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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롯데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대기업그룹 중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던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롯데지주를 출범시킨 해입니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등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분할합병해 2017년 10월 출범합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에게는 시대의 요구인 순환출자 고리 해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실리적인 의미가 있지요. 호텔롯데를 거점으로 하고 일본 롯데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 롯데그룹이 자신을 꼭지점으로 하는 새로운 편대를 짜게 된다는 것입니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아래 그림은 2015년 당시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입니다. 호텔롯데가 중간 지주회사 격이고 그 위에 광윤사 → 롯데홀딩스 → L투자회사가 나란히 있습니다. 그리고 광윤사의 지분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50%+@주를 확보하고 있었죠.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장악하는 1단계는 한국 롯데를 자신의 지배하에 확고히 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동원한 방법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하에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지분을 모아 롯데지주를 출범시키고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이 단일 최대주주(10.5%)인 회사입니다. 며칠 전 공시를 보니 지분율이 11.71%로 늘었네요. 호텔롯데가 11.1%, 롯데홀딩스가 2.49%, 2개의 L투자회사가 합해서 약 2.3%를 갖고 있지만 신 회장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2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지배력 면에서 일본 롯데에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분할 후 합병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놀라운 위력을 발휘합니다. 롯데 각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분할해 롯데지주와 합병하게 되면 신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율만큼 롯데지주의 신주를 받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갖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에 현물출자하면,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분율이 올라가는 동시에 신 회장은 현물출자의 대가로 롯데지주의 신주를 받게 되니 지분율이 두 배로 상승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자본시장 매체 더벨이 분할합병 후 롯데지주의 지분율 변화를 예상한 것입니다. 분할합병 후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현물출자하면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이 40%까지 올라간다고 계산했습니다. 롯데지주로 분할합병된 기업이 더욱 늘었으니 더벨이 예상한 그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지주는 글로벌로지스 지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2018년 3월 롯데지주는 또 한 차례의 계열사 분할합병을 했지요. 롯데로지스틱스를 비롯한 6개 비상장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떼어 롯데지주로 합칩니다. 앞선 편에서 한영회계법인이 로지스틱스와 글로벌로지스의 주주가치를 평가한 사례를 소개했는데 바로 이때의 일입니다.
다른 비상장계열사는 일단 무시합시다.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 지에만 집중해서 보십시오. 로지스틱스는 글로벌로지스의 주요 주주였습니다. 그런데 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타법인 지분을 분할해 롯데지주에 합칩니다. 글로벌로지스의 주주는 로지스틱스에서 롯데지주로 바뀌죠. 롯데지주가 글로벌로지스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계기입니다.
2018년 9월말 분기보고서에서 글로벌로지스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예전에 로지스틱스가 차지하던 자리를 롯데지주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다른 주주들에 비해 지분율이 밀리긴 하지만 말이죠.
두 회사의 기업가치가 극적으로 역전됩니다.
잘 따라오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간 요약을 한번 하겠습니다. 2017년 5월에 글로벌로지스가 1500억원의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합니다. 재읽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풋옵션 조건을 받아들인 엘엘에이치(유)한 회사를 대상으로요. 이로 인해 글로벌로지스의 순자산은 대폭 늘어납니다. 2016년말 2000억이 안되던 것이 3500억원 가까이로 급증합니다.
2018년 3월에 로지스틱스는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이 분할해 투자부문이 롯데지주에 합병됩니다. 이때 넘어간 투자부문의 순자산은 장부가 기준으로 1760억원 가량(우수리 떼고 자산 2770억원, 부채 1000억원)이고 공정가액 기준으로 2040억원(롯데지주가 합병 대가로 발행한 신주의 발행가액) 입니다. 이 거래 후 로지스틱스의 순자산은 1500억원 가량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그렇습니다. 글로벌로지스의 유상증자와 로지스틱스의 분할로 두 기업의 순자산 규모가 완전히 역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글로벌로지스의 1.5배였던 로지스틱스의 순자산이 거꾸로 글로벌로지스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 된 겁니다.
삼일회계법인이 두 기업의 합병을 위해 순자산가치를 추정할 때 기준이 됐을 2018년 9월말 재무제표상으로 글로벌로지스의 순자산은 3258억원, 로지스틱스는 1472억원입니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를 각각 4366억원과 1542억원으로 평가를 했지요. 장부가액에 비해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약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건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의심할 근거도 없습니다. 순자산의 공정가액을 크게 부풀리거나 축소하기는 (사기꾼이 아닌 한) 쉽지 않습니다. 아마 맞을 겁니다.
