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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타피아는 2004년 미주제강에서 인적분할한 미주레일로 설립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의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하는 국내 1위 업체였다고 합니다. 부도로 몰락한 미주그룹의 계열사들을 차례로 인수한 대호그룹의 정운진 회장이 최대주주였지요.


정운진 회장과 대호그룹 계열사들은 2년 만에 보유주식(지분율 33%)과 경영권을 ㈜태창에 218억원을 받고 팔아 치웁니다. 당시 태창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6년 전 발생한 퀀타피아의 회계부정과 배임∙횡령 사건의 핵심인물 김형일씨입니다.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장녀 박용언씨의 아들이죠.


태창은 2006년 일경으로 사명을 바꾸고, 미주레일은 일경산업개발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일경산업개발은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에 더해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사업, 영화산업 등에 진출했으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일경산업개발에서 코드네이처, 지금의 퀀타피아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난 2009년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해가 없습니다.



매년 적자를 내고 있으니 자금이 부족해지는 건 당연하고, 부족한 자금은 외부로부터 끌어와야 하니 증자를 밥 먹듯이 하게 됐죠. 2010~2012년 단 3년을 빼고 주주들은 매년 유상증자로 자금을 공급해 줘야 했습니다. 2006년 이후 지난해말까지 증자로 들어온 순유입 현금이 770억원, 순차입으로도 195억원 등 약 1000억원이 수혈됐습니다만, 퀀타피아의 자산총액은 그 절반도 되지 않죠.


수혈된 자금은 대부분 지분투자 등 본업 외에 사용되었습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유형자산 투자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서울시 대방동, 인천시 고잔동과 대화동, 공주시 신관동 등의 유형자산을 처분해 풍력발전업체, 태양광업체 등의 지분을 취득하는데 썼습니다. 본업에서는 매년 손실을 보고, 주주의 증자로 연명하면서 M&A 등에 한눈을 파는 회사. 지난 약 20년간의 퀀타피아는 그런 기업이었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많은 부실기업들이 잦은 최대주주 교체, 이와 동반한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뭔가 있어 보이는 신사업 진출 등을 반복하며 개미들의 블랙홀이 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퀀타피아의 과거도 매우 그런 편입니다.


수상한 지분변동은 2015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일경산업개발에서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하고 영화상영업을 하던 자회사 일경개발이 사업장을 매각하고 영업이 정지된 이듬해였습니다. 뜬금없이 연초에 임시주총이 열리고 새로운 이사들이 선임되더니, 곧이어 16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루어지고,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이민섭씨와 그의 가족이 참여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사흘 후에는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추가로 이루어지고 엔케이홀딩스라는 곳과 최우진이라는 분이 주주로 등장합니다.


회사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형일씨는 장내에서 지분을 팔기 시작합니다. 김형일씨는 4월에 1500원대에서 주식을 팔았는데, 이민섭씨가 인수한 신주 발행가의 2배에 살짝 모자란 수준이었습니다. 김형일씨는 6월에는 3000원대, 7월에는 2000원대, 8월에는 1600원대에서 계속 지분을 팔아 지분율이 3.51%까지 떨어집니다.


팍스넷 등 투자관련 사이트에는 일경산업개발에 재벌2세 등 큰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대박이 날 것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2006년에 다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연달아 이루어집니다. 3월에 10억원짜리로 한번, 6월에 제법 규모가 큰 25억짜리로 한번, 8월에는 7억원의 소액 유상증자가 잇따르죠.


이민섭씨는 정말로 단순투자 목적이었나 봅니다. 3월 유상증자와 시기를 맞춰 그의 가족들이 주식을 팔아 치웁니다. 발행가격 806원짜리 주식은 약 2000원이 되어 시장에 팔립니다. 이민섭씨 가족은 불과 1년여만에 큰 돈을 벌게 되었죠.



2016년 6월에 25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곳은 벨에어인베스트먼트라는 곳입니다. 이민섭씨에 이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되었죠. 김형일씨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벨에어인베스트먼트에서 온 문지훈씨, 로얄버틀러코리아의 이재근 대표, 영우메티칼의 김수한 이사 등이 신임 이사로 선임됩니다.


이제부터 아이텍의 자회사 삼성메디코스가 퀀타피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게 우연이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관계들이 나옵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한국줄기세포가 현재 삼성메디코스의 모회사인 아이텍을 접수할 때, 아이텍이 발행하는 480억원짜리 전환사채를 인수한 11개 투자자 중 하나입니다. 젬백스의 최대주주이자 김상재씨가 실소유주인 젬앤컴퍼니, 크리스에프앤씨 우진석 회장의 가족회사 와이즈얼라이언스, 아이텍의 현 최대주주 최현식씨의 개인회사 포틀랜드아시아 등과 함께였죠.


벨에어인베스트먼트는 아이텍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기 2년 전에 퀀타피아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당시 자본총액 3억4000만원, 부채 29억원 등 총 32조원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고상희라는 분이 6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였습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퀀타피아(당시 일경산업개발)에 투자한 게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15년 9월에 발행한 5억원 규모 6회차 전환사채 중 3억원어치를 인수했지만, 대부분을 즉시 장외매도했고요. 그 다음달에도 6억원 규모의 7회차 전환사채 중 2억원어치를 인수해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에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된 것인데, 이민섭씨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으니 1년간 징검다리 역할을 한 셈이고, 경영권은 김형일 대표에서 벨에어인베스트먼트로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퀀타피아에 앞서 투자한 회사가 있습니다. 2015년 김상재씨가 실소유자인젬백스(젬백스앤카엘)의 자회사 젬백스테크놀러지가 발행한 103억원 규모 전환사채에 인수자(15억원)로 참여했죠. 퀀타피아(당시 일경산업개발) 전환사채에 투자하기 두 달 전입니다. 이걸로 끝났으면 단순한 투자자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텐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이듬해인 2016년 2월 이번에는 젬백스가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3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는데, 벨에어인베스트먼트에게 단독 배정됩니다. 실제로는 계약이 수정되어 일부 신주가 젬앤컴퍼니 등으로 재배정되었지만, 대부분인 240억원어치를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인수했습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젬백스의 유상증자대금을 납입한 날이 2016년 5월2일입니다. 퀀타피아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되기 한달 전이죠.


