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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신탁에는 유독 기타특수관계자인 법인이 많습니다. 오창석 회장 자녀 둘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 천지인산업개발과 오창석 회장 개인이 단독 주주인 나반홀딩스가 대표적입니다. 엠지스퀘어네트웍스(전 명동대부파이낸셜), 신태양전자, 씨에스인베스트코 등은 오창석 회장이 오랫동안 지배해 온 회사들입니다. 천지인산업개발이 66.7% 지분을 보유한 무궁화프라이빗에쿼티와 23.55% 지분을 보유한 천지인엠파트너스, 천지인엠파트너스의 최대주주인 에버그라시아 등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무궁화글로벌홀딩스, 랜드스톤에이엠씨, 카일앤파트너스, 미부탁트, 메이홀딩스, 송현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사모펀드 등 여러 투자회사들이 있습니다.
기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들은 오창석 회장의 M&A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천지인산업개발, 나반홀딩스, 천지인엠파트너스는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 인수의 주역으로 나섰고, 나반홀딩스는 광명전기를 단독 인수했습니다. 씨에스인베스트코는 비상장 벤처캐피탈인 송현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창 인수를 시도했습니다. 나반홀딩스는 한창의 자회사 한창케미칼을 인수할 뻔했죠.
무궁화신탁의 자금이 직접 투입된 M&A도 있었습니다.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현대자산운용과케이리츠투자운용은 차치하고, 무궁화신탁→무궁화성장1호 PEF→엠부동산성장1호투자목적유한회사로 이어지는 순차적 출자를 통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국보를 인수했습니다. MIT에 비상장사 아이티에스코를 매각한 에스에스피제1호 PEF의 출자자도 무궁화신탁과 케이리츠투자운용이었습니다.
오창석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들은 상장사 등의 인수과정에서 서로 자금을 주고받으며 위험을 공유했습니다. 그 중심에 오 회장 가족회사 천지인산업개발이 있습니다. 인수한 상장사는 또 다른 자금조달 창구로 쓰였습니다. 국보가 에스에스피젤코바제1호 PEF에 출자하고 그 자금이 천지인산업개발 전환사채 인수에 쓰이는 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무궁화신탁의 계열사들도 오 회장의 회사에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예를 들어 무궁화캐피탈은 나반홀딩스, 씨에스인베스트코 등 오 회장 개인회사는 물론이고 국보의 2대주주인 케이비국보, 국보에 40억원을 빌려준 ㈜두그루라는 회사에 자금줄이 되어 주었습니다. 두그루 역시 무궁화신탁의 기타특수관계자이고 대표이사가 나반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경씨와 같은 이름인 것을 보면, 오창석 회장의 개인회사이거나 가족회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수는 많은 차입금을 동원한 사실상 무자본 M&A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인수한 회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 다발적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습니다. 인수주체로 나선 회사들은 큰 손실과 함께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게 되었고, 무궁화신탁도 손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무궁화신탁은 올해 3분기까지 165억원의 순손실(별도기준)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영업이익은 흑자였지만,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지분법손실 280억원(지분법이익은 5100만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대규모 순손실은 순자산의 감소로 이어졌고, 영업용순자본비율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랬습니다. 164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157억원의 지분법 손실과 59억원의 종속기업투자주식 손상차손이 발생하며 적자로 돌아섰죠.
지분법손실은 주로 무궁화성장 제1호 PEF에서 발생했습니다. 케이리츠투자운용과 무궁화캐피탈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일종의 사모펀드지요. 뿐만 아니라 상장사 국보의 최대주주(지분율 27.19%)인 엠부동산성장1호의 모펀드이기도 합니다. 국보는 올해 3월 상장폐지가 결정되었고 회사의 의의신청에 따라 개선기간 중에 있습니다. 엠부동산성장1호의 지분은 채권자인 상상인저축은행 등으로 담보처분권이 넘어갔습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있는 국보가 기사회생하지 않는 한 엠부동산성장1호의 100% 지분을 보유한 무궁화성장제1호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엠부동산성장1호가 상상인저축은행 등에서 빌린 대출금은 400억원에 이르지만, 거래정지 전 종가를 기준으로 보유지분의 가치는 약 91억원, 전환사채 전액을 회사로부터 상환받는다고 해도 70억원에 불과하거든요.
엠부동산성장1호는 완전한 무자본으로 국보를 인수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160억원의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최대주주가 되었고, 이듬해 1월 70억원 규모로 발행된 15회차 전환사채를 단독 인수했죠. 인수자금은 전액 상상인금융그룹에서 만든 페이퍼컴퍼니(SPC)에서 빌린 돈이었습니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억원을 추가출자했는데, 자체자금으로 신고되었습니다만 이마저 차입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보 인수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은 230억원이고, 올해 3월까지 국보에 추가 투입된 자금이 없었는데, 엠부동산성장1호가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은 지난해말 이전 이미 400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말 현재 엠부동산성장1호의 총자산이 약 598억원, 부채가 415억원이었으니, 대부분 부채가 상상인저축은행 등의 차입금이었던 셈입니다.
무궁화신탁은 케이리츠투자운용의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약 600억수준의 가격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국보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담보로 제공한 주식과 전환사채로 차입금을 상환한다고 가정하기 어려우니, 케이리츠투자운용 매각대금이 차입금을 갚는데 쓰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브리핑에서 무궁화신탁이 부동산 호황기에 책임준공형 확약을 크게 늘렸고, 고금리 차입을 하면서 유동성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리스크관리에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창석 회장이 상장회사들을 무분별하게 인수하면서 무궁화신탁의 사모펀드를 동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한 것 역시 부실을 급격하게 키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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