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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엑스를 설립하기 직전 이호준씨는 스마트글라스(투명전광유리) 사업을 하는 지스마트글로벌의 이사이자, 지스마트글로벌의 최대주주 지스마트의 대표이사였습니다. 그는 2014년 4월 제주반도체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지스마트글로벌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되었고, 일부 지분을 JP모건에, 나머지 전부를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지스마트에 매각했습니다.


지스마트는 원래 2005년에 설립된 삼안전휘라는 LED 디스플레이업체였습니다. 빚을 갚지 못해 주요 자산들이 경매에 붙여지거나 세무서 등에 압류되어 있을 정도로 청산 직전의 회사였습니다. 이호준씨는 사실상 껍데기뿐이었을 회사를 인수해 지스마트로 상호를 변경하고, 디지털카메라 등의 필수 부품인 이미지센서를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에스이티아이를 인수해 지스마트글로벌로 바꾸었습니다.



에스이티아이는 NICE금융그룹의 전 회장인 고 김광수씨가 최대주주인 서울전자통신의 자회사였습니다. 그런데 2011년 8월 반도체 개발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이엠엘에스아이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 2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그 회사 부사장인 이승훈씨가 대표이사에 선임됩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때부터 경영권을 넘기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때부터 이엠엘에스아이가 주요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했다고 불 수 있겠죠. 이 회사가 바로 올해 1월 불과 100일 만에 주가가 800% 넘게 폭등해 여의도 증권가를 뜨겁게 달군 제주반도체입니다.


1년 후인 2012년 8월 에스이티아이는 20%의 할인율로 무려 137%의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최대주주 서울전자통신은 10억원어치만을 참여하고 대부분 실권해 59.98%달하던 지분율이 32.94%로 떨어집니다. 그 실권주를 이승훈 대표와 제주반도체가 인수합니다. 이어 서울전자통신의 지분을 제주반도체와 이 회사 임원 이상준씨가 장외매수하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최대주주 교체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워런트(신주인수권)가 복잡하게 이동합니다. 제주반도체는 처음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워런트 절반가량을 어떤 개인에게 넘깁니다. 행사한 워런트는 팔고 남은 나머지였죠. 그러더니 2013년 1월에 SLi8호 벤처M&A 투자조합이라는 곳에서 제주반도체와 3명의 임원이 신주인수권을 약 2억원어치 매입하고 그 중 일부는 행사해 주식 취득에 쓰고 나머지는 또 외부의 개인들에게 매각합니다.


2014년 2월 마지막으로 그 워런트를 매입한 사람이 지스마트 대표 이호준씨였습니다. 이호준씨는 워런트 뿐 아니라 제주반도체 보유 지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주를 25억원에 취득하고, 제주반도체의 나머지 지분을 지스마트가 약 66억원에 매입해 에스이티아이의 경영권을 틀어쥐게 되죠.


제주반도체는 애써 인수한 에스이티아이를 왜 금방 팔아 치웠을까요? 공시에는 처분목적이 운영자금 확보로 되어 있더군요. 공교롭게도 에스이티아이 인수 이후 제주반도체는 위기에 빠집니다. 800억원이 넘던 매출이 2013년 139억원까지 줄고, 3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되죠. 에스이티아이 역시 600억원대 매출이 250억원까지 내려 앉고 4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호준씨는 자신이 취득한 주식을 JP모간과 지스마트에 팔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한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반도체로부터 주당 2502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당 1876원에 주식을 매입했는데, 팔 때는 JP모간에서 주당 4520원, 지스마트에서 주당 4287원을 받거든요. 그런데 지스마트가 이호준씨로부터 에스이티아이 주식을 매입한 자금 67억원 중 30억원을 이호준씨로부터 빌렸더군요.


이 당시 지스마트의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불확실합니다. 지스마트의 재무제표에는 최소한 2015년까지 이호준씨가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호준씨가 에스이티아이 지분을 JP모간과 지스마트에 매각한 2014년 9월의 공시에는 최대주주가 김지연(40.44%)씨로 되어 있습니다. 재무제표에 김지연씨가 최대주주로 나오는 것은 2016년부터인데 말이죠. 하지만 이호준씨가 이후로도 계속 지스마트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김지연씨 다음으로 2대 주주였으니 최대주주 변경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호준씨가 삼안전휘를 인수해 지스마트로 바꾸고, 에스이티아이를 인수해 지스마트글로벌로 바꾸기 이전에 지스마트코리아라는 회사가 먼저 있었습니다. 제주반도체가 에스이티아이의 최대주주가 되는 결정적 계기였던 유상증자 실권주를 인수한 2012년 8월, 지스마트코리아가 설립되었죠. 상호에 ‘지스마트’라는 단어를 처음 쓴 회사인 셈입니다. LED 디스플레이 도∙소매업을 본업으로 내건 이 회사는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해, 이호준씨가 제주반도체 임원들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매입한 2014년 초에는 자본금을 20억원까지 불립니다. 이호준씨가 인수한 지스마트도 2013년 5억원을 출자해 21.55%의 주주가 됩니다.