구상희씨에게는 벨에어인베스트 외에 포항시네마라는 영화상영업과 임대업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가 더 있었습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는 240억원의 젬백스 유증자금을 포항시네마와 관계회사 케이피인베스트먼트에서 빌려왔죠.


포항시네마는 2016년에 3월 필링크(현 포니링크)가 발행한 98억원 규모 교환사채 인수에 가장 많은 28억원을 참여한 것입니다. 이때 인수자 중 하나가 아이텍의 최대주주 포틀랜드아시아의 주인 최현식씨죠. 4월에는 젬백스테크놀러지가 발행한 80억원 전환사채를 단독 인수하는데요. 포항시 대흥동에 있는 포항시네마의 부동산을 젬백스가 170억원에 인수하고, 그 대가 중 일부를 전환사채를 발행해 지급하는 거래였습니다. 물론 당시 젬백스와 젬백스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는 김상재씨였죠.



필링크와 젬백스는 과거 지배-종속 관계에 있었던 회사입니다. 포항시네마가 교환사채를 인수하고 나서 필링크의 최대주주가 리버티파트너스라는 곳에서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라는 곳으로 바뀌는데요. 사실 두 주주는 지분율이 11.44%로 같고, 리버티파트너스가 단 5주 더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는 2015년 7월에 이전 최대주주로부터 함께 경영권 지분을 양수한 사이였습니다. 공동보유 약정은 없었지만, 실제로는 파트너 관계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가 장내매수로 지분을 더 매입해 11.49%로 최대주주가 되었죠.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는 최대주주가 되자마자 젬백스테크놀로지와 경영권을 동반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합니다. 젬백스테크놀로지 등이 22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젬백스테크놀로지 145억원 납입), 젬백스테크놀로지는 10.10%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됩니다.


상당히 이상한 구조의 거래였습니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의 당사자는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와 젬백스테크놀로지인데, 젬백스테크놀로지는 유상증자에만 참여하고,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는 보유 주식을 젬백스테크놀로지가 아닌 포틀랜드아싱홀딩스라는 곳에 매각합니다. 최현식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포틀랜드아시아와 미묘하게 다른 이름이만, 같은 회사이거나 같은 회사로 봐도 무방한 회사로 추정해 보겠습니다.



포틀랜드아싱홀딩스가 양수하기로 한 주식은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 보유 지분의 극히 일부인 80만주(2.07%)에 불과했습니다. 거래대금은 31억원 정도였죠.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는 이와 별도로 젬백스테크놀로지로부터 100억원을 경영권 이전 대가로 받기로 했죠.


 결국엔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의 대부분 지분이 젬백스테크놀로지로 넘어가기는 합니다. 경영권 이전 계약 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꾼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는 포틀랜드아싱홀딩스에 8만주가 약간 안되는 주식을 장외매도하고, 나머지 지분 대부분인 350만주를 140억원에 젬백스테크놀러지로 매각합니다.


에이치에스홀딩컴퍼니는 김은수(25%)라는 분이 최대주주인 곳인데, 필링크 경영권을 넘길 당시 상호를 스톤브릿지유니온으로 바꿉니다. 2018년 한국줄기세포가 아이텍 최대주주가 될 때 참여했던 전환사채 인수자 11개 중의 하나입니다.


구상희씨는 2019년 제이앤제이인베스트먼트와 벨에어인베스트먼트를 합병했습니다. 지난해말 현재 합병법인인 제이인제이인베스먼트의 지분 36.84%를 갖고 있죠. 2대주주는 윤정화씨로 29.83%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분은 크리스에프앤씨 우진석 회장의 부인이고, 가족회사인 와이즈얼라이언스의 지분을 우진석 회장과 50%씩 나누어 갖고 있죠.


와이즈얼라이언스와 제이앤제이인베스트먼트는 2020년에 코스닥 상장사 베노홀딩스(현 베노티앤알)를 사고 판 사이입니다. 와이즈얼라이언스가 자신의 지분 중 13.63%를 경영권과 함께 150억원에 양도했는데, 이를 제이앤제이인베스트먼트 외 4인이 인수했죠. 제이앤제이가 인수한 지분은 1.81%에 불과했지만, 기존에 이미 7.27%의 지분이 있었던 터라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제이인제이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3월 다시 경영권 지분을 라미쿠스라는 곳으로 넘겼습니다. 12.19%의 지분을 약 96억원에 매각했죠.


지난해말 제이인제이인베스트먼트 감사보고서에는 라미쿠스와 라미쿠스 최대주주 박형준씨에게 각각 10억원과 11억원을 대여한 사실이 나옵니다. 라미쿠스의 1회차와 2회차 전환사채를 각각 50억원씩 보유하고 있기도 하죠. 또 우진석 회장의 크리스에프앤씨 지분 3.93%를 보유하고 있는데, 엄청난 평가손실을 입은 상황입니다. 와이즈얼라이언스, 크리스에프앤씨, 라미쿠스는 제이앤제이인베스트먼트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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