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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일 아침 8시 30분, 케이블 방송업체 씨씨에스충북방송 이사 5명이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2층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회사가 위치한 충주시와 멀리 떨어진 서울 한복판에 이들이 모인 것은 3월 정기주주총회 앞두고 이사회가 소집됐기 때문입니다. 씨씨에스 이사는 총 9명, 하지만 4명의 이사와 감사는 참석하지 않았죠.
MBC제작국장을 지낸 정일윤 의장이 개회를 선언하자 총 5가지 의안이 모두 참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일사천리로 가결 처리됩니다. 첫 의안은 공동대표이사 규정 폐지, 두번째 의안은 김영우 공동대표이사 해임, 3호 의안은 정평영 공동대표이사의 단독대표이사 변경이었습니다. 이어 정기 주총을 위해 필요한 재무제표 확정과 정기주주총회 소집결의가 이루어집니다. 이사회는 정평영 대표, 권영완•김지훈 사내이사, 노옥현•정일윤 사외이사가 이사록에 기명날인하는 것으로 30분만에 끝납니다. 이날 이사회의 목적은 김영우 대표이사의 해임이었던 셈입니다.
이날 참석하지 않은 멤버는 해임된 김영우 대표를 포함해 김태빈•윤원일•박세락 사외이사와 감사인 법무법인 유준의 임태혁 파트너변호사였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컨텐츠하우스210이 씨씨에스 최대주주가 된 뒤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참석한 5인과 함께 전원 새로 선임된 분들이었습니다.
이날 5인의 이사만으로 열린 이사회는 주주총회 소집 결의만 하고 주총 개최일시와 장소 그리고 주주총회 부의 안건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확정하기로 합니다. 공시는 당연히 주총 날짜와 시간, 장소, 그리고 부의안건이 빠진 내용이 없는 주총소집결의였죠.
이사회는 8일과 12일 두 차례 더 열립니다. 역시 참석자는 5명뿐입니다. 새로 결의된 내용은 이사회에 불참한 김영우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의 해임 등을 골자로 하는 주총 부의안건이었습니다. 주총에서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를 세우기로 한 겁니다.
이사회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노옥현 사외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화여대 목동병원 ER바이오코어 구축사업단 실장인 전상표씨와 법무법인 김앤전의 김성철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정했다가, 김성철 변호사를 빼고 조영재 연암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후보를 교체합니다.
5인의 이사가 아침 일찍 모였던 서울의 사무실은 김성철씨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김앤전이 있는 상림빌딩 202호였습니다. 법무법인 김앤전은 김성철변호사와 전병우변호사의 성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추정되는데, M&A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기업에서 최근 몇 년동안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유가증권 상장사 국보는 지난해 8월 일부 주주로부터 주주총회결의 무효 및 부존재의 소, 불법적인 배임•횡령행위로 인한 이사해임의 소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당했고, 올해 2월에는 '불법적 행위들에 대한 효력정지 등 임시의 지위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당했는데, 자기전환사채 70억원 매각, 주식분할과 감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이 사기적 부정거래 또는 시세조정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도록 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는 게 원고측 주장이었습니다.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김앤전이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 또는 자기전환사채 매각 등으로 자금조달을 하려다 소송이 제기된 기업은 지난해 넥스턴바이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라이트론, 아우딘퓨처스, 소니드, KIB플러그에너지 등이 있는데요. 원고의 소송 대리인이 모두 법무법인 김앤전이었습니다. 피소된 기업들은 하나같이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된 곳이고 재무적으로 부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약점을 파고들었다는 점을 들어 일부 언론에서는 'CB알박기' 세력이라고 표현했더군요.
일방적으로 대표이사직을 잃은 김영우 이사 등 5명은 즉각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및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냅니다. 씨씨에스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죠. 주총에서 해임대상이 될 3명의 사내이사도 김영우씨와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머지 1명은 임태훈 감사일 가능성이 높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지난달 22일 이루어진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를 상대로 이루어진 80억원 규모의 신주발행의 효력정지 및 신주상장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잇따라 냅니다. 사실상 정평영•권영완•김지훈 3인의 회사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주주총회에서 신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막아달라는 요청입니다.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우선 효력정지 신청부터 한 것 같습니다.
또 사외이사 중 한명인 노옥현씨에 대해서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합니다. 노옥현씨는 그린비티에스가 씨씨에스 신주인수를 위해 차입한 40억5000만원 중 5억원을 빌려준 인물로 추정됩니다. 그린비티에스 최대주주인 정평영 대표와 밀접한 관계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김영우 이사 등을 공격한 5인 중 반격의 대상이 되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이사회 의장이자 사외이사인 정일윤씨와 초전도체 연구자 권영완•김지훈 이사입니다. 정일윤 의장은 공격을 주도한 인물로 보지 않았을 것 같고, 권영완•김지훈 두 분은 씨씨에스의 초전도체 사업을 이끌어 갈 핵심이니까 공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외부에서는 전 최대주주(컨텐츠하우스210)와 현 최대주주(그린비티에스 및 퀀텀포트) 사이의 갈등 또는 충돌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격자와 반격자 9명은 전 최대주주 컨텐츠하우스210과 함께 같은 날 이사회 멤버가 된 동지였습니다. 정평영씨와 권영완씨가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를 인수 및 설립할 때 김완섭씨(컨텐츠하우스210 대표이사)와 김영우씨는 컨텐츠하우스210을 인수한 후 씨씨에스의 경영권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고, 모두 함께 이사회에 입성했습니다.