합병비율은 1:16이 아니라 1:44가 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여전히 대부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는 엘엘에이치(유)의 1500억원이 증자되지 않고, 로지스틱스의 투자부문이 분할하지 않고 두 회사가 합병을 먼저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당연히 로지스틱스의 주주가치가 훨씬 높게 나왔겠지요. 1500억 원짜리 증자와 2000억 원짜리 분할, 대략 3500억원의 차이가 벌어졌으니까요.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재읽사가 주먹구구식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글로벌로지스가 증자를 하지 않고 로지스틱스가 분할을 하지 않았을 때 두 회사 순자산 가치는 대략 2800억~2900억원(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글로벌로지스 가치 4366억원에서 1500억원 차감)과 3500억~3600억원(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로지스틱스 가치 1542억원에 분할한 투자부문의 가치 2040억원을 가산)입니다.
이제 삼일회계법인처럼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이 규정한 방식을 적용하면 두 회사 모두 수익가치가 자산가치에 비해 너무 적어 자산가치의 80%를 주주가치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 경우 합병비율은 최소 1대44, 로지스틱스 주주는 1주당 44주의 글로벌로지스 주식을 받게 됩니다.
글로벌로지스의 유상증자는 죄가 없다고 칩시다. 이제 로지스틱스의 분할이 합병 이전이 아니라 합병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가정해 보시죠. 이 경우에는 로지스틱스 주식 1주당 글로벌로지스 주식 29주 내지 30주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받은 16주와는 상당한 차이죠.
롯데지주가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와 분할합병이 꼭 필요했습니다.
혹자는 말씀하실 겁니다. 어차피 같은 롯데그룹이고 롯데지주가 글로벌로지스 뿐 아니라 로지스틱스의 대주주이기도 한데 왜 유상증자를 하고 분할까지 해가며 합병비율을 조정하겠느냐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롯데그룹이 뭐가 아쉽겠습니까? 그냥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쳐 두죠.
그래도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한번 봐야죠. 아래 표는 롯데그룹이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분할해 롯데지주와 합병하기 전과 후 로지스틱스 대주주 변동 현황을 나타낸 것입니다. 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의 L2투자회사로 45.3%의 지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롯데지주는 18.3%만을 보유하고 있었죠. 그런데 분할 후 L2,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곳이 보유한 지분율은 동일하지만,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36.2%로 올라갑니다. 롯데지알에스 등이 보유하던 로지스틱스 지분이 롯데지주로 넘어갔기 때문이죠.
표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가 합병하기 직전 두 회사의 대주주 현황입니다. 롯데지주는 글로벌로지스 지분율이 15% 남짓입니다. 원래는 지분이 없었는데, 계열사 분할합병을 하면서 생긴 것이죠. 일본 롯데홀딩스의 직접 지배하에 있는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의 지분율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글로벌로지스의 대주주 명단에는 L2가 없습니다.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로지스가 증자를 하지 않고, 로지스틱스가 분할을 하지 않고 두 회사가 합병을 했다면 롯데지주는 통합 물류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습니다. 합병비율에 관계없이 말이죠. 최대 주주의 자리는 L2회사가 되었을 겁니다. 롯데지주는 글로벌로지스 지분은 전혀 없었고, 로지스틱스의 지분은 L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니까요.
글로벌로지스가 증자를 하더라도 로지스틱스가 분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을 했다면 통합 물류회사의 대주주 명단 제일 높은 곳에는 여전히 L2투자회사가 있었을 겁니다. 합병비율은 다소 달라졌더라도 역시 롯데지주는 글로벌로지스 지분이 없고 로지스틱스 지분율도 L2에 비해 현격히 낮기 때문에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합니다.
이래서는 롯데지주 아래 국내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 재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엘엘에이치(유)의 지분은 결국 롯데지주에게 넘어갈 것으로 봅니다.
이제 글로벌로지스가 1500억원의 증자를 하고 로지스틱스가 분할을 해서 합병을 한 결과를 보실까요.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22%로 L2투자회사 지분율 14%를 앞서게 됐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지분율을 감안하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이 더 큰 것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실 수 있겠습니다. 표의 맨 아래 빨간 박스를 보십시오. 동일인 측이 아닌 최다출자자, 통합 전에 글로벌로지스 지분 31%를 갖고 있다가 합병 후 22%를 보유하게 된 자, 그게 바로 엘엘에이치(유)입니다.
엘엘에이치(유)는 재무적 투자자입니다. 3년 후 풋옵션을 행사하든 그 이후 매수자를 찾든 머지 않은 미래에 팔 겁니다. 저 지분 누가 가져갈까요? 임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당연히 롯데지주가 되겠죠. 글로벌로지스가 1500억원의 증자를 한 것도, 돈 많은 계열사 다 내버려두고 굳이 재무적 투자자를 찾아 제3자 배정을 한 것도, 증자를 하고 나서 그 대금을 현찰로 계속 갖고 있던 것도, 합병 이전에 로지스틱스가 분할을 한 것도, 그 어느 하나 우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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