지스마트코리아는 현재 상호와 주주가 모두 바뀌어 설립자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만, 정황상 이호준씨가 세웠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고요. 이 회사의 주요 인물로는 이호준씨와 함께 지스마트글로벌 각자 대표이사가 되는 이기성이라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더감이라는 부동산분양대행업체를 설립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습니다. 더감은 지스마트글로벌의 스마트글라스 설치와 관련해 업무적으로 관계를 맺었고 지스마트로부터 거액을 차입하는 등 꽤 밀접했습니다.


더감은 해운데 두산위브 제니스와 현대아이파크를 분양한 곳으로, 2019년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가 시행사를 맡은 5개 블록 아파트의 독점 분양권을 받은 분양대행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기성 대표는 박영수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인척으로 김만배씨로부터 109억원을 받아 건설업자인 나석규씨에게 100억원을 건넨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호준씨가 제주반도체 임원들과 SLi8호 벤처M&A투자조합에서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직후 지스마트글로벌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외이사 3인을 선임했는데, 그 중 한 분이 박영수 전 검사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다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호준 대표와 이기성 대표가 사내이사로 취임하죠. 웬일인지 박영수 전 검사장은 취임 한달만에 지스마트글로벌 사외이사직을 사임합니다.



에스이티아이에서 이름을 바꾼 지스마트글로벌은 초반에 급격한 실적 개선을 보여줍니다. 250억원대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2017년 900억원을 돌파해 1000억원을 눈앞에 두는 듯했죠. 케임브리지대학교 생화학 박사에 JP모간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이호준 대표의 배경에 투명유리 전광판이라는 매력적인 재료, 빠른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지스마트글로벌은 주식시장에서 스타로 거듭나게 됩니다.


지스마트글로벌이 한창 주가를 올릴 무렵 검찰수사관 출신 이성락씨가 등장합니다. 몇 년 후 이호준씨가 쓰레기에서 청정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설립한 바이오엑스의 대표이사가 되는 분이죠. 이성락씨는 지스마트의 대표이사 김지연씨로부터 지스마트글로벌 4회차 전환사채를 매입합니다. 보통주 2만7460주에 상당하는 규모인데, 금액으로는 4억원 남짓 됩니다.


이성락씨는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정리매매가 보류 중인 퀀타피아에 직접 투자한 것은 물론 최대주주인 샌드크래프트의 주요 주주이며, 인수자금 105억원을 빌려주었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성락씨가 퀀타피아의 실질 소유자로 보고 있다고 하죠.


지스마트는 실적이 좋았던 중에도 전환사채를 자주 발행했습니다. 2014년 12월 2회차 30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4월 7회차까지 총 6차례에 걸쳐 360억원이나 됩니다. 그런데 2~4회차 150억원을 전부 김모씨 한사람이 인수했고, 그중 4회차 전환사채가 지스마트 최대주주 김지연씨에게 넘어갔다가 일부가 이성락씨에게 매각된 것이죠. 지스마트글로벌은 4회차 전환사채 중 30억원(권면)을 만기전 취득해 소각했고, 나머지 20억원은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성락씨가 취득한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스마트’를 상호에 처음 사용한 지스마트코리아는 지스마트가 생산한 스마트글라스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게 됩니다. 그 독점판매권을 지스마트글로벌이 2014년 15억8000만원에 승계하죠. 또 지스마트글로벌은 스마트글라스 국내외 독점판매권을 지스마트로부터 100억원에 취득합니다. 스마트글라스를 생산하는 건 비상장사인 지스마트였고, 지스마트글로벌은 유통회사였던 셈입니다.


지스마트와 지스마트글로벌은 모두 이호준 대표가 실질 지배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지스마트가 지스마트글로벌을 지배하는 구조였죠. 여기에 더해 지스마트는 매출을 전적으로 지스마트글로벌에 의존하고 있었고, 지스마트글로벌의 매출 대부분은 지스마트가 생산한 스마트글라스 판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절대적 의존관계는 2018년 깨지게 되죠. 그리고 그것은 지스마트글로벌의 갑작스러웠던 몰락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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