처음에 인수자금은 전부 컨텐츠하우스210측의 몫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컨텐츠하우스210이 기존 최대주주의 구주를 인수한 후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김영우씨가 이끄는 W투자조합이 이인수하고 100억원의 신주를 발행해 김완섭씨가 이끄는 퀀텀이구성장1호조합이 인수하기로 했었죠. 아마 컨텐츠하우스210이 반대매매로 지분을 잃지 않았다면,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W투자조합과 퀀텀이구성장1호조합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후발대 또는 플랜B의 성격도 갖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구주매입자금 전부를 대부업체 등에서 차입했고, 차입기간은 2개월로 매우 짧았습니다. 2개월 후의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그 대책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컨텐츠하우스210가 지분을 잃을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담보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이 190%로 매우 높았고, 씨씨에스 주가가 테마성이 매우 높아 언제든 급등락이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었죠. 반대매매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었습니다. 또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고 최대주주가 된 무자본 M&A 세력에 대해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예상을 미리 하고 대비했다면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후발대이자 플랜B이기도 했을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추측일 뿐입니다. 그러나 많은 정황상 씨씨에스 경영권 분쟁은 전 최대주주와 현 최대주주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인수 연합군 내의 충돌이라고 보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컨텐츠하우스210의 인수자금이 전액 차입금이었던 것처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신주 인수자금 80억5000만원도 전액 차입금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코스닥 상장사를 낀 또 다른 무자본 M&A 세력이 있습니다. 언제든 주주로 바뀔 수 있는 채권자들이어서 반대매매 가능성은 없지만 정부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씨씨에스는 아직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얻었다는 공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방송법 시행령 제15조의 2에 따르면, 장외거래로 최대주주가 된 경우에는 계약 또는 합의를 한 날부터 30일 이내 승인 신청을 해야 하고 정부는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린비티에스는 씨씨에스 이사회가 유상증자의 신주 배정자로 정한 지난해 12월 13일로부터 30일 이내인 올해 1월 12일까지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납입을 끝내고 이루어진 씨씨에스의 2월 23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에는 '최다액출자자(최대주주) 변경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방송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승인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법 조항 적용에 유연성을 발휘해 유상증자 납입일 이후 30일 이내라고 하면 이달 24일까지 신청을 하면 되고, 이때 정부는 5월 22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최대주주 변경 승인과 관련해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습니다. 첫째, 정부로부터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획득할 때까지 취득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됩니다. 그린비티에스가 최대주주가 되었지만 정부가 씨씨에스 주주총회일까지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그린비티에스는 물론 특수관계자인 퀀텀포트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다고 해석됩니다. 이 해석이 맞다면 정평영 대표이사측은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이 필요한 김영우 등 4명의 이사해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이에 굴복하지 않고 해임을 추진하려면 법원에 이사 해임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두번째로 정부가 그린비티에스를 최대주주로 승인해 주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정부는 그린비티에스가 취득한 주식 또는 지분을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처분 등의 시정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컨텐츠하우스210에 대해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해주지 않으면서 원상회복을 명령한 것처럼 말이죠. 정평영 대표 및 권영완•김지훈씨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됩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평영 대표와 초전도체 연구자들은 이사회에 남아 있을 명분과 기반을 모두 잃게 됩니다. 새로운 최대주주를 내세우지 않는 한 경영권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정말로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정평영 대표 등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신주인수자금을 차입한 곳들과 특별한 약정을 맺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차입처가 상환을 요구하면 원리금의 50%를 씨씨에스 보통주로 지급하기로 했죠. 정부의 명령이 원상회복, 다시 말해 지난 2월의 유상증자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고 제3자에게로 처분이 가능한 것이라면,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지분을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 3사에게 지분 절반을 넘길 수 있습니다. 배후의 세력에게 최대주주 지위를 넘길 기회가 생기는 셈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아센디오 등에게 지분을 넘기는 것 불가능해지고, 장외거래나 장내거래로 처분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컨텐츠하우스210이 그랬던 것처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초전도체 이슈가 사라지면 씨씨에스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지만,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주당 882원 이상의 가격으로 처분하면 됩니다.
그린비티에스 등이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얻지 못해 지분을 잃게 된다면, 김영우씨측도 유리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린비티에스 등과 함께 권영완•김지훈씨가 씨씨에스를 떠나야 한다면, 김영우씨측 역시 이사직을 유지할 지분의 기반이 없을 뿐 아니라, 초전도체 이슈를 상실한 씨씨에스의 인수 매력이 사라질테니까요.
김영우씨측이 씨씨에스를 접수할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4월25일 발행될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인수자가 김영우씨가 이끄는 W컨트롤조합이기 때문이죠. 물론 씨씨에스가 이사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 전환사채 발행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전환사채가 발행되면 김영우씨는 전환가능기간이 도래하는 1년 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지분을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확보가능한 지분이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지분을 합한 것보다 많습니다.
전환사채를 인수하려면 W컨트롤조합이 자금조달에 성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권영완•김지훈씨가 필요할 듯합니다. 그들의 존재가 씨씨에스를 초전도체 테마주로 유지시키는 필요조건이고, 투자수익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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