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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부자 금호터미널을 인수해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을 인수하느라 조달한 차입금 중 4500여억원을 상환한 박삼구 회장은 2016년 다시 현금 확보에 나섭니다. 그 중 하나가 8월에 있었던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 매각입니다. 이 스토리는 지난 13편에서 한번 설명을 한 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이해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코에프씨 사모펀드는 금호고속 지분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매각해 재무적 투자자와 대주단을 엑시트(exit) 시켜 준 후라 대우건설 지분 12.3%만을 갖고 있었죠. 그리고 사모펀드에서 아직 자금회수를 하지 않은 투자자는 후순위 30% 지분을 가진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뿐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코에프씨 사모펀드는 대우건설 지분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금호홀딩스는 8월에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총수익교환약정(TRS; total return swap)입니다. TRS는 일종의 신용파생상품인데 신용디폴트스왑(CRS; credit default swap)의 확장판이죠. 신용파생상품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에게는 설명하면 할수록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그냥,,, 대우건설 지분을 사고 팔기는 했는데, 대우건설 지분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수익과 위험은 파는 쪽인 금호터미널에 귀속되는 거래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우건설이 망해도 금호터미널이 손해를 보고, 주가가 올라도 그 수익을 금호터미널이 가져갑니다. 형식상은 매매인데, 내용상으로는 이것도 역시 담보차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언론들이 코에프씨 사모펀드 매각이라고 쓰지 않고 대우건설 지분 유동화라고 기사를 썼습니다.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당겼다는 거죠.
대우건설 지분을 현금화 해준 곳은 웰투씨인베스트먼트였습니다.
금호터미널이 대우건설 지분을 넘긴 곳은 웰투씨인베스트먼트㈜(이하 웰투씨)라는 사모펀드 운용회사였죠.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에서 근무하던 정승원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 그래서 박삼구 회장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회사죠. 실제로 그런지, 그냥 소문인지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은 모릅니다.
웰투씨는 자본시장에 갑자기 등장한 신생 사모펀드인데, 꽤 굵직한 거래들을 성사시켜 살짝 주목을 받고 있죠. 2017년에는 우리금융지주에서 1000억원을 받아서 아주캐피탈 지분 74%를 3100억원에 사들였죠. 지난해에는 두산엔진과 콘크리트 펌프카 1위 회사인 전진중공업을 샀고요. 올해는 동부건설 인수전에 뛰어 들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웰투씨는 케이엠티제일차㈜라는 장부상 회사(SPC)를 만들어 금호터미널과 대우건설 지분에 대한 TRS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케이엠티제일차㈜가 100% 출자한 케이엠티제이차㈜라는 SPC를 또 하나 만들어서 여기에 대우건설 지분(정확히는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을 담아 둡니다. 참 복잡하지요.
자금여력이 아주 큰 사모펀드가 아니라면 어떤 회사를 살 때 보통 전주(錢主)가 따로 있게 마련이죠. 아주캐피탈 사례처럼 말입니다. 전주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일 때도 있고, 숨어있는 전략적 투자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금호터미널과 거래할 때는 달랐습니다.
대우건설 지분의 용도는 금호고속 인수자금 확보였습니다.
100% 외부 차입한 돈으로 대우건설 지분을 삽니다. 웰투씨가 100% 출자해 케이엠티제일차㈜를 설립하고, 케이엠티제일차㈜가 1567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합니다. 사채 발행 자금은 전액 케이엠티제이차㈜에 자본으로 납입되고, 케이엠티제이차㈜는 그 돈으로 대우건설 지분 12.3%를 보유한 코에프씨 사모펀드 지분을 매입합니다.
케이엠티제일차㈜와 케이엠티제이차㈜는 설립 1년 후인 2017년 6월에 합병하는데, 자회사인 제이차가 모회사인 제일차를 흡수하는 역합병을 합니다. 최종적으로 TRS의 계약 주체는 케이엠티제이차㈜가 되는 것이죠.
금호홀딩스가 대우건설 지분을 유동화하는 목적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습니다. 금호터미널을 인수한 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한 시드 머니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등등. 목적에 따라 돈 주머니가 따로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도 필요하고, 금호타이어 인수도 희망하고 있었으니 다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금호고속 인수자금 마련이었습니다.
케이엠티(이하 제일차와 제이차를 구분하지 않고 통칭)가 1567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하기 이틀 전인 2016년 8월 9일 신생 자산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7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라임플루토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를 설정하는데, 금호홀딩스의 금호고속 인수금융 조성이 목적인 펀드였습니다.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인수한 것은 해를 넘긴 2017년이었으니, 이때 조성된 돈이 그대로 금호고속 인수에 쓰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13편에서 쓴 대로, 금호홀딩스는 대우건설 지분을 유동화하는 동시에 같은 날 칸서스KHB 사모펀드의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700억원의 추가 출자를 단행합니다. 대우건설 지분 유동화로 들어온 순현금은 800억원으로 봐야 하는 것이죠.
