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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홀딩스가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후 이달 14~16일 NDR(non-deal roadshow)를 했습니다. 한미그룹과의 통합 영향, 그리고 요즘 최고의 화두인 기업가치 밸류업 대책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을 텐데요. 참석한 기관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키움증권은 NDR이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실망과 한미사이언스 인수에 따른 지분 희석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1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근거 중 그룹의 구체적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키움증권은 OCI홀딩스와 OCI로 분할한 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성장 전략으로 제시해 왔는데 한미사이언스 인수 이후 제약바이오에 대해 이루어질 대규모 투자는 최대주주를 제외한 기타 투자자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라고 지적하고, 그러한 불확실성이 OCI홀딩스 기업가치의 할인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부광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시너지 여부,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전략이 부족하다고도 평가했습니다.



OCI그룹으로서는 한미사이언스 인수로 인해 풀어야 할 숙제가 늘었습니다. OCI그룹은 한미그룹과 통합의 기대효과로 기존의 제약바이오사업과의 시너지, 한미그룹의 높은 성장성 등으로 OCI홀딩스의 기업가치 상승을 꼽았거든요. 하지만 키움증권은 두 그룹의 시너지에 대한 의심과 갑작스러운 전략변화에서 오는 불확실성, 실망스러운 주주환원정책 등을 들어 당분간 OCI홀딩스의 주가가 저평가 영역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목표주가 11만8000원은 Forward PBR 기준으로 0.4배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일단 시장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OCI그룹은 한미그룹을 편입함으로써 향후 투자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죠. 기존의 ⓛ신재생에너지와 화학사업 ②반도체 및 배터리소재사업 외에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③ 제약/바이오사업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는데요. 제약•바이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는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전략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  



우선 풀어야 할 숙제는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는 일일 겁니다. 한미그룹 대주주와의 구주 매입(2775억원)과 주식스왑, 그리고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2400억원)으로 OCI홀딩스가 취득하는 지분은 27.03%가 되는데,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 규제(30% 이상)를 맞추기 위해서는 2.97%이상의 한미사이언스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약 9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의 다른 오너 주주들측 지분(현재 25.05%)을 넘어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유상증자와 더불어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통합 이후 사업부문의 재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광약품을 한미사이언스가 주도하는 제약•바이오 부문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부광약품에 대한 지분율은 10.9%에 불과해 추가로 19.1%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야 합니다. 지주회사 전환 후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지만, M&A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 내기 위해서는 한미그룹과 시너지를 서둘러 보여줘야 할 테니 마냥 미루어 둘 일은 아니겠죠.



부광약품은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2년 OCI홀딩스(전 OCI)에 인수된 후 매출이 감소하고, 창사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200억원 이상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폭이 대폭 커졌습니다.


부광약품의 부진은 OCI홀딩스의 실적에도 큰 타격을 입혔죠. OCI홀딩스는 1463억원의 거금을 주고 부광약품을 인수했는데요. 지난해 90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털어내는 바람에 4분기 적자로 전환되고 말았습니다.



부광약품 인수는 OCI그룹에게 실패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사이언스 인수는 그 아푼 역사를 지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부광약품 지분을 한미사이언스에 넘기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차손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죠.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인수하더라도 지분율이 50%에 미달해 연결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으니, 부광약품은 OCI홀딩스의 재무제표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부광약품이 한미사이언스에 넘어간 후 실제로 제약•바이오부문의 시너지 효과로 극적인 실적개선을 이루어 낸다면, 실패한 M&A를 성공한 M&A로 되돌릴 수 있으니 금상첨화인 셈이 되죠.


한미사이언스의 유상증자와 추가 지분 취득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지분을 한미사이언스에 이전시킬 물리력을 갖게 됩니다. 또 이전의 방식으로 부광약품 지분을 현물출자하게 되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취득해 임종윤 형제와 지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죠.


부광약품 시가총액이 4939억원(2월22일 현재)이니 10.9%의 지분이면 약 500억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연말 결산 후 장부가액은 560억원 정도로 추정되어 시장가치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 정도 가치라면 한미사이언스 지분 1~2%가량에 해당합니다.



부광약품이 한미사이언스 자회사가 되더라도 30%의 지분율을 충족해야 합니다. OCI홀딩스가19.1% 이상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뒤 한미사이언스에 이전시킬 수도 있고, 한미사이언스에 10.9%의 지분을 넘긴 뒤 추가 지분 취득의 역할을 한미사이언스가 지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부광약품 지분 19.1% 이상을 취득하려면 현재 주가 기준으로도 1000억원에 육박하는데요. 부광약품의 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미사이언스를 인수하기 위해 8000억원 이상의 인수대가(2.97% 추가 취득 가정시)를 지불한 OCI홀딩스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는 부광약품 지분을 추가 취득할 충분한 현금이 있습니다. OCI홀딩스가 유상증자로 납입할 2400억원을 사용하면 됩니다. 설사 10.9%의 지분을 OCI홀딩스로부터 인수하는데 현물출자가 아닌 현금거래를 하게 되더라도 인수대가로 500억~600억원이면 될 테니, 남는 1800억~1900억원으로 부광약품 지분 19.1%이상을 매입하면 되니까요.


다만 이렇게 되면 2400억원의 유상증자가 한미사이언스의 부족한 유동성을 채우고 올해 만기도래하는 1500억원가량의 차입금 상환 재원 및 신약개발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이 흐려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미사이언스가 다시 유상증자나 외부차입으로 부광약품 지분 취득자금을 마련해야 하니 쉽게 갈 길을 멀리 돌아가야 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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