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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이 2012년 8월에 대우건설 지분(12.3%),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38.7%)과 함께 금호고속(지분율 100%)을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매각할 당시 금호고속은 몇 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속리산고속, 금호리조트, 금호건설홍콩법인 등입니다. 이 자산들은 금호터미널이 코에프씨 사모펀드에서 금호고속을 되사올 때도,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다시 매각을 할 때도 금호고속과 패키지로 묶여 다닙니다.


아래는 2014년말 현재 금호그룹의 지배구조입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5% 이상 취득하며 채권단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바람을 잡고 있었고요. 금호터미널은 아직 금호기업에 인수되기 전입니다. 금호고속은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매각되어 있었습니다.


금호고속의 자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사각형은 금호고속의 자회사(금호리조트는 지분율이 50% 미만이니 관계회사로 분류되지만 편의상 자회사로 씁니다)들입니다. 이 중 속리산고속은 같은 운송사업을 하는 회사이니 금호고속과 찰떡같이 붙어 있어야 할 곳이지만, 금호리조트와 금호건설(홍콩)은 금호고속과 사업 연관성이 높지 않은 회사들이죠. 이 두 회사에 대해 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호리조트는 2006년에 금호산업이 금호터미널을 분할할 때 또 하나의 분할 회사입니다. 금호산업의 여객터미널사업은 금호터미널이 됐고, 리조트사업은 금호리조트가 되었지요. 금호리조트의 주요 자산으로는 회원제 골프장인 아시아나컨트리클럽이 있습니다. 또 홍콩에 해외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홍콩)과 중국 웨이하이시에 있는 아시아나CC(weihai)-지금의 웨이하이포인트CC-도 있습니다.


금호산업은 2009년 워크아웃 신청 한달 전 금호리조트 지분 50%를 826억원에 대한통운으로 매각합니다. 현금 유동성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2012년 나머지 50%를 금호고속과 함께 분할해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넘긴 것이죠. 2012년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팔 때 금호리조트의 장부가치는 600억원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였습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가 금호고속을 3110억원에 사는데 그 중 600억원은 금호리조트의 값입니다. (실제로 가치평가에 장부가액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대한통운이 보유한 50% 지분은 2014년 대한통운 매각 전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십시일반으로 695억원을 모아 인수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쳐 금호고속의 지분율은 48.8%,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의 지분율은 51.2%로 바뀝니다. 아시아나항공(연결)이 125억원을 증자하지요.


600억원에 팔린 금호리조트 지분이 1200억원 이상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시아나항공이 2014년말에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금호리조트와 그 자회사들을 공정가액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을 하거든요. 금호리조트 따로, 자회사 따로 순자산 공정가치를 구합니다. 그 금액이 금호리조트 2085억원(100% 기준), 금호홀딩스(홍콩)과 웨이하이포인트CC 1137억원이었습니다.



금호산업이 금호고속을 분할 매각한 2012년 8월에 금호리조트 지분 50%를 600억원에 평가한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지요? 불과 1년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2014년에 175억원의 증자(이중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125억원)를 한 것을 감안해도 차이가 심합니다.


2085억원 중 증자를 제하면 대략 1900억원, 해외 자회사 공정가액 중 금호리조트 몫인 46.7%는 대략 530억원, 둘을 더하면 2430억원이네요. 절반이면 1215억원이구요. 금호산업이 600억원에 팔았으니 반값에 판 셈이네요.


금호고속을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분할 매각할 때, 속리산고속은 금호고속의 일부로 보고 금호고속의 미래 현금흐름 추정에 포함해 가치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금호리조트와 금호건설(홍콩) 등 비영업자산에 대해서는 장부가액을 그대로 반영했지요. 그게……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던 것 같네요.


금호건설(홍콩)은 회사 이름만 건설사이지, 베트남과 중국에 있는 13개 운송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입니다. 운송자회사 지분가치가 곧 기업가치인 곳인데, 금호고속이 분할 매각될 때 장부가치 721억원 그대로 넘어갑니다. 얘의 공정가액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이어 금호고속 역시 제값을 못 받고 매각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 값을 받고 팔지 않은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싸게 넘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신세계그룹과 관련이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금호고속은 왜 자회사인 금호리조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장부가로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넘긴 걸까요. 산업은행이 죽어가는 기업을 협박해 헐값에 빼앗다시피 한 것일까요? 설마 그럴 리가요.


혹시 말입니다. 금호고속을 얼마에 넘기든 별로 상관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의 중요성은 금호고속의 가치가 아니라, 금호산업에 필요한 유동성과 재무구조 개선의 폭이 아니었을까요?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은 기존 주식의 무상감자와 채권단 지분의 출자전환 외에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금호고속을 매각했지만,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죠.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비록 후순위라고 하더라도 30%의 지분을 받았고요.


금호터미널이 코에프씨 사모펀드를 케이엠티제일차㈜에 매각하고 콜옵션을 받았을 때, 회계상 차입거래로 처리를 했지요. 또 금호고속을 칸서스KHB 사모펀드에 팔고 콜옵션을 받은 것도 역시 차입거래로 장부에 반영했습니다. 금호고속을 코에프씨 사모펀드에 팔았던 방식과 칸서스KHB 펀드에 팔았던 방식은 완전히 같습니다.


