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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각각은 불완전한 회사입니다. 상체와 하체를 각각 하나의 신체로 볼 수 없듯이 생산을 담당하는 셀트리온과 판매를 맡고 있는 헬스케어는 독립적인 하나의 사업 실체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셀트리온의 헬스케어에 대한 매출을 진정한 매출이라고 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회사와 일부 주주들은 그 매출을 시장 선점을 위한 안전재고 전략이라고 주장합니다. 전혀 말이 안되는 주장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게 안전재고이든 아니든, 그 매출은 셀트리온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죠. 헬스케어가 그 안전재고를 원활하게 판매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재고의 이전이 두 회사의 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올해 상반기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셀트리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반기 기준 3년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셀트리온은 반기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역대 최대를 기록합니다(반기 매출 5000억원 돌파는 재고 이전과는 무관합니다).
헬스케어의 현금흐름이 선순환으로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셀트리온의 실망스러운 실적에 우울해 할지, 헬스케어의 주주들이 팡파르를 울려도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재고의 효과를 감안해 봐야 합니다. 우선 셀트리온의 실적에 대해서는 헬스케어의 바이오의약품 매출 전선에 큰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면 우울할 이유가 없지요. 그 실적은 일궈낸 것이 아니라 조절된 것으로 봐야 하니까요. 헬스케어 매출이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으니 일단은 안심해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헬스케어는 좀 복잡합니다. 매출이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고, 지긋지긋한 공매도의 근거 중 하나인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면했지만, 그 액면을 그대로 인정해야 할지 좀 망설여 집니다. 영업현금흐름의 흑자는 그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재고자산 감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합니다. 매출 역시 제품가격 하락의 영향이 환율 효과에 묻힌 데다, 남는 장사를 하지는 못했으니까요.
헬스케어의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640억원입니다. 재고자산은 700억원가량 감소했지요. 재고자산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영업현금흐름은 흑자를 기록하기 어려웠습니다. 매출채권의 대규모 회수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셀트리온에 남겨 놓은 완제품 재고 700억원을 헬스케어에 넘겼다면, 헬스케어는 1940억원(매출원가율을 적용한 추정치)에 매입을 했어야 합니다. 물론 이걸 전부 현찰로 사오지는 않겠지만, 영업현금흐름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했겠죠. 결국 헬스케어의 영업현금흐름 흑자는 매출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재고자산 감소의 효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헬스케어의 현금흐름이 선순환 기조로 돌아섰다고 볼 수 없습니다.
헬스케어의 반기 영업이익은 186억원. 비록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3.6%에 불과합니다. 램시마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기 전인 2014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지난해 어닝 쇼크는 램시마의 가격 폭락에 따른 것이고, 향후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가격 역시 향후 추가로 하락할 개연성이 높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판매가격이 올라 영업마진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비용 구조의 개선이 가능할 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비용 구조가 개선되어야 영업마진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용 구조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헬스케어가 2015~2017년 수준의 영업이익(1000억원~1500억원)을 얻기 위해서는 무려 연간 4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이래서는 지금 크게 떨어져 있는 주가도 근거를 잃고 맙니다.
2016년까지 70%대초에 머물던 매출원가율은 올해 상반기 86%까지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판매관리비도 2년 전인 2017년 상반기의 두배까지 증가했습니다. 올해 연간으로는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 같습니다. 셀트리온 측에서는 이렇게 비용이 증가한 이유로 해외 시장에서 파트너사를 통한 간접 판매 방식을 현지법인을 통한 직접 판매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현지 직원을 대거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편에서 삼성증권의 전망치를 전한 것처럼, 셀트리온 측과 증권사들은 현재의 간접판매 방식을 직접 판매 방식으로 바꾸면 원가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헬스케어 실적에 희망을 갖게 하는 전망입니다.
회사 측과 증권사들의 전망을 믿기 위해서는 현재의 비용 구조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늘었는지 알아야 정말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 감이 오겠죠.
