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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쿠팡을 위시한 소셜커머스 3인방이죠. 특히 쿠팡이 손정의씨로부터 거액의 투자유치를 하고,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까지 몸집을 대폭 키우기 시작한 2015년부터 전운이 전체 유통업체를 뒤덮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셜커머스 3인방의 성장과정은 끝없는 논란의 대상입니다. 거래액은 광속으로 늘어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적자도 어마어마하게 쌓이고 있으니까요. 마치 피를 철철 흘려가며 가장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좀 자제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내실을 기하려는 모습이 실적을 통해 엿보입니다. 티몬은 거래가 정체되면서 영업적자가 다소 줄고 있고 위메프는 거래를 점진적으로 늘리면서도 더 이상 적자를 키우지는 않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소셜커머스 3인방에 대해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합니다. 특히 슬슬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듯한 위메프와 티몬을 뒤로 하고, 불자동차처럼 달리고 있는 쿠팡의 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성장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고, 적자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매년 그 만큼의 자금이 회사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손해보는 장사를 영원히 할 수는 없습니다. 금고가 바닥나면 끝이죠. 3인방도 그걸 모를 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쿠팡은 자신들의 전략 안에서 순항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당분간 적자를 보더라도 일단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그 동안의 손해를 전부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죠. 처음에는 세 회사가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을텐데, 아마 티몬과 위메프는 생각이 좀 바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달리다가는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몸안에 피가 한방울도 남지 않겠다는 자각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쿠팡의 매출액은 2015년 거의 3배로 급증하며 1조원을 돌파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던 3인방 중에 쿠팡이 치고 나오는 순간입니다. 기존의 온라인 쇼핑업체 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긴장하게 만들었죠.


이제는 다들 아시지만, 당시의 매출 1조원은 상당부분 회계 착시였습니다. 소셜커머스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쿠팡이 이때부터 직매입 구조로 거래 방식을 바꾸었죠. 자신들이 직접 사서 구매자에게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니까 수수료만 매출액이었던 2014년 이전과 달리 2015년부터는 판매액 전체가 매출로 잡히면서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게 된 것이죠.


위에 오른쪽 그림을 보면, 매출원가율이 2013년 10%대에서 2014년 50%대로 2015년 이후로는 80%대로 상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판매하는 상품의 원가율이 매년 상승한 것이 아니라, 중개의 비중을 줄이고 직접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매출액과 함께 매출원가도 커진 겁니다.


이게 논란이 되어서 지금은 '거래액'이 온라인 쇼핑업체의 점유율을 비교하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중개에서 직매입으로 바꾼 것이 단지 착시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손익계산서상 매출액 급증은 분명 착시이겠지만, 쿠팡의 성장 자체는 실제이기 때문이죠. 거래액 기준으로도 2017년 5조원에서 지난해 12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정말 엄청난 성장 속도입니다.


중개에서 직매입으로의 변경은 회계처리방법의 교체가 아니라 사업모델의 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셜커머스는 여러 구매자가 공동으로 구매를 하면서 가격할인의 효과를 보는 방식이죠. 판매자는 소셜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로 웹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로 기록된 게 그루폰(Groupon)입니다. '공동구매로 싸게 사자(Collective buying power)'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해 2년 후에는 세계 44개국 500여개 도시에 진출했습니다. 6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구글의 제안을 거절하고 2011년 기업공개(IPO)를 하는데 시가총액이 무려 1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그루폰의 기세는 곧 꺾이게 됩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상인들이 그루폰을 거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게 되었죠. 가격을 절반 가까이 후려치지 않고 말입니다. 공모 첫날 28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지난해 말 2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올 들어 30% 가까이 급등해서 3달러 선에 올라섰네요.


이 시장의 패권을 잡은 것은 아마존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다른 패권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판매사는 가격할인을 하지 않고도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구매자들은 가격과 품질과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이들에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쿠팡은 그루폰의 모델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바꿨죠. 한국의 아마존이 되기로. 실제 한국의 아마존이 될지, 한국의 작은 시장에 아마존이 과연 필요할지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