강남 부자와 헤지펀드가 투자하고, 전자단기사채로도 팔려 나갑니다.
이때 금호고속 인수금융에 참여한 회사는 라임자산운용 외에 케이프투자증권(인수 주관사), 대신증권, 아이비케이증권 등이었습니다. 그 밖에 몇몇 증권사가 더 있었다고 합니다만, 재읽사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 정도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은 700억원 중 400억원을 자신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편입했고, 300억원은 대신증권을 통해 PB고객들에게 판매했습니다. 강남의 부자들이 1인당 최소 3억원씩을 투자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M&A 인수금융에 투자한 독특한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아이비케이증권은 코에프씨 사모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던 곳 중 하나죠. 1500억원 중 200억원을 맡았는데요. 이것도 아마 증권사 고객이나 어떤 은행의 신탁고객에게 팔리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아이비케이증권은 디비제삼차㈜라는 장부상 회사를 만들어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200억원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합니다. 그러니까 이 전자단기사채를 산 사람들이 금호고속 인수금융에 참여한 셈입니다. 본인들이 알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금호홀딩스와 케이엠티의 TRS 계약은,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1580억원을 케이엠티가 금호홀딩스에게 제공하고(계약은 1580억원으로 되었지만 실제 오간 금액은 1567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케이엠티는 10%의 약정 이자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케이엠티는 여기에 대우건설을 처분해 발생한 이익에 대해 일정액(이익참가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습니다.
케이엠티가 발행한 사채는 금리 7%짜리였습니다. 그러니까 케이엠티는 금호홀딩스에서 10% 이자를 받아서 사채권자에게 7% 이자를 주고, 나머지 중 경비로 쓰고 남는 게 있으면 이익이 되는 구조였던 것이죠.
케이엠티가 발행한 사채는 만기 2년으로 발행되었지만, 1년 뒤인 2017년 6월에 전액 조기 상환됩니다. 케이엠티가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 지분을 시장에 블록딜 방식으로 내다 팔아 그 돈으로 사채를 갚은 겁니다. 대우건설 블록딜에 대해서는 이미 한 차례 쓴 적이 있습니다만, 2017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700만주와 2400만주를 총 2244억원에 매각합니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으로 확보한 현금은 총 2200~2400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 돈의 대부분은 금호홀딩스가 케이엠티를 통해 조달한 TRS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쓰입니다. 케이엠티에 1860억원이 배분되고 나머지 약 400억원 가량이 금호터미널에 귀속되었을 겁니다. 그렇게 대우건설 지분에 대한 TRS 거래는 해지가 됩니다.
하지만 코에프씨 사모펀드에는 여전히 대우건설 지분 2000만주(4.82%)가 남아 있었죠.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이비케이증권과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이 지분을 2018년에 블록딜로 매각해 1144억원을 추가로 회수합니다. 이미 TRS 원리금은 상환이 되었기 때문에 이 돈은 금호홀딩스가 가져가야 하는데, TRS 거래를 하면서 추가 이익을 공유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케이엠티와 나누게 됩니다.
위에 보시는 감사보고서에 적힌 대로 540억원을 케이엠티에게 배분했으니 나머지 600억원 가량이 금호홀딩스에게 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부는 아니겠죠. 이 거래를 주선하고 관여한 증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케이엠티를 조성한 웰투시 등에 지불한 수수료가 상당할 테니까요.
결국 코에프씨 사모펀드가 보유했던 대우건설 지분 12.3%는 총 3388억원에 시장에 팔려 나갔고,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는 TRS로 미리 당겨 쓴 1567억원, 시장 매각 후 받은 두 차례의 정산금을 포함해 약 2200~2400억원 정도의 현금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 지분의 마지막 4.82% 블록딜을 찾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지분이 5% 아래로 떨어져 버린 다음이라 공시가 되지 않은데다 언론들도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게다가 대우건설 지분의 직접적인 보유자인 장부상 회사 에스이비티투자(유)는 유한회사라서 결산보고서조차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 바람에 계산이 좀 틀렸습니다. 재읽사는 대우건설의 남은 지분이 대략 1000억원 정도에 팔렸을 거라고 추정을 했습니다. 주가 추이를 보면서 대충 때려 맞춰 본 거죠. 그런데 1144억원에 팔았다니까 조금 더 받았네요.
금호산업이 2012년에 대우건설 12.3% 지분을 4155억원에 넘겼던 것 기억하시죠? 코에프씨 사모펀드는 최종적으로 3388억원(2017년 2244억원, 2018년 1144억원)에 매각했군요. 18편에서 1000억원 가량 손해를 봤다고 썼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770억원 정도 싸게 팔았군요. 그래도 뭐, 금호고속에 2000억원의 차입금을 떠넘기고도 금호터미널에 4150억원에 팔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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