올해 상반기 헬스케어의 매출(물론 연결기준 매출입니다)은 전년 동기에 비해 1900억원정도 늘었습니다. 그리고 셀트리온에서 매입한 의약품 중 판매분의 원가는 대략 1600억원 정도 증가했지요. 헬스케어에서 더해진 원가가 없다면 300억원가량 매출 마진이 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688억원에서 703억원으로 아주 미미하게 늘었을 뿐입니다. 헬스케어에서 추가된 매출원가가 있다는 것이죠.
판매관리비는 매출원가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는 빠른 편입니다. 지난해 2년 만에 두배 이상 늘었는데,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00억원 이상 커졌습니다. 하반기 증가 폭은 더욱 클 수 있어 연간으로는 1200억원 정도는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건비 증가는 전망치와 괴리가 있습니다.
헬스케어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 중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은 인건비와 지급수수료입니다. 인건비는 판매관리비 증가를 주도했고 지급수수료는 매출원가의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판매관리 인건비는 지난해 90억원가량 큰 폭으로 증가한 후에 올 들어서도 상반기에 30억원 이상 늘었습니다.
인건비 증가가 해외 판매법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가 해외 직접 판매 전환을 위해 해외 법인을 대거 설립하고 있고 판매 직원들을 확충하고 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회사가 얘기하는 일시적 판매관리비 증가 요인입니다.
그런데 증권업계에서 전망하는 인건비 증가와는 좀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증권업계의 전망은 분명 회사 측이 제공한 자료에 근거한 것일 텐데, 올해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200억원 정도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반기 총 인건비가 40억원 늘었거든요. 하반기에 160억원이 추가로 더해져야 전망이 맞게 됩니다. 지난해부터 직접 판매 준비를 해왔고 해외법인은 거의 다 설립을 했는데, 대부분 인력을 하반기에 확충하는 게 아니라면 뭔가 좀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망대로 올해 인건비가 200억원 증가하게 되면, 상반기의 매출과 비용 구조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헬스케어는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지키기 어렵게 됩니다. 영업현금흐름 흑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셀트리온의 재고 이전이 더욱 줄어야 하고요. 물론 미국에 출시될 예정인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매출 호조를 보인다면 전혀 양상이 다르겠지만, 그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죠.
매출원가에 포함된 지급수수료가 줄어들 것이란 보장이 없습니다.
상반기 헬스케어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킨 진짜 주범은 지급수수료입니다. 지급수수료 중에도 매출원가에 포함되는 게 있고, 판매관리비로 분류되는 게 있는데 둘 다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500억원 정도인 지급수수료는 올들어 상반기에만 470억원 발생했습니다. 하반기에 큰 변화가 없다면 역대 최대는 물론이고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해 보입니다.
판매관리비로 분류되는 지급수수료는 헬스케어에서 이용하는 각종 외부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매출이 늘면서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정도로 넘겨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매출원가로 분류되는 지급수수료가 문제입니다. 아마도 해외 파트너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이해가 되는데, 양사 계약에 따른 판매 대행 수수료로 보기에는 너무 적습니다. 램시마에 대해 파트너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50%가 넘는다면서요. 트룩시마와 허쥬마도 30%대나 된다고 서정진 회장이 직접 언급을 했거든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정규 판매수수료는 최종 판매가격에 더해질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출원가에 포함되는 지급수수료는 판매가격 하락에 따라 헬스케어가 토해내야 하는 소위 '계약대가'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올해 상반기에 계약대가가 300억원가량이었다고 하니 금액이 얼추 맞기는 합니다(확신하기 어려운 추측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헬스케어가 직접 판매 방식으로 전환을 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내년에나 출시를 기대할 수 있는 주사제 램시마SC에만 해당하는 얘깁니다. 기존의 주력 제품인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는 계속해서 간접 판매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판매로의 전환이 성공할지 자체도 매우 불확실하지만, 그로 인해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려면 램시마SC의 매출이 상당히 의미 있는 볼륨이 돼야 합니다. 회사와 증권사는 직접 판매 방식으로 전환이 되면 매출 마진이 내년부터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던데, 믿어도 될 만한 예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가 주력 매출 품목이 될 터인데, 이 의약품들의 가격이 추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헬스케어의 비용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기대하기도 어려워 지는 것이고요. 어쨌든 지켜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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