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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의 역사로 보면 그룹의 중심은 늘 금호산업이었습니다. 1960년에 설립된 금호타이어(설립 당시 이름은 삼양타이어)가 1999년에 금호건설을 흡수합병하며 금호산업이 되는데, 이때 금호산업에는 운송업, 건설업, 타이어제조업이 전부 있었죠.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몸통 또는 원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금호석화 계열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금호고속, 금호타이어,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는 전부 금호산업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입니다. 금호타이어는 2000년대초 금호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분할되어 군인공제회가 지분 50%를 갖게 되고, 금호터미널과 금호리조트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물적 분할 후 대한통운에 넘깁니다.


그리고 금호고속은 이번 편에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룹 재건의 밑그림은 일찌감치 그려지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위 그림은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2010년말 당시 계통도입니다. 글의 전개상 불필요한 금호석화 계열과 금호타이어는 제외했습니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금호석화에서 무상감자를 통해 채권단으로 바뀌었습니다. 금호산업 채권을 모아 출자전환한 미래에셋펀드(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가 단일 최대주주였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다른 주주들은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인수 때 재무적 투자자로 나섰던 곳들이었죠.


그 외에는 대한통운이 갖고 있던 금호사옥은 아시아나항공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금호생명과 금호렌터카가 지분 매각으로 계열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 외에 금호산업을 중심으로 볼 때 워크아웃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박삼구 일가의 지분은 무상감자 후 0.2%로 쪼그라듭니다. 그러나 경영진이 박 회장 측근들이었고, 박 회장이 얼마 안돼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기 때문에 금호산업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향후 그룹 재건에 유리하도록 밑그림을 짤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약속한 협조를 등에 업고 말이죠.


금호고속을 분할해 산업은행 사모펀드에 팝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자산매각에 합의하는데, 대상이 된 자산은 대우건설, 서울고속터미널, 그리고 수천억 원을 투자했지만 거의 날려먹은 베트남금호아시아나플라자와 금호건설홍콩법인 등입니다.


그리고 2011년 중 또 하나의 자산이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바로 금호산업 안에 있던 고속사업부였죠. 원래는 매각 대상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금호산업 고속사업부는 2011년 11월에 물적 분할되어 금호고속㈜이 설립됩니다. 이때 금호산업이 갖고 있던 금호리조트 지분 50%와 일부 남아있던 금호타이어 지분, 그리고 금호건설홍콩법인이 금호고속의 자산으로 편입됩니다.



2012년 6월에 금호산업은 금호고속㈜, 서울고속터미널, 그리고 대우건설 보유지분을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코에프씨 아이비케이에스 케이스톤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전문회사: 이하 코에프씨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합니다. 순자산가치 1985억원인 금호고속은 3310억원에, 재무적 투자자(FI)에게서 주당 1만8000원에 산업은행이 샀던 대우건설 지분은 주당 8140원에 팔립니다.


총 9500억원 상당의 자산을 양수한 이 펀드는 자본금 5000억원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의 인수금융 4500억원으로 금호고속 등을 사게 되는데요. 5000억원 중에 산업은행이 출자한 돈이 1840억원(36.8%), 그리고 매각 당사자인 금호산업이 1500억원(30%)을 댑니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합산해서 67%의 지분을 가진 펀드가 금호고속을 산 겁니다. (KoFC는 당시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업무를 분리한 정책금융공사의 영문 약자입니다). 5000억원 중 나머지는 새마을금고 한국증권금융 행정공제회가 출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호고속이 인수차입금을 떠안게 됩니다.


코에프씨사모펀드는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KH고속투자㈜라는 장부상 회사(SPC)를 만들고, KH고속투자는 자기자본 1100억원과 차입금 2200억원으로 금호고속을 인수한 뒤 2013년 1월1일부로 합병합니다. 금호고속을 인수하기 위해 펀드가 빌렸던(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빌렸던?) 차입금이 금호고속의 차입금으로 바뀌는 순간이죠.


전형적인 합병형 차입인수(LBO)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당시에 LBO에 대해 적법이냐 불법이냐 논란이 꽤 많았습니다. 인수자금이 결국 인수대상 회사의 빚으로 바뀌는 것이라, 극단적으로는 무자본 M&A가 가능해지고, 인수대상 회사는 과도한 부채로 부실화되기 십상이니까요.



SPC인 모회사와 합병하면서 금호고속에 생긴 건, 2000억원의 빚(장기차입금)과 돈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영업권 등 무형자산(장부가 대략 1000억원)입니다. 영업권은 SPC가 금호고속을 매입할 때 생긴 것이니,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돈 주고 산 셈이죠. 차입금은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코에프씨사모펀드를 통해 금호고속을 매입하기 위해 빌린 것이고, 산업은행은 그 성격상 경영참여를 위한 것이 아니니 결국 금호산업이 갚아야 할 차입금을 금호고속이 갚게 됐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큰 비약은 아닐 겁니다. 합병형 차입인수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금호고속 매각은 사실상 금호산업이 나중에 되사오기로 약속되었던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은 그룹의 모태이니 나중에 반드시 되찾겠다"고 선언했고, 산업은행은 이때도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금호그룹에 주었죠. 박삼구 회장에게는 금호산업 우선매수권을, 금호산업에게는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을 준 것은 나중에 금호그룹 재건의 길을 터준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금호고속을 매각했다지만, 금호산업이 여전히 30%를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도 하고요.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이 금호터미널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10개월이 지난 2013년 11월 금호산업이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 30%를 금호터미널에 매각합니다. 금호터미널은 워크아웃 돌입 당시 대한통운의 100% 자회사로 있었으나 2011년말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금호산업은 코에프씨사모펀드의 지분을 원금 1500억원에 282억원의 웃돈을 붙여 1782억원에 팝니다. 금호고속 우선매수권도 당연히 금호터미널로 넘어가게 됩니다. 경영정상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팔았다고 하는데……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갖고 있으니, '거의' 손자회사에게 판 거나 다름 없네요. 그것 참, 워크아웃을 이렇게도 하는군요.


이때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입니다. 원래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이었는데, 2013년초에 산업은행으로 바뀌죠.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 매각은 산업은행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2013년 9월 17일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채권단 출자전환)와 코에프씨사모펀드 매각 안건이 채권단협의회에서 가결됐다고 통보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금호고속은 금호터미널의 사실상 자회사가 됩니다(회계기준대로만 해석하면, 금호터미널은 코에프씨사모펀드 지분 30%를 갖고 있으니, 금호고속은 금호터미널에게 관계기업의 자회사일 뿐이지만, 사모펀드는 그냥 사모펀드일 뿐이죠).


그룹 재건 작업의 막이 오릅니다.


아래 그림은 2014년말 현재 금호그룹 계열사간 지분관계입니다. 금호리조트의 나머지 지분 50%는 대한통운이 갖고 있었는데, 대한통운이 매각되면서 그 지분을 금호터미널과 아시아나IDT 등 계열사들이 인수하게 됩니다. 금호고속이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해 결국 금호터미널이 금호리조트를 지배하는 형국이 된 것이죠.



2015년 드디어 박삼구회장의 그룹 재건 작업에 시동이 걸립니다. 그 서막을 알리는 거래가 다름 아닌 금호고속 인수였습니다. 금호터미널이 코에프씨사모펀드가 갖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100%를 4150억원에 사들이죠. 그런데, 박삼구회장은 금호고속을 금방 팔아 버립니다. 금호산업 인수가 결정된 바로 다음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