비충당부채 등에 대해 충분한 감사증거를 아시아나항공에서 받지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요구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또 판매 후 리스로 발생한 처분손실을 리스항공기가 아닌 선급비용으로 처리한 것은 계정분류를 잘못 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마일리지이연수익이나 종속회사 및 관계회사 지분 평가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겠죠.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삼일회계법인은 2017년 회계감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회계처리를 용인했습니다. 그런데 올 들어 태도를 바꾼 것이죠.


감독당국이 올 들어 외부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자신들의 면피를 위해 그런 건지, 지난해 느슨한 감사에 대해 갑자기 반성을 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삼일회계법인이 투자자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200억원의 무보증사채와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자산유동화증권도 네 차례에 걸쳐 6600억원어치를 발행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이 적정하게 작성되었다고 의견을 표명한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말이죠.


(많은 분들의 권고를 따라 회당 원고의 양을 줄이고자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