금호리조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없었던 이유, 어차피 금호고속을 도로 가져올 것이니 '얼마'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이것 역시 회계적으로나 법적으로는 매매거래라고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는 담보차입거래나 파킹의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한다면, 너무 심한 의심일까요?


그래요. 말도 되지 않는 의심일 겁니다. 금호그룹이 최종적으로 칸서스KHB 사모펀드에서 인수할 때 둘이 막 신경전도 벌이고 그랬거든요. 금호고속을 사겠다고 했던 다른 사모펀드들도 있었고요. 심지어 금호터미널이 금호산업에서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 30%를 사 올 때도 경쟁입찰 방식이었습니다.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그래도…… 참 이상하단 말이죠. 결과만 놓고 보면 마치 짜인 각본처럼 들어 맞는 것이……


금호고속을 다시 사오는데 4375억원+@의 돈이 듭니다


박삼구 회장의 개인회사 금호기업이 2015년말에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2016년에 아시아나항공에서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해 금호기업과 합병하잖아요. 이때 금호터미널은 대한통운에서 사온 금호리조트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인수하는 그날 금호터미널은 금호리조트 지분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에게 넘겨 버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헐값 에 사면서 아시아나항공을 활용해 현금 406억원을 챙긴 겁니다. 실제로는 금호터미널은 2300억원 가량에 샀다고 할 수 있죠.



2017년 금호홀딩스(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합병법인)는 드디어 금호고속 인수에 착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들의 등골이 또 휩니다. 금호그룹과 칸서스 측이 합의한 콜옵션 행사가격은 4375억원. 금호고속과 그 자회사들을 모두 사오는 가격입니다. 금호터미널이 2015년에 3900억원에 팔았는데, 2년새 500억원 가까이 값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은 4375억원 이상의 돈이 듭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고속과 그 자회사들을 따로 따로 삽니다. 1월1일 자본금 1백만원짜리 장부상 회사(SPC)인 제이앤케이제삼차㈜를 금호고속 인수용으로 설립하고, 같은 달 19일에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주축이 돼서 금호고속의 자회사들을 인수할 케이에이인베스트㈜를 세웁니다. (장부상 회사들은 하나 같이 이름이 어렵군요.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제이앤케이제삼차㈜는 금호고속 지분 100%를 3676억5000만원에 삽니다. 금호홀딩스가 마련한 1830억원과 인수금융 대주단에서 빌린 1850억원이 그 재원이 됩니다. 인수금융은 그렇다 치고 금호홀딩스는 1830억원이 어디에서 났을까요? 다음 편에서 살펴 볼 내용입니다.



금호고속 자회사들이 금호티앤아이로 헤쳐 모였습니다.


금호고속의 자회사로는 속리산관광, 금호고속관광, 금호경기고속관광과 관계회사인 금호리조트 지분 48.8%가 있었죠. 이 회사들은 최종적으로 케이에이인베스트로 헤쳐 모입니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을 인수하기 전에 자회사들부터 정리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지난 편에서 언급했던 신생 사모펀드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다시 등장합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에서 근무했던 정승원씨가 설립한 그 사모펀드 말입니다.


케이에이인베스트먼트는 750억원의 납입자본으로 세워지는데, 금호산업이 149억원을 대고, 나머지는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댑니다. 그리고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815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데, 인수자가 바로 현정은 회장의 현대투자파트너스 제일호 유한회사였습니다.



이 전환사채는 상환 만기가 2021년 3월 29일입니다. 아직 많이 남았죠. 현 회장이 주당 40만원에 전환권을 행사할지, 만기까지 가서 상환을 받을지 고민이 좀 될 것 같네요. 금호리조트 등의 지분이 담보로 잡혀 있고, 상환이 안되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과 금호산업이 대신 갚아줘야 합니다.


케이에이인베스트(현 금호티앤아이)는 2017년 2월과 4월에 걸쳐 금호리조트 지분 48.8%를 1088억원에 인수하고, 속리산고속과 금호고속광광도 각각 215억원과 85억원에 사들입니다.


그리고 금호고속의 또 하나 값 나가는 자회사가 금호건설(홍콩)인데요. 이걸 인수하는 곳이 바로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장부상 회사 HKCWTS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HKCWTS")라는 곳입니다. 웰투시와 한국캐피탈이 공동으로 업무집행사원을 맡고 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 같은 곳에서 돈을 대서 775억원에 금호건설(홍콩) 지분을 인수하는데요. 여기에 금호고속이 또 160억원(29.63%)를 후순위로 출자합니다. 이 후순위 지분은 2017년 11월에 케이에이인베스트가 금호고속으로부터 매입해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우 복합한 금호고속 인수 거래를 대략 정리를 했습니다만,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한 꺼풀 벗겨보면 더 복잡한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짠 것인지, 결과적으로 금호고속을 인수하는데 박삼구 회장 측이 부담한 것이 얼마이고 다른 금호그룹 계열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