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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으로부터 미래산업을 인수한 새주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재무적 여력이 충분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10.59%의 경영권 지분과 전환사채를 인수하는데 거의 400억원의 거금을 부담없이 쏠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았습니다. 3월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이 151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중장비 제조업체인 롤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결기준 매출이 크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모회사의 매출은 연간 128억원 수준으로 감소 또는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고 영업이익도 거의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롤코리아 인수 이후 현금흐름이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2021년에 연결기준 37억원을 영업활동에서 창출했지만 지난해에는 12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고 올해 1분기 4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만들어냈을 뿐입니다.
매출액이나 현금흐름에 비해 차입금이 744억원(연결 기준)으로 많은 편입니다. 향후 1년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많지 않지만, 연간 현금으로 낸 이자가 22억원 정도여서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을 상당히 까먹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활동에서 11억원가량의 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8억원 정도를 이자로 내야 했습니다.
보유자산을 활용한 자금조달의 여지도 많지 않습니다. 금융리스로 제공한 부동산과 토지, 건물 등 부동산 대부분은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습니다. 정기예금 35억원도 롤코리아 잔여주식(21%) 취득대금으로 질권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미래산업의 인수를 위해 이브이첨단소재를 활용했습니다. 이브이첨단소재 30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팔아 233억원을 확보했죠. 이브이첨단소재 지분율은 23.49%에서 17.42%로 떨어졌습니다. 추가로 미래산업 전환사채 인수에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90억원의 5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브이첨단소재도 미래산업의 9회차 전환사채를 인수하기 위해 50억원의 현금을 썼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미래산업 인수자금을 대느라 보유 유동성이 상당히 줄었을 겁니다. 이브이첨단소재 지분 매각 등으로 마련한 돈이 미래산업 지분과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데 들어간 돈보다 80억원정도 적은데, 딱 계약금과 일치합니다.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하지 않았다면 보유 현금을 소진했을 겁니다.
혐금은 올해 안에 채워질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만기전 취득한 자기전환사채(1,2,3,4회차)를 재매각하기로 했거든요. 매각이 완료되는 10월이면 183억원가량이 들어오게 됩니다. 사실 재매각 계약은 올해 1월 이루어졌고, 미래산업 인수 전 대부분 매각대금이 들어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132억원어치를 매입하기로 한 최대주주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이하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 사정이 생겼는지 잔금지급일이 10월로 미뤄졌네요.
이 전환사채들은 모두 2021년 발행된 것이어서 전환가능기간 중에 있습니다. 마지막 조정된 전환가액이 1~3회차는 1425원, 4회차는 1668원인데, 이후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5대1 주식병합을 실시했으니, 각각 7125원, 8340원이 되었을 건데요. 지난 17일 주가가 급등하면서 8000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어 차익이 발생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넥스트바이오사이언스 보통주 지분을 9.72% 보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환사채 인수가 마무리되면 잠재지분율이 24%대로 크게 높아집니다. 최대주주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가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것이라고 하니 당장 팔 것 같지는 않은데,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넥스턴버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된 게 2021년 3월인데요. 인수한 41.38%의 지분을 해가 바뀌기 전에 장외에서 대거 매도해 10%대 초반까지 낮췄거든요.
게다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도 자금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3월말 현재 현금과 금융상품이 23억원뿐인데, 1년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315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4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업이 극도로 부진합니다. 지난해 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28억원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자산매각이나 외부 자금조달이 있어야만 바닥을 드러낸 유동성을 채울 수 있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자금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했습니다. 지난달 3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실권이 발생해 실제 증자액은 167억원에 그쳤습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유상증자로 200억원은 채무상환, 100억원은 운영자금에 쓰고 25억원을 타법인 주식 등을 취득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실제로 90억원은 저축은행 차입금을 갚는데 썼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보유지분을 담보로상상인저축은행에서 빌린 90억원을 유상증자대금이 납입된 다음날 상환하고 담보를 풀었거든요. 나머지 증자대금도 예정대로 쓴다면 100억원이 훌쩍 넘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전환사채를 매입하기 위해 10월 전에 추가로 자금조달을 시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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